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4대 그룹 총수 중 최초로 대한상공회의소의 차기 회장에 오를 것으로 알려지면서 경제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4대 그룹 총수 중 맏형이자 재계 인사 중 무게감 있는 최 회장의 합류로 기업인의 목소리가 지금보다 정부나 정치권에 좀 더 반영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다.
7일 대한상의에 따르면 서울상공회의소는 다음달 초 회장단 회의에서 박용만 회장의 차기 회장 후보를 추대할 예정이다. 그동안의 관례처럼 23명의 부회장단 중 1명을 합의 추대하는 방식으로 회장 선임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3년 7월 전임자인 손경식 CJ 회장이 중도 퇴임한 후 임기를 시작한 박 회장은 오는 3월 임기가 종료된다. 대한상의 회장은 임기 3년에 연임이 가능하며, 박 회장도 지난 2018년 3월 한 차례 연임했다.
최 회장은 현재 부회장단에 속해 있지 않아 다음달 총회에서 장동현 SK 사장 대신 부회장단에 들어간 후 회장으로 추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에선 다음달 대한상의 정기총회에 이어 열리는 임시의원총회에서 최 회장이 최종 선출될 것이란 관측이다.
최 회장은 지난해 10월 30일 경북 안동에서 열린 인문 가치포럼 기조 강연에서 "기업인으로서 다양한 이해관계인을 대상으로 한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은 물론 주어진 새로운 책임과 역할을 적극적으로 실천해 나가겠다"고 말해 대한상의 차기 회장직의 수락 가능성을 높였다. 또 평소 사회적 가치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강조하며 재계에서 기업 경영의 새로운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만큼 적임자란 평가도 받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삼성·현대차·SK·LG 등 4대 그룹 총수들이 잦은 회동을 가지면서 최 회장의 역할론이 대두되고 있다"며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 대유행 등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4대 그룹을 중심으로 주요 현안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새로운 소통 창구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는 만큼 최 회장이 이를 이끌 적임자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재계는 그 동안 대한상의와 전경련, 경총 등 주요 경제 단체를 중심으로 정부에 다양한 정책들에 대한 의견을 전했으나,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건으로 4대 그룹이 전국경제인연합회를 탈퇴한 후 입지가 많이 약화됐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특히 이 일로 전경련보다 대한상의가 재계 소통 창구로서 역할을 더 많이 해 왔지만 정부가 경제계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을 때가 대다수였다.
실제로 지난해 초부터 이어진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경영 환경 악화 속에서도 정부와 여당은 기업 지원은커녕 최근 반 기업법 통과를 밀어붙인 데다 새해에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추가 규제에 나서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태다.
이를 두고 박 회장은 지난해 기업규제 3법에 대해 "병든 닭 몇 마리를 몰아내기 위해 투망을 던지면 그 안에 있는 닭 모두가 어렵지 않느냐"며 "우리 기업들 의견을 무시하고 이렇게까지 서둘러 통과해야 하는 시급성이 과연 뭔지 이해하기 참 어렵다"고 토로했으나, 정부와 여당은 이를 귀담아 듣지 않고 관련 법을 모두 통과 시켰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은 "경제인들께서도 공정경제 3법이 기업을 힘들게 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을 건강하게 해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는 길이라는 긍정적 인식을 가져달라"고 말하며 기업인들의 의견에 대해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여 일각에선 답답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 속에 재계에선 4대 그룹에서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는 최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직에 오르면 재계의 위상이 더 높아져 정부에 경제계의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동안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 총수가 대한상의 회장직을 맡은 적이 없었던 만큼 이번 일로 대한상의가 경제 단체 중 독보적 위상을 굳힐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4대 그룹이 탈퇴한 후부터 전경련이 해외 통상 이슈 대응과 경제 정책 제언 등 싱크탱크 기능 강화에 집중하고 있는 반면, 대한상의가 재계 소통 창구로서 주로 많은 역할을 해 왔다"며 "최근 정부 협력 사업, 주요 경제 현안 대응과 기업 관련 법·제도 개선 등에서 재계 의견을 전달해 왔던 대한상의가 최 회장의 합류로 존재감을 더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반면 현재 500여 개 대기업의 의견을 대변하고 있는 전경련 역시 수장 교체를 앞두고 있지만 마땅한 후임자를 찾지 못해 고민에 빠졌다. 지난 1961년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회장이 일본 게이단렌을 모티브로 국내 대기업들을 모아 만든 전경련은 한 때 명실상부한 재계의 소통 창구였으나, 국정농단 사건 후 지위가 많이 약화된 상태다.
특히 전경련은 이병철 회장을 시작으로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 구자경 LG 명예회장,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이 역대 사령탑을 맡아 정부와 정치권을 견제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 왔다. 하지만 4대 그룹이 탈퇴한 후 위상이 추락한 후 허창수 회장을 이을 마땅한 적임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허 회장은 지난 2011년 33대 회장으로 추대된 후 37대까지 연임하며 10년 이상 회장을 맡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전경련에선 후임 회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물이 아직 없는 것으로 안다"며 "과거 전경련 회장 후보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거론된 적이 있지만 본인이 고사한 것으로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 [email protected]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