[아이뉴스24 김태헌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 김범석 이사회 의장에 대해 회사의 실질적 지배자임에도 '쿠팡 법인'을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했다. 공정위 측은 김 의장이 외국인이고 쿠팡 본사 역시 미국에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29일 공정위는 내달 1일 자산총액 5조원 이상 64개 기업집단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올해 7개 기업이 새로운 공시대상기업으로 선정됐고, 쿠팡도 포함됐다.
◆ 쿠팡 김범석 의장, 동일인 지정 피해
쿠팡은 지난해 자산총액이 5조8천억원으로 증가하면서 공시대상기업집단 기준을 넘어섰다.
공정위는 공시대상기업집단과 동일인을 함께 지정한다. 국내 기업의 경우 자연인인 그룹 총수를 동일인으로 지정하고 있다.
공정위는 김 의장에 대해 동일인 지정을 검토했었다. 김 의장이 미국 본사인 쿠팡Inc 지분 10.2%를 보유하며 차등 의결권을 부여 받아 실질적으로 76.7%의 지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공정위는 쿠팡의 경우 본사가 해외에 있는데다, 대표자 역시 외국인이라 이 같은 적용을 하기에 무리가 있다는 판단을 내렸고, 법인 쿠팡이 동일인으로 지정되면서 김범석 의장은 여러 규제를 피하게 됐다. 동일인에 지정되면 배우자, 6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의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과의 거래시 공시해야 하는 의무가 생긴다.
일각에서는 이번 공정위 결정이 쿠팡에 대해 특혜를 준 것이라는 지적을 내놨다. 공정위가 국내 기업은 규제하고, 해외 기업에 대해서는 자율권을 보장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공정위는 쿠팡뿐만 아니라 외국계 기업에 대해서는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해 왔다.
◆ 해외법인 선례보면 '쿠팡 특혜' 아니다
에쓰오일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자회사(A.O.C)가 최대 주주라는 이유로 에쓰오일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했고, 한국GM도 최대 주주가 미국 제너럴모터스이기 때문에 한국GM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했다.
쿠팡 역시 본사가 미국이고, 한국 쿠팡은 자회사 개념이기 때문에 선례처럼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것이 특혜는 아니다.
특히 김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더라도 쿠팡 본사가 미국에 있기 때문에 공시의무 등이 제대로 지켜지는지 감시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공정위는 이번 쿠팡 법인의 동일인 지정을 계기로 동일인 정의와 요건, 동일인관련자 범위 등 지정제도 전반에 걸친 제도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쿠팡 같은 IT 기업은 친족 경영이나 문어발식 경영과는 크게 상관이 없다"며 "상호출자도 하지 않기 때문에 기업 경영을 어렵게 하는 제도는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새로 지정된 기업집단은 쿠팡, 항공우주산업, 현대해상화재보험, 중앙 등 8곳이며, KG는 지정 제외됐다.
/김태헌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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