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징역 9년이란 중형을 구형하면서 공을 받아든 재판부가 다음달께 어떤 결정을 내릴지를 두고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판부가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실효성을 양형에 반영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으나, 만약 이 부회장이 법정구속될 경우 삼성전자로선 상당한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30일 오후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결심공판에서 이 부회장에게 징역 9년을 구형했다. 앞서 검찰은 1, 2심에서 모두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특검은 "대법원 판결을 통해 삼성이 최소 비용으로 삼성전자, 삼성생명 등 삼성 주요 계열사에 대한 피고인의 경영권 강화라는 뚜렷한 목적으로 승계작업을 진행했다는 점이 명시적으로 인정됐다"며 "본건은 대통령 뇌물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해 뇌물 요구에 편승함으로써 직무 관련 이익을 얻기 위해 적극적으로 뇌물을 공여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에게 삼성 경영권 승계 등을 도와달라는 청탁을 하고 그 대가로 298억2천535만 원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지난 2017년 2월 기소됐다. 1심은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고, 2심은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상고심에서 일부 뇌물 혐의를 추가로 인정하고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 보냈다.
이후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지난해 10월 첫 공판을 열고 실효성 있는 준법감시제도를 확립할 경우 이를 양형에 반영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특검이 이의를 제기하며 재판부 변경을 요청하며 약 9개월간 재판이 지연됐으나, 대법원이 특검의 기피 신청을 기각하며 지난 10월 재개됐다.
하지만 특검은 삼성 준법위의 실효성에 대한 평가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면서 이 부회장 측을 압박했다. 재판부가 이를 공정하게 검증하기 위해 전문심리위원까지 도입했으나, 특검과 이 부회장 측이 평가에 대해 다른 해석을 내놓으면서 재판부의 고민은 더 깊어진 상태다.
재판부는 준법위의 실효성과 양형 조건으로 이를 고려할 지 여부, 어느 정도로 고려할 지 등에 대해 판단한 후 이르면 다음달께 최종 결론을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 부회장 외 최서원 씨,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최 씨의 조카 장시호 씨,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국정농단 주요 인물들은 형이 최종 확정된 상태다. 박 전 대통령은 징역 20년을 선고 받아 대법원이 재상고심을 심리하고 있다.
이날 검찰이 중형을 구형하자 삼성은 긴장감에 휩싸여 있다. 또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별세 이후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통해 3세 경영을 안착시켜야 하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자리를 비우게 될까 전전긍긍하는 눈치다. 재계에서도 이 부회장의 재판 결과에 따라 국가적 손실이 상당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분위기다.
재계 관계자는 "일상적인 경영은 전문경영인들이 이어갈 수 있어도 대규모 시설투자나 인수합병 등에선 오너가 없인 결정하기 힘든 일"이라며 "연이은 사법리스크로 삼성 입장에선 성장 동력을 잃을까 초조해 하는 듯 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규모 시설투자나 인수합병(M&A) 등과 같은 전략적 결정과 글로벌 네트워킹 활동은 총수의 역할이 절대적"이라며 "삼성이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 대응하며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연이은 재판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기회 선점은 고사하고 기회 상실로 경쟁 대열에서 낙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4년여 동안 삼성은 사법 리스크로 인해 정상적 경영이 불가능한 상태였다"며 "삼성이 코로나19 병동 확보에 적극 나서는 등 사회적으로 기여하는 바가 높은 데다 국가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대규모 투자, 채용 등을 통해 기여하는 바가 큰 만큼 재판부가 이런 점들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 [email protected], 사진=조성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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