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국배 기자] "(코로나 팬데믹으로) 2년이 걸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이 2개월만에 이뤄졌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5월 열린 자사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빌드 2020'에서 한 말이다. 이 말은 올 한해 국내외 IT업계를 그대로 보여주는 발언이 됐다.
기업들이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재택근무 등에 대응하기 위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시작점이라 여겨지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클라우드 기업은 연일 승승장구했다.
그중에서도 협업툴 시장은 코로나 이후 급부상했다. MS, 구글 같은 글로벌 테크 기업부터 네이버, 삼성SDS, NHN, 카카오엔터프라이즈, 토스랩, 마드라스체크 등 국내 대기업과 스타트업까지 뛰어들며 그야말로 '전쟁터'가 됐다. 원격근무, 교육에 활용되면서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화상회의 서비스 '줌'은 하나의 서비스를 넘어 사회 현상이 됐다.
해리 D. 모슬리 줌 최고정보책임자(CIO)는 본지와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코로나 사태 이후) 가장 큰 변화는 사람들이 줌을 비즈니스 목적으로만 사용하지 않고, 가족행사, 결혼식, 생일 등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줌이 기쁨과 슬픔을 나누는 플랫폼이 됐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 덕에 소프트웨어 업계에는 모처럼 '큰 장'이 섰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중소기업의 비대면 업무 환경을 지원하기 위한 '비대면 서비스 바우처' 사업에 나선 것. 이 사업은 수요 기업이 화상회의, 재택근무 등 6개 분야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선택하면 공급 기업을 매칭해주고, 최대 360만원의 바우처를 지급한다. 중기부는 올해와 내년 16만개 기업을 지원하기로 했다.
삼성SDS, LG CNS, SK(주) C&C 등 IT서비스 업계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장을 공략했다. 다만 코로나로 기업 IT 투자가 위축되면서 실적이 악화됐으나, 3분기 들어선 실적이 개선되는 조짐을 보였다.
법·제도적 측면에선 20년만에 전면 개정된 소프트웨어진흥법 개정안이 시행된 것이 눈에 띄는 변화였다. 이 개정안으로 대기업 참여가 허용되는 민간 투자형 SW 사업 제도가 신설됐다. 여기에 '부분인정제' 도입을 골자로 한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 개선 방안까지 나오면서 대기업의 공공 사업 진출길은 이론상으론 다소 넓어졌다. 부분인정제는 대기업이 주사업자가 아닌 공동수급자로 공공 사업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다.
◆세일즈포스, 30조원에 슬랙 인수
굵직한 인수합병(M&A) 거래도 이번 코로나 사태의 '승자 기업'이라 일컬어지는 클라우드 서비스 회사에서 나왔다.
세계 1위 고객관계관리(CRM) 회사인 세일즈포스가 지난 1일(현지시간) 기업용 메신저 기업 슬랙을 277억 달러(약 30조원)에 인수한다고 밝힌 것이다. 이는 세일즈포스 역사상 최대 규모 인수가다. 세일즈포스는 슬랙 인수로 MS의 협업툴인 '팀즈'와 경쟁을 더욱 강화할 전망이다.
반대로 IBM은 지난 10월 전체 매출의 4분의 1 가량을 차지하는 IT인프라 사업부를 떼어내기로 해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등의 사업에 초점을 맞추기 위한 결단이다. 설립된 지 109년이 된 IBM 역사에서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로 평가된다. 그만큼 IBM이 클라우드에 미래를 걸고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국내에서는 현대자동차그룹 IT서비스 기업인 현대오토에버가 또 다른 IT 계열사인 현대엠엔소프트, 현대오트론을 합병하기로 했다. 이번 합병은 현대차그룹 내 분산된 SW 역량을 통합하기 위한 것으로, 내년 4월 모빌리티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이 출범하게 된다.
김국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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