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같은 것은 같게 규제되고, 다른 것은 다르게 규제돼야 되는데, 현재 방송, 미디어 산업에는 그렇지 않은 측면이 존재한다.""방송법이 재정된 지 너무 오래되고, 미디어 환경의 변화는 엄청나게 격변을 거쳐왔는데 그런 변화의 내용이 법 체계에 하나도 담지 못하고 있다보니 여러 문제점이 발생한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6일 제1차 위원회 전체회의 후 브리핑 자리에서 방송법 체계의 전면 개편을 예고했다. 이번 발표는 5기 방통위 출범 이후 비전 및 정책과제 발표에 일환으로 중장기적으로 논의를 거쳐 법 제도 정비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미디어 산업 시장과 달리 방송법은 낡은 규제 체계를 그대로 유지하고 일부를 계속해서 뜯어 고치는 등 소위 '누더기법'으로 전락했다. 이에 따라 낡은 규제 틀을 새로 정비하고 흩어져 있는 법안들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통합방송법'을 지난 20대 국회와 정부가 함께 추진한 바 있으나 21대 국회가 개회 하면서 흐지부지됐다.
이같은 통합방송법 추진은 넷플릭스 등 해외 OTT 사업자들의 공세에 따른 국내 미디어 콘텐츠 시장의 잠식에 따라 지난 6월 범부처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방안을 통해 명맥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 됐으나 오히려 각 부처별 거버넌스 갈등을 일으키면서 각각의 법적 지위 신설과 규제 일색으로 퇴색됐다.
이에 따라 방통위는 5기 비전 및 정책과제에 통합방송법을 현 상황에 맞게 재정비 하면서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시청각 미디어 서비스' 개념을 도입해 방송법체계를 전면 개편하겠다는 복안이다.
한 위원장은 "IPTV법이나 인터넷 관련도 사실은 방송법에 같이 포함됐어야 될 내용들이 나뉘어져 있어 생기는 문제점이 있다"라며, "두 개의 법을 수평적으로 통합하는 것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동일서비스에 대한 동일규제, 같은 내용의 사업자에 대해서는 같은 내용의 규제를 해야 된다는 대원칙하에 법체계를 다시 손보겠다"고 선언했다.
아울러, "OTT다, 뭐다, 딱 집어서 할 얘기는 아니겠으나 같은 내용의 서비스를 하고 있는 사업자는 법적으로 같은 내용의 규제를 받아야 된다는 원칙"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플랫폼에 대한 여러 부처의 서로 다른 법 규제 추진과 관련해 사업자에 대한 이중규제 우려는 없을 것이라 일축했다.
한 위원장은 "예를 들어 공정위도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을 냈지만, 과정 중에 생기는 부처간 갈등은 큰 문제가 아니며, 크게는 국민들의 편익을 도모한다는 원칙을 같이 공감하고 있어 서로 협력할 수 있는 모델을 찾아갈 것"이라 확신했다.
◆ '미디어개혁기구' 필요하다…범부처 논의 숙제
일각에서 요구되고 있는 '미디어개혁기구'의 필요성과 관련해서는 변화하는 현실에 맞춘 새로운 규제체계를 정립하기 위한 논의 구조로 요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필요성에 대해 공감해 방통위도 참여하고 지원해 나갈 방침이다. 다만, 방통위 개별적 진행 부분은 아니고 입법과제를 포함해 각 부처가 협업을 통해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위원장은 "기존 독점적 지위를 부여 하면서 공적책무를 방송사에 부여해왔는데 이런 이득과 수익 창출의 용이성 등의 부분들이 사라지면서 무한경쟁에 돌입하게 됐다"라며, "그러다보니 재원 문제가 당장 문제가 되고 규제 문제도 다시 개편할 필요성 등이 발생해 공적책무와 미디어산업의 현실 등의 문제를 반영하는 새로운 규제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라고 말했다.
미디어산업의 전반적인 재원 문제에 대해서도 "깊게 고민할 시점이 됐다"고 말한 뒤 "수신료 인상 문제와 곧바로 연결시킬 문제는 아니며, 당장 추진할 과제로 회계분리 문제와 수신료위원회 구성 문제 등에 대해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또한, "단순히 하나, 두 개를 고치는 것이 아니라 규제 체계 전반을 다시 한번 살펴보면서 변화된 시대에 맞는 새로운 규제체계가 무엇인가 고민을 같이 하면서 정리되는대로 속도감 있게 개정을 해나가겠다"라며, "중점은 패러다임의 전환, 개혁 부분이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포털과 OTT 사업자 등 미디어 관련 부가통신사업자에 대한 방송통신발전기금(방발기금) 징수에 대해서는 가능성을 열어놨다.
한 위원장은 "기존 전통적 미디어 사업자들이 방송발전에 사용할 수 있는 기반(방발기금)을 마련해왔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라며, "기존에 있던 재원이 없어진 것이 아니라 다른 신산업 부분으로 넘어간 것으로, 넘어간 재원으로부터 수익을 얻고 있는 사업자들도 결국 방송산업 발전을 위해 뭔가 기여할 그 다음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새로운 사업자에게 새로운 부담을 지우는 문제기 때문에 광범위한 의견수렴과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라며, "방송미디어산업발전을 위해 기꺼이 출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문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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