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LG전자가 26년간 이끌어 오던 휴대폰 사업을 오는 7월 말 정리키로 하면서 소재 부품 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LG전자 스마트폰 판매량이 경쟁사들에 비해 많지 않아 당장 큰 영향은 없지만 향후 국내 소재 부품 시장 성장 측면에선 부정적일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의 연간 스마트폰 생산량은 2천만~3천만 대 수준으로, 연간 3억 대를 생산하는 삼성전자에 비해 10분의 1수준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LG전자 스마트폰 총 판매량은 2천860만 대, 점유율은 2.2%에 그쳤다.
국내 시장에서도 LG폰을 쓰는 소비자는 많지 않은 편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LG전자의 점유율은 13%에 불과했다. 10명 중 7명은 삼성전자 '갤럭시'를, 2명은 애플 '아이폰'을, 1명이 LG폰을 쓴 것으로 분석됐다.
이처럼 LG전자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은 만큼 이번 일에 따른 소재 부품 업체들의 타격은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LG전자는 일부 플래그십 모델을 제외한 대부분을 외주 생산에 맡긴 상태로, 전체 스마트폰 생산의 60~70%가 ODM(제조자개발생산)이다. 또 스마트폰 시장에서 입지가 줄어들면서 LG전자 협력사들도 점차 사업이 위축돼 이미 업종을 전환하거나, 신규 사업 물색에 나선 곳들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이 계속 축소되면서 국내 소재 부품 협력사들은 이에 대한 대비를 꾸준히 해 왔다"며 "다만 LG전자 스마트폰 OEM을 담당해 왔던 중국 업체들이 타격을 입으면서 현지 부품 업체들이 좀 더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LG전자 스마트폰에는 카메라 모듈의 경우 중국 업체인 써니옵티컬 등의 비중이 높았고, 패널도 BOE·티안마 등 중국 업체들의 제품이 주로 쓰였다. 반면 LG그룹 내 LG전자 스마트폰 협력사들은 영향이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카메라 모듈 생산 업체인 LG이노텍에선 LG전자 매출 비중이 한 자릿수 초반 수준으로, 카메라 모듈로만 보면 아주 미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와 LG에너지솔루션 역시 LG전자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한 자릿수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가 모바일 사업에서 어려움을 겪으면서 원가 절감을 위해 2년 전부터 중국 업체들의 부품을 많이 썼다"며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 등은 애플과 거래하기 시작한 시점부터 LG전자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현저히 낮았던 상태로, 이번 일에 따른 타격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LG전자가 협력사와 재고 자산 및 투자 비용을 두고 비용 보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의 LG전자 스마트폰 매출 비중은 크지 않다"며 "이번 MC사업부분 철수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로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가 삼성전자만 남게 되면서 중국 부품 업체들의 공세가 더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국내 부품사들 입장에선 중국 업체들에 대한 부담이 점차 커질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 주요 부품 공급사인 BOE, 써니옵티컬 등이 현재 애플에 제품을 많이 공급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LG전자에서 빠진 물량을 채우기 위해 삼성전자를 적극 공략할 가능성이 높다"며 "삼성전자도 가격 경쟁력 확보에 대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만큼 중국 업체들이 생산한 부품을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더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 인도 시장에 출시할 저가 스마트폰 '갤럭시M'의 일부 모델에 BOE 패널을 사용하기로 했다. 작년 9월 공개된 '갤럭시M51'에는 중국 CSOT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업체들의 공세가 더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삼성디스플레이 등 삼성전자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은 곳들의 부담이 더 커질 듯 하다"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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