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선고를 하루 앞두고 곳곳에서 선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마지막 결정을 내려야 하는 재판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경제계는 이 부회장의 부재가 삼성뿐 아니라 국가 경제에도 상당한 타격을 줄 것이란 이유를 앞세워 이 부회장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17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부는 오는 18일 이 부회장에 대한 파기환송심 선고를 내릴 예정이다.
지난 2016년 11월 참여연대의 검찰 고발로 시작된 삼성의 '사법 리스크'는 5년이 넘게 이어졌다. 이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에게 그룹 경영권 승계 등을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뇌물을 건넨 혐의(뇌물공여) 등으로 지난 2017년 2월 기소됐다.
이후 이 부회장은 검찰에 10차례 소환돼 조사를 받았고, 구속영장실질심사만 3번 받았다. 특검에 기소돼 재판에도 80여 차례 이상 출석했다. 1심은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고, 2심은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상고심에서 일부 뇌물 혐의를 추가로 인정하고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 보냈다.
재계에선 유죄로 인정된 액수가 파기환송 전 1심보다 적고 2심보다는 많은 상황인 만큼 이에 맞춰 형량이 나올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뇌물 액수가 큰 데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에게 중형이 선고된 점을 고려하면 이 부회장도 실형을 피하기 쉽지 않을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권고 대로 삼성이 준법감시위원회를 설치해 어느 정도 실효성이 입증된 만큼 양형에 참작돼 집행유예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는 판단이다.
이에 경제계는 이 부회장이 정치적 사건에 연루돼 지난 몇 년간 곤욕을 치렀던 만큼 이번엔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를 통해 경영 활동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호소문을 통해 이 부회장에 대한 사업부의 선처를 주장하고 나섰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이 부회장이 기업 경영 활동에 전념함으로써 중소기업과 상생하고 적극적인 미래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리더십을 적극 발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우리나라 경제구조상 대기업의 투자확대 여부는 663만 중소기업 발전과 직결돼 있다"며 "중소기업 10개 중 4개가 대기업과 협력관계에 있고, 대기업 수급 중소기업은 매출액의 80%이상이 협력 대기업과의 거래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오너십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삼성이 우리경제에 차지하는 역할과 무게를 감안하면 당면한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고, 우리나라 경제생태계의 선도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이 부회장이 충분히 오너십을 발휘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재계를 대표하는 주요 경제단체 수장 중 처음으로 이 부회장의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박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으로 재직하는 7년여 동안 기업인 재판에 탄원서를 제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한국 경제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삼성의 총수인 이 부회장이 다시 구속되면 삼성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7일에는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이 재판부에 이 부회장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를 제출해 눈길을 끌었다. 안 회장은 "최근 삼성의 변화를 위한 노력이 과거와 확연히 다른 점은 자발적인 움직임이라는 것"이라며 "온전한 한국형 혁신벤처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선 삼성의 오너인 이 부회장의 확고한 의지와 신속한 결단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또 지난 4일에는 이 부회장이 경영에 전념할 수 있도록 자유의 몸으로 만들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등장했다. 지금까지 청원에 참여한 사람은 이날 오전 11시 기준 5만9천862명으로, 청원인은 "이 부회장은 지난 몇 년간 수사, 재판 등으로 너무나 많이 시달렸고 충분히 반성하고 사과했다"며 "자발적이 아니라 권력의 요청에 응했을 뿐으로, 이제 경영에 전념할 수 있도록 자유의 몸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재계에서도 이 부회장의 재판 결과에 따라 국가적 손실이 상당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분위기다. 또 일상적인 경영은 전문경영인들이 이어갈 수 있어도 대규모 시설투자나 인수합병 등에선 오너가 없인 결정하기 힘든 일인 만큼 연이은 사법리스크로 삼성이 성장 동력을 잃을 가능성도 높다고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4년여 동안 삼성은 사법 리스크로 인해 정상적 경영이 불가능한 상태였다"며 "삼성이 코로나19 병동 확보에 적극 나서는 등 사회적으로 기여하는 바가 높은 데다 국가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대규모 투자, 채용 등을 통해 기여하는 바가 큰 만큼 재판부가 이런 점들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삼성은 국가적으로도 중요한 기업"이라며 "우리 경제의 위기 돌파를 위해 이 부회장이 경영에 매진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유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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