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승권 기자] 최근 제약·바이오 업계가 끊임없는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제네릭(복제약) 생산, 신약 개발 같은 본업을 넘어서 화장품 및 건강기능식품 판매까지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는 것이다.
17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 종근당 등 일부 제약사들은 지난 3월 하순 정기주주총회에서 '사업목적 변경' '사업목적 추가'를 정관 변경 안건으로 통과시켰다. 사업 다각화를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려는 의도가 큰 것으로 풀이된다.
셀트리온은 화장품 및 건강기능식품과 의료기기 사업에 본격 나선다. 지난 3월 열린 주주총회에 '화장품 및 건강기능식품의 제조, 수출, 도매 및 판매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사업목적 추가는 '화장품 및 건강기능식품 제조 및 판매 가능성'에 따른 것이다.
또한 셀트리온은 의료기기와 관련해서도 정관에 있는 '의약품 등의 제조, 수출, 도매 및 판매업 의약품관련 연구 및 개발업' 항목을 '의약품, 의료기기 등의 제조, 수출, 도매 및 판매업과 의약품, 의료기기 등 관련 연구 및 개발업'으로 변경했다. 변경 이유는 진단키트 개발 및 사업 진행 업무를 하기 위함이다.
삼진제약도 3월 주주총회에서 현 사업목적인 '의약품, 의약외품, 건강보조식품 제조 및 도소매업 위생재료, 의료용구 제조 및 매매업'을 '의약품, 의약외품, 건강기능식품 제조 및 도소매업과 위생용품, 의료기기 제조, 매매 및 임대업'으로 변경하는 정관 일부 변경안을 통과시켰다.
종근당 또한 지난달 정기주주총회에서 사업목적에 '연구, 개발, 기술정보, 학술 등의 제공업 및 관련 용역 수탁업'을 신규사업으로 추가했고 휴온스글로벌은 정관에 규정된 부동산사업 영역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 밖에 경동제약은 바이오펀드 사업으로, 신풍제약은 학술연구 등 연구개발업 추가로 정부 수탁 사업으로, 바이넥스는 수출입업, 바이오의약품 등으로 사업을 넓혀가는 추세다.
이 같은 다각화 추진은 지난해부터 중견 중소 제약사들에게서 확연하게 나타나고 있는 흐름이다. 국내 제약 업계 여건 상 의약품 매출이나 자체 연구개발 만으로는 경쟁과 지속 성장에 한계가 있어서다.
또한 코로나19 시대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건드리지 않는 영역에 도전, 외연을 확장하며 매출을 창출하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그만큼 중견 중소제약사들은 상위 제약바이오기업들 보다 코로나19 시대를 헤쳐나가는 데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진단이다. 다각화 영역도 부동산, 인터넷, 의약부외품, 화장품, 의료기기, 통신판매업, 투자업, 임대업, 컨설팅업, 관광숙박업 등 회사별로 다양하다.
하지만 기업들의 문어발식 신사업 확장에 대한 우려도 있다. 상당수 제약바이오 회사가 눈독을 들이고 있는 건기식과 화장품, 반려동물 산업의 경우 '레드 오션'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건기식 시장엔 점유율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인삼공사가 건재하며 종근당, 동국제약, 동아제약 등 몇몇 제약사들도 이미 진출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건기식이나 화장품 사업에 발을 들이는 것은 자칫 출혈경쟁을 촉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10여년 전에 비해 마케팅 경쟁이 거세지면서 각사 판매관리비 부담이 커졌지만 반대로 이익률은 줄어드는 게 현실"이라며 "제약업계에서는 내수 시장 확대를 기대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기업들이 새 먹거리를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승권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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