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민지 기자]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속 미국의 전방위 제재에 스마트폰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화웨이가 당초 우려보다 선방하는 성적을 거뒀다. 그동안 축적해둔 반도체 재고로 타격을 최소화했지만, 올해는 성장세를 이어가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달 31일 '2020년 연례 보고서'를 발표했다. 화웨이는 지난해 매출 8천914억 위안(약 153조2천억원), 순이익 646억 위안(약 11조1천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3.8% 3.2% 증가한 수치다.
스마트폰, 노트북, 태블릿PC 등을 담당하는 컨슈머 비즈니스 부문도 소폭 성장세를 기록했다. 이 부문은 전년보다 3.3% 성장한 4천829억 위안(약 82조9천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켄 후 화웨이 순환 회장은 "지난해 화웨이는 예상된 실적을 거뒀다"며 "지난해 스마트폰이 하락했지만, 다른 부문에서 큰 성장해 대부분 상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화웨이가 연이은 악재에도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하지만 예년에 비해 성장세는 크게 둔화된 모습이다. 2019년만 해도 화웨이는 전년보다 19%의 매출 증가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컨슈머 비즈니스 사업부는 34%나 성장한 바 있다.
실제 화웨이 스마트폰은 최근 들어 점유율이 크게 하락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해 4분기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8%로 떨어지며 6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2분기 처음으로 삼성전자를 제치며 분기 1위에 올랐지만, 2개 분기 만에 5계단이나 떨어진 것이다. 지난해 연간으로는 점유율 14%로 3위로 내려앉았다.
올 들어서도 하락세는 이어지고 있다. 화웨이는 지난 2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판매량이 18% 감소하며 점유율 4%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애플은 물론 샤오미, 오포, 비보 등에도 밀려나 6위에 올랐다. 4위인 비보(10%)와의 점유율 격차는 6%포인트까지 벌어졌다.
그동안 '애국 소비'에 힘입어 내수 시장에서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지만, 이 역시 내준 상태다. 당초 화웨이는 중국 시장에서 절반가량의 점유율로 1위 자리를 이어온 바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3위까지 밀려났다. 올 초에는 애플에게까지 밀리며 4위로 내려가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화웨이가 예상보다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스마트폰의 기여도는 상당히 떨어졌을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타격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다른 부문에서 실적을 방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화웨이는 미국 제재에 대응하기 위해 자체 운영체제(OS)인 하모니 OS를 출시할 예정이다. 아울러 'AI 라이프 전략'인 '1+8+N'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 전략에서 '1'은 스마트폰을, '8'은 스마트TV, 태블릿, PC, 자동차, 이어버드, 워치, 글래스, 오디오 등 디바이스를, 'N'은 IoT 하드웨어 등 생태계 파트너들의 참여를 의미한다.
켄 후 회장은 "화웨이 업무 전략의 큰 방향은 변하지 않았다"며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시설과 소비자 체험에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민지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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