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한수연 기자] 국내 증권사들이 투자한 해외 부동산 일부가 손실 가능성이 매우 큰 부실자산으로 드러나면서 향후 투자금 회수에 경고등이 켜졌다. 이들 증권사는 리스크가 큰 역외펀드를 기초자산으로 한 투자상품까지 만들어 판매한 것으로 나타나 '제2의 DLS(파생결합증권) 사태' 우려까지 낳고 있다.
6일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22곳이 해외 부동산 등 대체자산에 투자한 금액은 지난해 4월 말 기준 48조 원으로, 이 중 16%가량인 7조5천억 원은 향후 원리금 연체 등에 따른 손실이 예상된다.
특히 이 가운데 일부는 DLS의 형태로 개인 투자자들에게 재판매됐다. 증권사가 국내 운용사 펀드를 인수한 후 재매각한 부실자산 4조8천억 원 가운데, 역외펀드를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부실 DLS' 2조3천억 원이다. 이는 전체 DLS 발행액 3조4천억 원의 무려 68%에 달하는 규모다. 증권사 투자 손실이 개인 투자자들에게 전이될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국내 증권사들이 해외 부동산 투자에 열을 올리기 시작한 건 지난 2017년부터다. 초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증권사들은 조금이라도 더 높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 해외 부동산으로 눈을 돌렸다. 대부분이 미국과 유럽 등지의 오피스 빌딩과 호텔, 리조트, 물류센터 등 상업용 부동산이다. 실제 당시 5조2천억 원 수준이던 증권사 해외 대체투자 금액은 2019년 24조5천억 원으로 5배 가까이 불어났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터지며 국가 간 교역이 축소되고 경기회복이 지연되자 해외 부동산 부실 우려는 커지게 됐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이들 해외 부동산 투자의 고위험 익스포저의 경우 변제순위가 낮은 지분 또는 메자닌 형태로 구성돼, 부실이 발생해도 투자자금 회수율은 낮다고 분석했다.
그런데도 제대로 된 검증 없이 상품은 설계되고 판매됐다. 아직도 투자금 회수가 요원한 '독일 헤리티지 DLS'와 '트랜스아시아(TA) 무역금융펀드 DLS'가 대표적으로 모두 역외펀드를 기초자산으로 한 상품이다. 역외펀드는 해외에서 설정한 펀드로 현지법을 따르기 때문에 손실이 나도 투자자 구제가 어렵다.
김진석 금융감독원 금융투자검사국 팀장은 "코로나19 등으로 해외 부동산의 추가 부실화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라며 "기초자산이 해외 부동산과 관련된 역외펀드인 DLS는 발행사가 투자위험을 부담하지 않아 사전검증 절차 또한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김현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증권사의 해외 부동산 투자자산은 2016년 이후 미국과 유럽의 부동산 가격 고평가 시기에 집중돼 손실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며 "투자 대상이 코로나19의 부정적 충격에 취약한 상업용 부동산에 몰려 있는 것도 손실 리스크를 더욱 키울 것"이라고 밝혔다.
한수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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