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뷰티업계 '부동의 1위'를 지켜온 아모레퍼시픽의 아성이 무너졌다. 중국 시장에서 빠른 회복세를 보이며 16년 연속 성장 곡선을 그려온 LG생활건강이 아모레퍼시픽을 끌어내리고 업계 1위에 올랐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지난해 4조9천301억 원의 매출과 1천507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21.5%, 영업이익은 69.8% 줄었다.
주력 계열사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매출 4조4천322억 원, 영업이익 1천430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20.6%, 영업이익은 66.6% 줄어들었다. 순이익은 219억 원으로 같은 기간 90.2% 줄었다.
아모레퍼시픽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1조1천569억 원, 영업손실은 92억 원, 순손실은 589억 원으로 나타났다. 영업손실은 지난해 연말 단행한 희망퇴직으로 인한 비용이 반영된 것이다.
◆ '코로나 보릿고개' 넘지 못한 아모레퍼시픽…결국 업계 2위로
아모레퍼시픽은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며 면세, 로드샵 등 시장이 급격히 위축됨에 따라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LG생활건강에 비해 화장품에 집중돼 있는 사업 포트폴리오로 인해 별도의 실적을 낼 수 있는 계기 자체가 부족했을 것이라는 평이다.
지난해 아모레퍼시픽의 국내 매출은 2조7천64억 원으로 전년 대비 23.1% 줄었으며 해외에서는 16% 감소한 1조7천453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국내 1천172억 원, 해외 179억 원으로 각각 63%, 83% 줄었다. 이니스프리, 에뛰드, 에스쁘아, 에스트라, 아모스프로페셔널 등 계열사의 매출도 모두 줄어들었다.
유동인구 감소 및 일부 매장 단축 영업 등이 이어지며 오프라인 채널 매출이 전년 대비 하락세를 그렸고, 외국인 관광객의 발걸음이 끊기며 면세 채널에서도 부진이 이어졌다. 다만 최대 시장인 중국의 코로나19 사태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며 하반기를 기점으로 면세 사업은 성장세로 다시 돌아섰다.
이에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올해 '재정비'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1분기 내 브랜드 리뉴얼, 오프라인 사업 재조정을 통한 이커머스 집중, 연구개발에서 경영관리 전반에 걸친 디지털 전환 등 사업 구조 재편에 나설 예정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이를 위해 주력 브랜드인 설화수, 라네즈를 본부 단위로 승격시키는 등 내부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또 네이버, 11번가, 쿠팡, 카카오 등 주요 이커머스 플랫폼과의 협업 관계도 강화해 디지털 마케팅 역량도 확충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지난해 연말 창사 최초로 시행한 희망퇴직의 효과도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아모레퍼시픽그룹 관계자는 "사업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해 올해 그룹 매출 5조6천억 원과 3천800억 원의 영업이익 달성을 목표로 할 것"이라며 "수익성 있는 성장을 위한 사업 체질 개선 작업을 지속해 건강기능식품, 더마 코스메틱 등 신성장 동력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차석용 매직' 증명한 LG생활건강…화장품마저도 1위 등극
반면 LG생활건강은 코로나19 영향을 최소화하며 성장에 성공했다. 특히 화장품 시장에서도 코로나19의 영향에도 한 자릿수 감소율만을 기록했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매출 7조8천445억 원, 영업이익 1조2천209억 원을 거뒀으며 당기순이익은 8천131억 원이다. 모두 창사 이래 최고 수준이다.
뷰티 부문은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아 전년 대비 6.1% 줄어든 4조4천581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아모레퍼시픽을 259억 원 앞선 수치다. 영업이익은 8.3% 줄어든 8천228억 원이었다. 전반적 소비 침체는 피하지 못했지만 중국 시장에서 후, 오휘, 숨 등 프리미엄 수요가 꾸준히 증가해 타격을 최소화했다.
샴푸, 치약, 바디워시 등 생활용품 사업부문은 매출 1조8천733억 원, 영업이익 2천53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25.9%, 영업이익은 63% 늘었다. 음료 부문도 매출 1조5천132억 원, 영업이익 1천928억 원을 거두며 각각 4.3%, 26.2% 성장했다.
결국 3개 분야로 나뉘어진 '포트폴리오의 힘'을 증명하며 코로나19 사태라는 역대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간 가운데 '맞수' 아모레퍼시픽을 처음으로 앞서는 결과까지 창출한 셈이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사업 시작 이래 처음으로 3개 사업 모두 국내 업계 1위를 달성하는 성과를 거뒀다"며 '코로나19 상황에도 글로벌 시장서 선전하며 위기를 최소한 영향"이라고 말했다.
이현석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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