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한수연 기자] 코로나19 이후 국내 증시의 새로운 주체로 떠오른 '동학개미'들이 정작 지난해 주식시장에서 거둔 이익보다 거래에 더 많은 비용이 쓴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직후인 지난해 2월부터 올해 1월까지 개인투자자가 국내 증시에서 올린 거래이익은 13조원에 달했다. 이는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시가총액의 95%를 차지하는 1천807개 종목을 대상으로 집계한 결과로 절대 적지 않은 금액이다.
그러나 동학개미들이 이들 주식을 거래할 때 쓴 비용을 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 기간 개인투자자는 주식거래세 9조8천억원, 위탁매매수수료 3조9천억원 등 총 13조7천억원을 치렀다.
단순 계산해도 거래이익보다 7천억원을 더 쓴 것인데, 결국 13조원이란 적지 않은 이익을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로 막대한 거래비용이 발생했단 얘기다.
제약·바이오 업종에서는 그나마도 거래이익이 타 업종 대비 미미했는데 거래비용은 4조원이나 발생했다. 투자는 많이 했지만 대부분이 손실을 보며 거래비용만 치렀단 해석이 가능하다.
결국 코로나19 국면에서 동학개미들의 투자 종목이나 거래 시점 선정이 비효율적이었다는 분석이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개인투자자가 같은 기간 이들 주식을 매일 동일한 금액만큼 매수, 동일한 금액만큼 매도했다고 가정하면, 해당 순매수 대금을 균등 분할해 시장 포트폴리오에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것과 같다"며 "전체 거래대금을 실제와 동일하게 설정하면 거래이익은 실현된 거래이익보다 6조5천억원 많은 것으로 나온다"고 짚었다.
특히 여기엔 동학개미들이 자신이 가진 정보가 더 정확하다고 믿는 '과잉확신'과 '주식투자가 대박의 기회'라고 생각하는 인식이 작용했다는 평가다. 그리고 이들 인식은 거래빈도를 급격하게 늘려 더 큰 비용을 치르게 한단 설명이다.
김 선임 연구위원은 "불확실성이 높은 주식시장에 직접 참여하는 투자자들은 기본적으로 과잉확신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우수한 성과는 '내 능력', 저조한 성과는 '운 탓'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이 과잉확신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실증적으로 과잉확신 경향을 가진 투자자는 거래빈도가 높고, 결과적으로 투자성과는 저조하다"며 "주식투자가 대박이란 인식을 가진 투자자의 경우에도 극단적인 수익률이 주는 자극을 추구해 투자 종목의 교체가 잦고 거래빈도가 높게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이 같은 흐름이 나타날 경우 동학개미들의 투자 또한 지속되기 어렵단 점이다. 이익보다 비용이 큰 데다 수익률까지 저조할 가능성에서다.
김 선임 연구위원은 "주식시장에서 개인투자자에게 실패를 통한 학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코로나19 국면에서 개인투자자의 거대한 투자수요로 한국 증시의 성장 잠재력이 확인됐지만, 한편으로는 코로나19 이후 나타날 수 있는 과잉거래의 후유증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한수연 기자 [email protected]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