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지혜 기자] 한국 모빌리티 시장이 글로벌 자본을 등에 업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격전지로 부상했다.
구글로부터 실탄을 확보한 카카오모빌리티와 우버와 손잡은 SK텔레콤이 1위 자리를 두고 경합을 벌인다. 이로써 국내 모빌리티 시장이 춘추전국시대를 넘어 양강 구도로 재편되는 모양새다.
우버와 SK텔레콤의 자회사 티맵모빌리티의 합작사 우티(UT LLC)가 1일 공식 출범했다.
우티 최고경영자(CEO)엔 톰 화이트 우버 한국 총괄이 내정됐다. 앞서 우버는 합작법인에 약 1억 달러(약 1천147억원)를 투자해 지분 51%를 확보한 바 있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SK 출신의 글로벌 재무 전문가인 오명훈 총괄이 맡는다.
우티는 올해 중순 차량 호출 서비스 '티맵택시'와 가맹택시 '우버택시'를 통합한 새로운 서비스와 브랜드를 선보인다. 택시 수요·공급에 따라 요금이 달라지는 탄력요금제나 승객·기사의 안전을 위한 다양한 기능도 준비 중이다. 향후 대리운전·퍼스널모빌리티로 사업을 확대해 통합교통서비스(MaaS)를 구축, 업계 1위 카카오모빌리티의 입지를 흔들겠다는 목표다.
톰 화이트 우티 최고경영자 내정자는 "우버의 기술력과 글로벌 전문성이 티맵모빌리티의 지도 서비스로 구성된 네트워크와 결합한다면 우티는 한국에서 새로운 차원의 서비스와 혁신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카카오모빌리티 대규모 실탄 확보…"글로벌 사업자로 거듭날 것"
공교롭게도 같은 날 카카오모빌리티는 구글 인터내셔널을 대상으로 5천만 달러(약 565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키로 했다. 이는 단순 투자를 넘어 '혈맹'에 가깝다.
양 사는 인공지능·클라우드·사물인터넷 등 관련 기술을 고도화하는 동시에, 카카오모빌리티 플랫폼에 구글 서비스를 더하는 등 국내외에서 신규 사업 기회를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2월에도 글로벌 투자사 칼라일그룹으로부터 2억 달러(약 2천200억원)를 유치하며 3조4천2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자금력 부문에서 우티에 밀렸던 카카오모빌리티가 대규모 실탄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향후 카카오모빌리티는 국내외 기업과의 파트너십 발굴에 적극 나설 예정이다.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는 "구글과 장기적 협력을 통해 글로벌 키플레이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역량 있는 국내 기업들의 혁신 서비스 실현을 돕는 허브 역할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 우티, 카카오모빌리티 독주 제동 걸까
업계에선 카카오모빌리티 독주체제인 국내 택시 시장이 양강 구도로 전환될지 관심이 쏠린다. 현재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호출 ▲가맹택시 두 분야에서 압도적인 1위다.
특히 '카카오T'는 전국 택시기사 23만 명, 일반 가입자 2천800만 명이 이용하는 국내 1위 택시 호출 중개 플랫폼으로, 지난해 시장점유율이 80%에 달했다. 가맹택시 '카카오T블루'는 지난 연말 기준 약 1만6천 대로, 국토부가 집계한 전국 가맹택시(3만539대)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올해는 3만 대로 늘어 전국 택시(27만 대) 10대 중 1대 수준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에 질세라 우티도 관련 서비스를 강화할 전망이다. 국내 1위 내비게이션 서비스 '티맵'과 세계 900여 개 도시에서 축적해온 우버의 모빌리티 노하우를 더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티맵모빌리티는 SK텔레콤으로부터 이전받은 티맵 지도 서비스를 우티에 제공키로 했다. 출시 석 달 만에 1천 대로 확대된 우버택시의 확산세도 주목할 부분이다.
오는 8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시행되는 만큼, 양 사가 플랫폼 운송사업에 도전할지도 관심사다. 플랫폼 운송사업이란 기여금만 내면 '타다 베이직'처럼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는 제도다. 이와 관련해 카카오모빌리티와 우티는 반려동물을 위한 '펫택시' 등 다양한 사업을 고민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5세대 이동통신과 전자결제 시스템을 갖춰 서비스형 모빌리티 사업을 하기에 매력적인 시장이었는데, 그동안 정책 불확실성으로 우버를 비롯한 많은 기업이 어려움을 겪었다"라며 "최근 이 불확실성이 걷힌 데다, 코로나19로 프리미엄 택시 수요가 급증해 글로벌 기업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윤지혜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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