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한수연 기자] 금융소비자보호법(이하 금소법) 시행으로 증권가도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이미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태로 곤욕을 치른 증권사들은 관련 조직을 재정비하는가 하면 관피아 사외이사들을 대거 선임해 만반의 준비에 나섰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지난달 정영채 대표이사 사장을 금융소비자보호협의회 의장으로 앉혔다. 2019년 말 독립 금융소비자보호총괄책임자(CCO)를 선임해 이 내부기구를 운영해온 데 이어 이번엔 의장을 기존 CCO에서 정 대표로 격상한 것이다.
NH투자증권 금융소비자보호협의회는 CCO 직속으로 설치된 금융소비자보호 전담 기구다. 준법감시본부장 등 관련 본부 임원들을 위원으로 구성해 금융소비자보호 현안에 대한 정책을 결정한다. 옵티머스 펀드 최대 판매사(4천329억원)로 골머리를 앓은 만큼, 금소법 취지에 맞게 정 대표가 직접 소비자 보호 기구를 관리하겠단 의도로 풀이된다.
금소법 법안 처리가 급물살을 타게 한 라임 펀드 판매 증권사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신한금융투자는 작년 하반기 금융투자상품 공급부서를 IPS(투자 상품 및 서비스) 본부에 편제해 공급 체계를 일원화하고 상품감리기능을 강화했다.
또한 투자상품 선정과 출시를 결정하는 의사결정기구(상품전략위원회)와 협의체(금융소비자보호협의회)에 금융소비자 권익을 보호할 CCO, 금융소비자보호센터의 책임자 및 실무자를 합류시켰다. 이로써 판매상품을 확정하는 상품출시위원회에서 출시가 의결된 상품이라도, 최종적으로 CCO가 거부권을 행사하면 상품은 출시될 수 없게 했다.
대신증권도 지난해 조직개편을 통해 CCO를 분리 독립하고 산하에 상품내부통제부를 신설해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을 부여했다. 이 부서는 투자상품 도입의 핵심의결기구인 리테일상품리스크검토위원회에 개입해 여기서 승인한 상품이라도 판매를 취소할 수 있는 권한을 지녔다.
◆ 관피아·법조출신 인사 대거 선임…현장선 우려도
증권사들은 금융당국이나 법조계 출신의 소위 '힘 있는' 인사 영입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관피아를 인사로 앉혀 금소법 시행에 행여라도 발생할 금융당국과의 공방에 대비하기 위한 복안이다.
라임 펀드 사태로 박정림 대표이사 징계 논의가 현재진행형인 KB증권은 지난 18일 주주총회에서 민병현 금융감독원 전 부원장보를 상근감사위원으로 선임했다. 민 전 부원장보는 금감원 금융투자감독국장과 기획조정국장을 거쳐 2016~2019년 금융투자 감독·검사담당 부원장보를 역임했다.
삼성증권은 지난 19일 주주총회에서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임 전 위원장은 기획재정부 제1차관, 국무총리실장 등을 지낸 정통 관료다. 2015~2017년 박근혜 정부 시절 금융위원장까지 역임한 바 있다.
현대차증권도 같은 날 윤석남 전 금융감독원 회계서비스국장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또 사외이사인 감사위원으론 손인옥 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을 재선임했다.
하나금융투자는 법조계 출신을 데려온 경우다. 이 증권사는 전일 주주총회에서 남기명 전 법제처장(장관급)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남 전 처장은 1976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법제처에서 30여년 동안 근무한 인물로 지난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립준비단장을 역임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이날 개최하는 주주총회에서 김용대 전 서울가정법원장을 사외이사로 새로 앉힌다. 30년간의 법관 생활을 끝에 지난달 막 법복을 벗은 인사다. 키움증권도 오는 29일 전 광주고검 차장검사인 이석환 법무법인 서정 대표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한다. 그는 앞서 KTB투자증권 사외이사로도 활동한 바 있다.
증권사 내부에서도 최근 조직 정비와 인사 영입이 금소법 시행을 의식한 것임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특히 금소법 시행령과 감독규정이 지난 17일에야 나오면서 현장의 우려가 커졌단 설명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시행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시행령이 마련돼 내부통제나 전산개발 등 여러 측면에서 충분한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취지와 달리 관피아만 웃게 된 게 아닌가 하는 자조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수연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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