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최근 애플, MS 등 글로벌 IT 기업들의 연이은 이탈로 어려움에 빠진 인텔이 미국 행동주의 헤지펀드로부터 구조 개혁 차원의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 대만 TSMC 등 경쟁사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서드포인트는 지난 29일(현지시간) 인텔 이사회에 서한을 보내 반도체 생산 부문을 털어내고 전략적 대안을 탐색하기 위한 투자자문 고용을 주문했다.
대니얼 로브 서드포인트 최고경영자(CEO)는 "인텔은 한 때 혁신적이었지만 지금은 반도체 제조에서 선두 자리를 잃었다"며 "삼성, TSMC와 같은 경쟁사들이 프로세스 기술력을 높이며 현저한 기술 격차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텔 주식을 10억 달러가량 보유한 서드포인트는 기업 주식을 사들여 의결권을 확보한 뒤 지배구조 개선·배당 확대 등을 요구하거나 경영에 개입해 기업가치를 올리는 행동주의 헤지펀드다. 자산 규모는 150억 달러(약 16조4천억 원)다.
로브 CEO는 "제조부문 리더십 상실과 기타 실수로 인해 반도체 경쟁 기업들이 TSMC나 삼성전자의 기술력에 의존하게 돼 인텔의 시장 점유율이 대폭 뺏겼다"며 "PC 프로세서 시장에선 인텔과 경쟁하는 AMD가 PC와 데이터 센터 중앙처리장치(CPU) 시장 점유율을 잠식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인텔은 CPU 경쟁사인 AMD가 TSMC를 통해 위탁생산하고 있는 차세대 반도체인 7나노급 반도체를 아직도 생산하지 못할 정도로 경쟁사들과 현격한 기술 격차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선 인텔의 반도체 생산 기술이 현재 14나노미터(nm)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와 TSMC는 현재 5nm 초미세공정까지 양산에 들어간 상태로, 향후 4나노, 3나노 공정 기술 개발을 위해 경쟁하고 있다.
이에 오랜 고객이었던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애플은 올해 더 이상 인텔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설계한 반도체를 쓰겠다며 독자적인 칩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에 서드포인트는 인텔의 경쟁력 약화로 미국 안보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로브 CEO는 "인텔의 즉각적인 변화 없이는 최첨단 반도체 공급에 대한 미국의 접근이 약화하면서 PC부터 데이터센터, 핵심 인프라(기반시설)에 이르는 모든 것을 가동하는 데 미국이 지정학적으로 불안정한 동아시아에 더 크게 의존하게 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인텔은 지금이라도 투자 자문을 고용해 전략적 대안을 탐색해야 할 것"이라며 "이제 반도체 생산부문을 털어내고, 그간 인수했던 기업 중 실패했던 기업 역시 처분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인텔의 주가는 이날 뉴욕 증시에서 4.93% 오른 49.39달러로 마감됐다. 다만 올해 들어 인텔 주가는 이미 18% 정도 떨어졌고, 시가 총액은 600억 달러 줄어든 상태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인텔의 경쟁사인 AMD 주가는 100% 가까이 뛰었다.
인텔은 서드포인트의 서한과 관련해 "주주 가치 개선과 관련한 모든 투자자들의 의견을 환영한다"며 "이를 위해 서드포인트와 협력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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