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제외한 5개 주요 경제단체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을 위해 팔을 걷어 부친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5개 단체는 다음주 중 정부에 이 부회장의 사면과 관련한 건의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이번 일은 손경식 경총 회장 주도 아래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손 회장은 지난 16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열린 부총리·경제5단체장 간담회에서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이 부회장의 리더십이 필요한 시기"라며 사면을 건의한 바 있다.
건의서에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부재가 장기적 투자 결정 지연 등을 초래해 한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이 부회장의 사면을 긍정적으로 검토해주길 바란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재계에서는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이 부회장의 실형이 선고되기 전부터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들을 쏟아냈다. 박용만 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 1월 이 부회장의 선고공판 직전 재판부에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다만 이번 5개 경제단체 건의서에는 전경련은 쏙 빠져 눈길을 끈다. 전경련은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기금 출연을 주도한 것을 계기로 현 정부에 '적폐'로 낙인 찍힌 상태다. 이에 현 정부에서 소통 창구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전경련 패싱'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7~8일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은 경제계와 소통을 위해 대한상의, 경총, 중기중앙회, 중견기업연 회장과 잇따라 만났지만 전경련은 회원사가 중복된다는 이유로 방문하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도 이 부회장의 사면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양향자 의원은 지난 21일 "반도체 전쟁 속에서 정부는 부처별로 정책이 분산되고, 전쟁터에 나간 우리 대표 기업은 진두지휘 할 리더 없이 싸우고 있다"며 이 부회장 사면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오규석 부산 기장군수는 지난 2월에 이어 이달 15일에도 문 대통령에게 이 부회장의 사면을 요청하는 호소문을 보냈다.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도 이 부회장을 사면해달라는 청원글이 연이어 올라왔다. 지난 12일과 16일에 올라온 이 부회장 사면 청원글에는 4일 만에 1만 명이 넘는 국민들이 참여했다.
종교계에서도 이 부회장의 사면을 두고 간절히 호소했다. 대한불교 조계종 교구본사 주지 협의회는 지난 20일 대통령, 국무총리, 법무부장관, 헌법재판소장 앞으로 "이재용 부회장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시길 부탁드린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이 부회장의 사면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뇌물, 알선수재, 알선수뢰, 배임, 횡령 등 5대 중대범죄 사범에 대해서는 사면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 사면을 두고 법률적으로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결국 사면은 문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에 달렸다"며 "일단 곳곳에서 이 부회장의 사면 요청이 빗발치고 있는 만큼 사면에 대한 현실화 여부를 떠나 사회적 통합 측면에서 진지한 논의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가석방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분석했다. 가석방은 형법에 따라 형기의 3분의 1을 채운 수형자가 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통상적으로는 형기의 3분의 2 이상이 지나고 교정 성적이 양호한 수형자들이 가석방으로 출소한다.
이 부회장은 올해 1월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확정받고 재수감되기 전 353일간 수감생활을 했기 때문에 이 요건을 충족했다. 선고일 기준으로 약 1년 반의 형기가 남은 상태로, 앞으로 6~8개월 정도의 형기를 마치면 가석방 심사 대상에 오를 수 있다.
그러나 이 역시도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곳곳에서 사면 요구가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정부가 요지부동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서다. 앞서 박범계 법무부장관은 지난 19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이 부회장의 가석방 내지 사면 문제 등에 대해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박 장관은 "대통령이 반도체와 관련한 판단과 (별개로) 이 부회장의 가석방 내지 사면 문제는 실무적으로 대통령이 특별한 지시를 하지 않은 이상 아직 검토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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