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한수연 기자] 연초 거침없이 치솟던 국내 증시가 미국 비디오게임 유통 체인 '게임스탑(Gamestop)' 이슈에 코스피 3000선을 오르내리며 우려를 낳고 있다. 미국에서 벌어진 개인과 기관의 ‘공매도 전쟁’과 그에 따른 증시 불안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게임스탑이 촉발한 변동성이 나비효과를 불러 코스피가 조정 국면에 접어들 것이란 시나리오에서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조정이 단기에 그칠 것이란 분석이지만, 이미 증시가 과열된 상태인 만큼 당분간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단 설명이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70%(80.32포인트) 오른 3056.53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달 26일 이후 4거래일 연속 떨어지며 장중 3000선을 내어준 코스피가 모처럼 반등에 성공한 것이다.
그간 앞다퉈 지수를 끌어내린 기관과 외국인도 4거래일 만에 포지션을 바꿨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기관은 6천898억 원, 외국인 1천326억 원 순매수로 거래를 마쳤다.
사정이 이렇자 최근 하락이 단기적 조정일 뿐이란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증시 변동성이 커진 것 맞지만,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들의 강력한 경기부양책이 예정된 만큼 약세장으로의 전환은 아니란 분석이다.
안소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게임스탑 이슈로 주식시장에 비이성적 과열에 대한 우려가 형성됐다"면서도 "그러나 최근 증시 랠리를 이끈 동력인 저금리와 올해 경기 회복 기대감이 훼손된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장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의 고압경제를 토대로 부양책이 실행되면 미 경기는 살아나고 한국 경제도 직간접적 혜택을 받게 된다"며 "상승 랠리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긍정했다.
더욱이 게임스탑 공격에 헤지펀드 자금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단 시각도 과도하단 설명이다. 헤지펀드계 자금 이탈은 지난해 말부터 있었던 현상으로, 최근 조정이 게임스탑 때문만은 아니란 것이다.
서상영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헤지펀드로 알려진 외국인 자금은 지난해 11월까지 시장에 대거 유입됐다가 이후 다시 빠져나가고 있는데, 이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며 "코로나19 백신 지연과 중국 인민은행의 긴축 이슈 등이 겹쳐 헤지펀드들이 매물을 내놓고 있는 것일 뿐, 게임스탑으로 인한 헤지펀드의 마진콜(Margin call·추가 증거금 납부) 조정론은 무리가 있다"고 짚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스트래터지스트는 "게임스탑 사태로 증시 조정 논란이 일고 있지만, 과거 거품 붕괴의 징후인 ▲비이성적인 가격 상승 ▲중앙은행의 긴축 및 과도한 레버리지 후유증 ▲실적 및 경기 사이클 전환 등 측면에서 거품이 붕괴되고 있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라며 "너무 위축되지 말고 기회 측면에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다만 외국인과 기관이 포지션을 바꾼 지 겨우 하루밖에 되지 않은 데다 게임스탑 이슈가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는 '나비효과'의 가능성을 지녔단 점에선 장기적으로 우려 요인이 될 수도 있단 평가다.
서정훈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게임스탑이란 전례 없는 소동이 경계감을 자극하고 있는 것은 인정해야 한다"며 "결국 본질은 과열에 대한 우려이고, 예기치 못한 이벤트로 주식 적정 밸류에이션에 대한 중요성이 환기된 상황에서 이에 걸맞은 투자를 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효석 SK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게임스탑 사태는 기존 투자전문가들에 대한 불신과 사회적 불평등 심화 같은 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된 것으로 단순히 유동성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이 잠깐 흥분한 것이라고 폄하하면 안 된다"라며 "여전히 주식 투자와 관련된 매크로 환경은 좋지만, 투자자 관점에서 불확실성에 따른 최악의 시나리오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수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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