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류한준 기자] 이제서야 제자리를 찾은 느낌이다. 투수에서 타자 그리고 다시 투수로 돌아간 베테랑 김대우가 소속팀 롯데 자이언츠 마운드에서 든든한 허리 노릇을 하고 있다.
롯데는 지난 27일 잠실구장에서 LG 트윈스를 상대로 주중 원정 3연전 첫날 맞대결을 펼쳤다. 결과는 0-4 패배.
LG 선발투수 정찬헌과 이어 나온 중간 계투진 공략에 타선이 힘들어하면서 영봉패를 당했다. 롯데는 다음날 설욕했다. 선발 등판한 댄 스트레일리(6이닝 무실점) 호투와 결승타가 된 2점 홈런 등 3안타 3타점을 기록한 한동희 활약을 발판으로 2-0으로 이겼다.
스트레일리와 한동희 외에 승리에 힘을 더한 선수가 있다. 뒷문을 잘 지킨 마무리 김원중에 앞서 7, 8회를 각각 무실점으로 막은 김대우와 최준용이다. 그중에서도 김대우는 최근 롯데 중간계투진에서 든든한 허리 노릇을 하고 있다.
김대우는 광주일고 시절 '에이스'이자 4번 타자였다. 메이저리그를 포함한 해외 무대 도전도 충분히 해볼만 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롯데는 2003년 2차 지명으로 그를 선택했다.
기대주이자 유망주였던 김대우는 바로 롯데 유니폼을 입지 않았다. 대학 진학, 군 입대(상무), 해외 진출 도전 등으로 진로를 두고 자리를 잡지 못했다.
그는 2차 지명 후 4년이 지난 2007년 롯데로 왔다. 2009년 4월 25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LG와 홈 경기를 통해 선발투수로 KBO리그 1군 데뷔 무대를 가졌다.
그러나 1군 첫 등판에서 한 경기 5타자 연속 볼넷 허용이라는 KBO리그 최초 기록 주인공이 됐다. 구속은 빨랐지만 제구에 약점을 드러내면서 퓨처스(2군)리그로 갔다. 이후 1군 등판은 2010년 3경기에 그쳤다.
그렇게 잊혀져가던 김대우는 양승호 감독이 팀 지휘봉을 잡고 있던 2012년 타자로 전향했다. 이대호가 2011시즌 종료 후 일본 프로야구로 진출한 뒤 '거포' 부재에 시달린 롯데는 김시진 감독(현 KBO 경기위원, 기술위원장)이 양 감독에 이어 팀을 맡은 2013년 김대우를 4번 타자 후보 중 한 명에 올렸다.
당시 롯데 타격코치를 맡고 있던 박흥식 전 KIA 타이거즈 퓨처스 감독도 김대우의 타자로서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다. 퓨처스리그에서 타격 성적이 눈에 띄게 좋아서였다. 훌리오 프랑코 전 퓨처스 타격코치 역시 타자 김대우를 높게 평가했다.
김대우는 중장거리형 타자로 가능성을 보였다. 하지만 앞서 투수 시절에도 그랬던 것처럼 오래가지 못했다. 파워는 갖췄으나 변화구 대처와 콘택트 능력에서 약점이 분명했다.
그는 2017년 배트를 놨다. 5년 만에 다시 마운드로 올라갔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나이도 들었다. 더이상 기대주는 아니었다. 시즌 종료 후 소속팀과 재계약 여부를 걱정해야할 상황을 맞았다.
투수 김대우가 1군에 설 자리는 없어 보였다. 그는 2019년 1군 마운드에 단 한 경기도 오르지 못했다. 그러나 그때부터 김대우는 30대 중반의 나이로 퓨처스리그 마운드에서 조금씩 투수로 감을 되찾았다. 지난해 1군 마운드로 돌아와 추격조에 주로 나오며 46경기에 등판해 49.1이닝을 소화하며 1패 평균자책점 3.01을 기록했다.
올 시즌 김대우는 데뷔 12년 만에 감격스런 첫 승과 첫 홀드까지 올렸다. 28일 LG전까지 11경기에 나와 10.1이닝을 던지며 1승 1패 평균자책점 1.74라는 성적을 내고 있다.
김대우는 자신의 필승조에 속했다는 평가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는 "우리 팀 필승조 임무를 맡고 있는 구승민과 박진형이 주춤하고 있어 그런 것"이라며 "중간에서 내가 최대한 잘하고 팀을 위해 버텨야 한다는 생각으로 마운드에 오른다"고 말했다.
타자에 대한 미련은 없을까. 그는 "마음은 일본프로야구와 메이저리그에서 투타 겸업을 하고 있는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처럼 하고 싶지만 중간 계투다보니 (투타 겸업은)불가능할 것 같다"고 웃었다. 김대우는 "지금 내가 맡은 임무가 최선이고 당연히 팀 승리만 신경쓰겠다"고 강조했다.
/류한준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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