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LG전자가 지난 한 해 동안 코로나19 위기에도 불구하고 주력 제품의 판매 호조로 매출 63조 원대, 영업이익 3조 원대를 달성했다. 특히 펜트업(pent up·억눌린) 수요 덕분에 가전 사업 매출이 크게 늘었고, 하반기부터 자동차 부품 수요가 회복된 덕분에 10년 만에 최대 실적을 올렸다.
LG전자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63조2천620억 원, 영업이익 3조1천950억 원, 영업이익률 5.1%를 달성했다고 29일 공시했다. 이는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을 도입한 2010년 이후 각각 사상 최대치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1.1% 증가했고 이번에 처음으로 연간 3조 원을 넘었다. 매출액도 전년 대비 1.5% 늘어 4년 연속 60조 원을 상회했다.
이같은 호실적을 견인한 것은 코로나19 수혜를 누린 '가전' 덕분이다. 집콕 및 비대면 트렌드 확산 덕분에 LG전자의 주력 제품군인 위생가전과 공간 인테리어 가전, 대형 프리미엄 TV, IT 기기 등의 판매량이 급증하며 실적을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덕분에 H&A사업본부는 스타일러, 건조기, 식기세척기 등 스팀 가전으로 대표되는 신가전 판매 호조, 렌탈 사업의 매출 확대 등에 힘입어 연간 기준 매출액 22조2천691억 원, 영업이익 2조3천526억 원을 달성했다. 각각 역대 최고 실적이다. 연간 영업이익률(10.6%)도 처음으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매출액은 5년 연속, 영업이익은 6년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전장사업은 지난해 초 북미와 유럽 지역 완성차 업체의 가동 중단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하반기부터 조업이 정상화되면서 자동차 부품 수요가 회복세로 돌아섰고 신규 프로젝트의 매출이 늘어나며 VS사업본부는 연간 기준 최대 매출액(5조8천15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상고하저' 징크스도 깨졌다. LG전자는 보통 4분기에 연말 소비 시즌 도래로 프로모션이 확대되며 실적 악화를 겪어 왔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인해 가전과 TV의 온라인 판매가 늘어나면서 수익성이 개선됐다. 또 신(新)가전으로 불리는 스타일러(의류관리기), 건조기, 식기세척기 등의 인기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의 판매 증가 등이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4분기 전사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8조7천808억 원, 6천502억 원이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9%, 538.7%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3.5%다. 매출액, 영업이익, 영업이익률 모두 역대 4분기 가운데 가장 높다. 매출액은 역대 분기 기준 처음으로 18조 원을 상회하며 연간 기준 최대 매출 달성에 기여했다.
사업 부문별로 HE사업본부는 매출액 4조2천830억 원, 영업이익 2천45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북미,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판매가 늘며 8분기만에 4조 원대 매출을 회복했다. 영업이익은 LCD 패널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했지만 올레드 TV, 나노셀 TV 등 프리미엄 제품의 판매 비중 확대와 효율적인 자원 운영 등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2.5% 늘었다.
VS사업본부는 매출액 1조9천146억 원, 영업손실 20억 원을 기록했다. 분기 매출액은 전 분기에 이어 H&A본부와 HE본부 다음으로 많다.
LG전자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상반기에 완성차 업체의 자동차 부품 수요가 주춤했지만 하반기 들어 점차 회복되면서 4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1.3% 늘었다"며 "수요가 회복됨에 따라 매출이 증가하고 원가구조 개선이 이어져 영업손실은 전년 동기 대비 큰 폭으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BS사업본부는 매출액 1조5천85억 원, 영업이익 703억 원을 거뒀다. 노트북, 모니터와 같은 IT 제품은 재택근무, 온라인 교육 등으로 수요가 이어지며 매출 증가에 기여했다. 영업이익은 주요 부품의 가격 상승, 물류비 인상 등으로 인해 전년 동기 대비 소폭 감소했다.
최근 정리 수순에 들어간 MC사업본부는 지난해 4분기 동안 1조3천85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1조3천200억 원)보다 소폭 상승한 수치다. 영업손실은 2천485억 원으로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전분기에 비해서는 매출과 수익성이 모두 악화됐다. 지난해 3분기 매출액은 1조5천200억 원, 영업손실액은 1천484억 원이었다.
LG전자 관계자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판매가 감소하고 4G 스마트폰에 탑재하는 칩셋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매출액과 손익이 영향을 받았다"며 "모바일 사업과 관련해선 현재와 미래의 경쟁력을 냉정하게 판단해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보고, 현재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사업 운영 방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올해도 전 사업 영역에 인공지능, 5G, 사물인터넷(IoT), 모빌리티 등 핵심 기술을 광범위하게 접목해 고객가치 기반의 성장과 변화를 만들어 가며 호실적 행진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특히 위생 가전과 공간 가전, 올레드 TV 등 프리미엄 제품의 판매 확대를 추진하고 비대면 트렌드로 인해 생긴 제품 수요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생활가전은 불확실한 시장 환경이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이라며 "H&A사업본부는 시장 변화에 적기 대응해 매출 성장세를 유지하고 원가구조 개선과 자원투입 최적화를 통해 수익성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TV 시장과 관련해선 비대면 트렌드의 영향으로 집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글로벌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HE사업본부는 올레드 TV, 나노셀 TV, 초대형 TV 등 프리미엄 제품을 중심으로 판매를 확대해 매출을 늘리고 수익성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VS사업본부는 올해 흑자전환을 위해 수익 창출 기반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또 사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차량용 소프트웨어 역량을 강화하고 전기차 부품 합작법인인 '엘지마그나 이파워트레인(가칭)'을 조기에 안정화시킨다는 계획이다.
BS사업본부는 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앞세워 매출을 확대하고 수익성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LG전자 관계자는 "IT 사업은 지속적인 비대면 트렌드로 인해 늘어난 수요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인포메이션 디스플레이 사업은 교육, 기업 등 주요 버티컬(Vertical, 특정 고객군)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태양광 사업은 제품 경쟁력을 강화해 매출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LG전자는 역대급 실적에 힘입어 지난 28일 이사회를 통해 보통주 1주당 1천200원, 우선주 1주당 1천250원을 현금배당키로 했다. 지난해 750원, 800원보다 약 60% 늘었다. 이는 2010년 이후 11년 만에 가장 많은 금액이다.
장유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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