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삼성전자, TSMC 등에 반도체 장비를 공급하는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이 지난해에도 실적 고공 행진을 이어갔다. 각 기업들이 초미세공정 경쟁력 강화에 나서면서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대거 구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ASML은 20일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ASML의 지난해 매출액은 140억 유로(약 18조7천억 원)로 전년(118억 유로) 대비 18.6% 증가했다. ASML의 매출액은 지난 2015년 63억 유로 수준이었으나 5년 만에 2.2배 늘었다.
지난해 순이익은 36억 유로(약 4조8천억 원)에 달했다. 이는 전년(26억 유로)보다 38.5% 증가한 수치다. 매출 총이익률은 48.6%를 달성했다.
피터 베닝크 ASML CEO는 "지난해 연 매출에는 31대의 EUV 시스템 매출 45억 유로가 반영돼 있다"며 "지난해에는 ASML에게 매출과 영업이익 면에서 큰 성장을 보여준 한 해였다"고 평가했다.
ASML의 같은 해 4분기 매출액은 전년보다 3억 유로 상승한 43억 유로(약 5조7천500억 원), 순이익은 14억 유로(약 1조8천700억 원)를 기록했다. 매출 총이익률은 52%다. 이 기간 동안 매출은 3분기에 제시한 전망치를 웃돈 수치다.
베닝크 CEO는 "지난해 4분기 동안 DUV 시스템 판매 증가와 ASML 시스템 업그레이드 패키지 매출 덕분에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매출을 달성할 수 있었다"며 "4분기에 9대의 EUV 시스템을 선적했고, 이 중 8대의 시스템을 4분기 매출로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4분기의 예약 매출액은 42억 유로를 기록했다"며 "여기엔 11억 유로의 EUV 시스템 6대에 대한 금액이 포함됐다"고 덧붙였다.
ASML의 이같은 실적을 견인한 것은 반도체 노광장비다. ASML은 EUV 광원을 활용한 원천 노광 기술을 기반, 장비 한 대당 1천500억 원 이상의 EUV 노광기를 판매하고 있다. 최근 반도체 미세공정 경쟁에 불이 붙으면서 ASML이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는 EUV 노광장비에 대한 수요는 폭발적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TSMC의 EUV 노광장비 확보 경쟁은 치열하다.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 육성계획인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하는 등 파운드리 1위인 대만 TSMC를 추격하기 위해 초미세공정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EUV 노광장비를 대거 구매하고 있는 상태로, 지난해 10월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ASML 본사에 방문해 EUV 장비 확보에 나서 주목 받기도 했다. 삼성이 이 때 약속 받은 물량은 10대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쟁사인 대만 TSMC는 지난해 말까지 ASML로부터 EUV 장비 50대를 공급받은 것으로 전해져 삼성전자와의 점유율 격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TSMC가 올해 250억~280억 달러(약 27조~31조 원)의 설비투자를 하겠다고 발표한 상태로, 삼성전자가 격차를 좁히기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 받아 재구속돼 총수 공백이 생긴 것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TSMC는 올해 설비 투자의 80%를 초미세화 선단공정(3, 5, 7나노)에 사용할 예정이다. 이는 5나노 이하 공정 수행을 위해 대당 1천700억∼2천억 원에 달하는 극자외선(EUV) 장비 매입을 확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TSMC가 이렇게 많은 자금을 설비투자에 쏟아붓는 것은 5나노미터(㎚) 이하 초미세화 공정에서 TSMC의 팹리스(반도체 설계회사) 고객인 애플과 AMD, 엔비디아, 퀄컴 등의 주문량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최근 첨단 공정의 외주화를 검토하고 있는 인텔 물량도 포함됐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ASML은 올해도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베닝크 CEO는 "2021년 역시 로직 반도체의 강한 수요와 메모리 부분의 시장 회복이 지속돼 올해도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IT 인프라, IT 소비재, 자동차, 산업 분야의 기술 혁신이 반도체 산업의 성장을 이끄는 중요한 요소로, ASML의 모든 사업분야에서 긍정적인 수요를 창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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