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LG전자가 26년만에 모바일 사업에서 철수키로 하면서 스마트폰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LG전자의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미미하지만 강세를 보였던 북미 지역과 10%대 점유율을 갖고 있던 국내 시장을 두고 삼성전자와 외산폰들의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5일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LG전자 스마트폰 총 판매량은 2천860만 대, 점유율은 2.2%에 그쳤다.
하지만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북미 시장에선 애플, 삼성전자에 이어 약 10%의 점유율로 3위를 차지하고 있고, 중남미 시장에서도 삼성전자, 모토로라, 샤오미에 이어 애플과 비슷한 4% 점유율로 4위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선 13%다.
이에 LG전자는 북남미 시장과 국내 시장을 주요 타겟으로 삼고 프리미엄부터 보급형까지 다양한 제품을 선보여 왔다. LG전자 스마트폰의 글로벌 판매량 80% 이상은 북남미 시장에서 차지하고 있어 올 초부터 이어진 모바일 사업 철수 소식에도 LG전자는 이 지역에서 스마트폰 판매 확대를 위해 SNS 등을 통해 활발한 마케팅을 벌여 왔다.
하지만 LG전자가 이날 이사회 결의를 통해 스마트폰 사업을 영위하는 MC사업부문의 운영을 중단키로 하면서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사들의 눈치 싸움이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를 지켜온 삼성전자는 LG전자의 빈자리를 노리고 일찌감치 중저가폰 제품 라인업을 다양화 하며 LG폰 고객들을 공략하고 있다. 올 들어 '갤럭시 A12·A32·A42 5G' 등을 출시했고, 오는 6월에는 '갤럭시 A52 5G'도 선보일 예정이다.
최근에는 국내에서 중고폰 보상 프로그램에 'LG폰'을 처음 적용해 눈길을 끌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갤럭시'와 '아이폰'에 대해서만 반납 시 추가 보상 혜택을 제공해 왔다.
하지만 보급형 시장은 중국 업체들의 공세가 만만치 않다. 중국 제조업체인 샤오미는 LG전자의 빈자리를 노리고 최근 보급형 스마트폰 '레드미(홍미) 노트10'을 국내에 선보였다. 샤오미는 지난달 30일 '레드미 노트10'을 국내에 정식 출시했으며 상위 모델인 '레드미 노트 10 프로'를 오는 9일 선보일 예정이다.
또 샤오미는 기기값을 저렴하게 책정하고 이전과 달리 구매처도 대폭 확대했다. LG유플러스의 경우 출고가가 21만8천900원으로 책정된 기본형 모델에 19만1천원에 달하는 공시지원금과 판매·대리점 추가 지원금 15%를 더하면 사실상 '공짜폰'으로 이용 가능하다.
여기에 샤오미는 해외에서 삼성이 선점한 폴더블 시장 공략에도 적극적이다. 최근 '갤럭시 폴드'와 비슷한 외형의 폴더블폰을 출시하며 삼성전자의 제품 초기 가격보다 50만원이나 낮게 가격을 책정했다.
샤오미 외에 오포, 비보 등 또 다른 중국 업체들은 미국 정부의 제재로 스마트폰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화웨이 대신 보급형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유럽, 남미, 동남아에서 입지를 넓히면서 삼성전자의 또 다른 위협군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오포는 중국 시장 내에서 화웨이를 제치고 업계 1위에 오른 한편,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도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는 상태다.
강경수 카운터포인트 연구원은 "오포가 삼성전자의 미래 경쟁사가 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며 "화웨이가 과거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에게 도전장을 내밀기 전에 중국 내수 시장을 평정했던 것처럼 오포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세계 최대 프리미엄폰 시장인 북미 지역에선 애플의 공세가 만만치 않다.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해 2분기 'LG V60 씽큐 5G' 출시 효과로 북미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13.9%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북미 시장 점유율 1위는 애플(36.8%), 2위는 삼성전자(27.1%)가 차지했던 만큼 LG전자 점유율을 누가 흡수하느냐에 따라 북미 시장 순위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관계자는 "북미의 LG전자 점유율을 누가 가져가느냐에 따라 글로벌 점유율 경쟁의 향방도 달라지게 될 것"이라며 "북미는 애플의 안방 무대인 만큼 삼성전자에게 녹록치 않은 싸움이 될 여지가 크다"고 밝혔다.
이어 "애플의 입김과 중국 업체들의 공세가 강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전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입지는 더 위태로워질 듯 하다"며 "프리미엄급에선 애플에, 중저가 시장에선 중국 업체들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는 삼성전자가 '샌드위치'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떤 전략을 펼칠 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입지는 많이 약화된 상태다.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의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19.5%로, 20%대 점유율이 10년 만에 무너졌다. 애플(15.5%), 화웨이(14.4%)가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특히 지난 1월에는 점유율이 15.6%까지 주저 앉으면서 애플(25.4%)에게 잠시 세계 1위 자리를 내줬다. 2월에는 '갤럭시S21' 출시로 23.1%로 회복했으나, LG전자 스마트폰 철수 여파로 앞으로 외산폰들에게 자리를 뺏길 위험이 더 커졌다. 그러나 국내 시장에선 일단 삼성전자가 우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북미 시장에선 애플과 삼성이, 중남미 시장에선 삼성과 모토로라, 중국 업체들이 LG전자의 빈자리를 대신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시장에선 LG폰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갖추고 있는 만큼 LG폰 유저들이 같은 운영체제가 적용된 삼성전자 갤럭시폰으로 대거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65%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고, 애플이 21%, LG전자가 13%, 외산폰이 1%였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선 이번 일로 'LG폰' 사용자들이 삼성전자 '갤럭시'를 택하게 되면서 점유율이 70% 이상 높아질 것이란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한 축을 담당했던 LG전자의 빈자리를 노리고 샤오미 등 중국 업체들이 공세를 펼치고 있지만 브랜드 신뢰도가 낮아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아이폰'이나 프리미엄부터 중저가까지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가진 '갤럭시'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이번 일로 핵심 계열사 인력만 12만3천여 명에 달하는 LG 임직원들의 선택에도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선 안드로이드 체제에 익숙한 직원들이 삼성전자 '갤럭시'를 선택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LG 계열사 내부에선 경쟁사 제품을 사용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에 임직원들은 주로 애플 '아이폰'을 써야한다는 의견이 많다. 애플이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의 주요 고객이란 점도 한 몫 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10월 애플이 출시한 '아이폰12'에 디스플레이 패널을 납품했고, LG이노텍은 '아이폰'에 카메라 모듈 등을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 계열사 한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아이폰에 납품하는 OLED 패널이 많아 아이폰을 쓸수록 이득이라고 보고 아이폰을 쓰자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며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체제에 익숙한 일부 직원들은 '갤럭시'를 사용하되 케이스로 제품을 가리고 사용하겠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LG폰 사용자들의 교체 수요를 확보하는 것이 각 업체들의 점유율 확보전에서 중요한 변수가 됐다"며 "앞으로 이들을 겨냥한 행사가 당분간 활발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장유미 기자([email protected])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