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강길홍 기자] '리틀 정주영'으로 불렸던 정상영 KCC 명예회장이 별세하면서 현대그룹 창업 1세대가 막을 내리게 됐다. 빈소가 마련된 서울 아산병원에는 고인을 추모하고 유족을 위로하기 위한 현대가(家)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31일 KCC에 따르면 정 명예회장은 30일 저녁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6세. 유족으로는 부인 조은주 여사와 정몽진 KCC회장, 정몽익 KCC글라스 회장, 정몽열 KCC건설 회장 등이 있다. 유족들은 한자리에 모여 임종을 지킨 것으로 전해졌다.
故 정상영 명예회장은 '왕회장’으로 불렸던 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막냇동생이다. 1936년 생으로 한국 재계에서 창업주로서는 드물게 60여년을 경영일선에서 몸담으면서, 국내 기업인 중 가장 오래 경영현장을 지켜온 기업인으로 꼽힌다.
1958년 스레이트를 제조하는 '금강스레트공업주식회사'를 창업했다. 맏형인 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뒷바라지를 마다하고 오롯이 스스로 자립하는 길을 택했다. '금강'이라는 사명은 정주영 명예회장이 지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1974년에는 '고려화학'을 세워 유기화학 분야인 도료사업에 진출했으며, 1989년에는 건설사업부문을 분리해 금강종합건설(현 KCC건설)을 설립했다. 2000년 금강과 고려화학을 합병해 금강고려화학을 출범시켰고, 2005년에 현재의 사명인 KCC가 됐다.
정 명예회장은 '산업보국' 정신으로 한국경제 성장과 그 궤를 같이 하며 현장을 중시했던 경영자였다. 첨단 기술 경쟁력 확보에도 앞장서 1987년 국내 최초로 반도체 봉지재(EMC) 양산화에 성공했으며, 반도체용 접착제 개발 및 상업화에 성공하는 등 반도체 재료 국산화에 힘을 보탰다. 1996년에는 수용성 자동차도료에 대한 독자기술을 확보함으로써 도료기술 발전에 큰 획을 그었다.
2003년부터는 전량 해외로부터 수입에 의존하던 실리콘 원료(모노머)를 국내 최초로 독자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로써 한국은 독일, 프랑스, 미국, 일본, 러시아, 중국에 이어 실리콘 제조기술을 보유한 일곱 번째 국가가 됐다. KCC는 2019년 5월 모멘티브 인수를 완료하면서 단숨에 세계 2위 실리콘 기업으로 뛰어 오르기도 했다.
또한 정 명예회장은 소탈하고 검소한 성격으로 평소 임직원들에게 주인의식과 정도경영을 강조하며 스스로 모범을 보인 경영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인재 육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동국대, 울산대 등에 사재 수백억원을 쾌척하기도 했다.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 하기 위해 현대가 인사들의 조문이 이어지고 있다. 조문 첫째 날인 31일 오전에는 고인의 조카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가장 먼저 빈소를 찾았다.
정 이사장은 아들인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과 함께 이날 오전 10시께 빈소에 도착했다. 두시간가량 빈소에 머물다 나온 정 이사장은 "초등학교 때 집에 막냇삼촌이 이사를 왔고 2년을 같이 살았다"고 고인을 추억하면서 "참 슬프다"고 말했다.
현대가 장자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오후 1시 50분께 빈소를 찾았다. 정 회장은 배우자인 정지선 여사, 큰누나인 정성이 이노션 고문, 매형인 선두훈 대전선병원 이사장과 함께 빈소에 왔다. 정 회장은 1시간가량 빈소에 머물다 나오면서 "정말 안타깝다"고 말했다. 제네시스 GV80를 몰고 장례식장에 도착한 정 회장은 떠날 때도 직접 운전했다.
이와 함께 정몽혁 현대종합상사 대표이사, 정몽규 HDC 회장, 정몽석 현대종합금속 회장, 정몽국 엠티인더스트리 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정경선 루프임팩트 대표 등 현대가의 조문행렬이 이어졌다.
이밖에 이해전 전 더불어민주장 대표, 윤세영 태영그룹 명예회장, 전필립 파라다이스그룹 회장, 최삼규 이화공영 회장, 김창준 워싱턴포럼 이사장, 임석정 SJL파트너스 회장,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회장,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 박성욱 아산의료원장, 박승일 아산병원장, 허재 전 KCC이지스 감독, 이주환 의원, 장정길 전 해군 참모총장, 이택순 전 경찰청장, 김정섭 공주시장 등 정·재계 인사들의 조문도 줄을 잇고 있다.
한편 고인의 발인은 다음달 3일 오전 9시다. 장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가족 선영인 것으로 알려졌다.
KCC 측은 "장례는 고인의 뜻에 따라 최대한 조용하고 간소하게 치를 예정"이라며 "조문과 조화는 정중하게 사양하고, 빈소와 발인 등 구체적인 일정도 외부에 알리지 않기로 했음을 양해 바란다"고 밝혔다.
강길홍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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