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삼성전자가 각종 대내외 악재 속에서도 올해 1분기 역대급 실적을 쏘아 올렸다. 이는 반도체 수익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스마트폰과 가전 부문이 시장에서 선전한 결과로 풀이된다. 올해 연간 실적에 대한 기대감도 점차 높아지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1분기 연결기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8.2%, 전분기 대비 6.2% 오른 65조3천885억원을 기록했다고 29일 공시했다. 이는 역대 삼성전자 1분기 최대 매출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3분기(66조9천600억원)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영업이익은 디스플레이 비수기와 반도체 실적 감소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IM, IT·모바일)과 소비자 가전(CE·Consumer Electronics) 수익성 개선 등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5% 증가한 9조3천829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약 14.4%로, 전년 동기(11.7%)보다 높았다.
이같은 실적은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수치다. 시장에선 삼성전자의 1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0.34% 증가한 약 61조485억원, 영업이익이 37.63% 늘어난 약 8조8천734억원일 것으로 예측했다. 또 하이투자·케이프·삼성·유진·신한금융·미래에셋증권 등에선 9조원 이상 영업이익을 전망한 바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디스플레이 비수기 영향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 판매 호조에 힘입어 전분기 매출보다 오름세를 보였다"며 "스마트폰과 TV, 생활가전 판매 호조 등 세트 제품 중심으로 좋은 흐름을 보이면서 전년 동기 대비로도 매출이 큰 폭으로 올랐다"고 말했다.
반도체는 PC와 모바일 중심의 양호한 메모리 출하량에도 불구하고 낸드 가격 하락 지속과 신규 라인 초기 비용 등의 영향으로 전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12.5% 감소한 3조3천700억원에 그쳤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15.5% 줄었다. 이는 2019년 3분기에 3조500억원을 기록한 후 최근 3년 영업이익 중 최저치다.
특히 미국 한파 영향으로 오스틴 공장의 라인 단전과 단수에 따른 생산 차질 영향이 전체 영업이익 하락세를 이끌었다. 업계에선 이번 일로 3천억원 안팎의 영업손실이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또 D램 1z 나노 공정과 낸드 시안 램프업에 따른 초기비용 부담도 이번 실적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시스템LSI 사업에서도 주요 고객사의 스마트폰 조기 출시 영향으로 모바일 SoC, 이미지센서 공급이 늘었지만 파운드리 생산 차질로 DDI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실적이 기대에 못미쳤다. 이에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사업부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외주 파운드리 활용도 확대해 칩 공급 능력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탄력적 가격 정책을 통해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분기에는 오스틴 공장이 완전 정상화되며 평택 2라인 양산을 시작해 하반기 공급 확대를 준비하는 동시에 차별화된 패키지 솔루션을 준비해 기술 리더십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하반기에는 5G 보급 가속화, 기업의 IT 투자 재개, 고객사 안전 재고 확보 등으로 당초 예상보다 더 높은 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디스플레이 사업도 스마트폰 비수기에다 주요 고객사의 부품 수급 차질까지 겹쳐 중소형 디스플레이에서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다만 보급형 스마트폰까지 OLED 채용이 확산되면서 전년 동기 대비로는 성장세를 이어갔다. 디스플레이 부문의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6조9천200억원, 3천6000억원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하반기에는 스마트폰 시장이 경기 회복과 5G 스마트폰 수요 확대로 회복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대형 디스플레이는 차세대 패널인 QD 디스플레이가 프리미엄 TV와 모니터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양산 준비에 만전을 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면 스마트폰과 가전은 '펜트업(pent up·억눌린)' 수요 덕분에 1분기 동안 호실적을 기록했다.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IM 부문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3%, 전분기 대비 30.8% 증가한 29조2천10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4조3천9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5.7%, 전분기 대비 81.4%나 늘었다. 이는 전체 사업 부문 중 가장 많은 수익이다.
이같은 IM 부문의 호실적은 지난 1월 조기 등판한 '갤럭시S21'의 시장 반응이 좋았기 때문이다. 중저가 라인업인 갤럭시A시리즈도 견조한 판매를 지속하며 호실적을 이끌었다. 또 기기 간 연결성을 강화하고 풍부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태블릿·PC·웨어러블 등 갤럭시 생태계 제품군 역시 크게 성장해 실적에 기여하는 비중이 확대됐다.
가전 사업을 담당하는 CE 부문 역시 전년 대비 실적이 크게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1분기 매출은 전년보다 26.1% 증가한 12조9천900억원, 영업이익은 무려 146.7% 급증한 1조1천200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전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4.6% 감소한 반면 영업이익은 36.6% 늘었다.
이는 CE 부문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으로, 보복 소비 수요가 지속되며 가정 내 가전 관심이 커져 주요 제품 판매가 늘어난 영향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소비자 니즈에 맞춘 '비스포크' 제품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 확대로 선진시장뿐 아니라 서남아·중남미 등 신흥시장에서도 전년보다 성장세를 보인 것이 호실적 달성에 도움이 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분기에는 대형 스포츠 이벤트의 영향으로 TV 수요 확대가 예상되지만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시장 불확실성 또한 상존하고 있다"며 "신모델 판매를 본격적으로 확대하고, 고화질·초대형 제품 중심 프로모션을 통해 스포츠 이벤트 수요는 물론, 지속 증가하는 홈 시네마와 홈 엔터테인먼트 수요를 선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 속에도 올 1분기 동안 시설 투자에 대규모 자금을 집행했다. 1분기 시설투자비는 9조7천억원으로, 반도체에 8조5천억원, 디스플레이에 7천억원씩 쓰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메모리의 경우 수요 증가 대응을 위한 평택과 시안 첨단공정 증설과 공정 전환에 투자가 집중됐다"며 "파운드리는 EUV 5나노 등 첨단공정 증설을 중심으로 투자가 집행됐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선 삼성전자가 2분기에는 반도체 중심으로 실적 개선을 이뤄낼 것으로 전망했다. D램 가격 상승이 2분기부터 본격 반영되고 낸드플래시도 상승세로 전환하면서 반도체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점차 높아지는 분위기다.
반면 스마트폰은 신제품 출시 효과가 사라질 것으로 관측했다. 또 반도체 등 부품 공급 부족으로 모바일과 가전 등 세트 부문의 일부 공급 차질이 예상되면서 해당 사업부문의 수익이 1분기보다 감소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올해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66조원, 10조2천억원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며 "반도체 사업부 실적 모멘텀이 부각될 것으로 보이지만 스마트폰 사업의 영업이익이 감소하면서 1분기와 비슷하거나 소폭 상승한 수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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