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호실적을 기록한 삼성전자가 주식 가치 상승으로 고민에 빠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유족들이 내야할 상속세도 덩달아 올라 역대 최대 수준인 11조 원에 달할 것으로 보여서다. 이는 지난해 연간 상속세 신고세액(3조7천억 원)의 약 3배, 지난 4월 통과된 1차 추가경정예산안(11조7천억 원)과 맞먹는 규모다.
22일 재계 등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의 주식 가치에 따른 상속세가 이날 종가로 결정된다. 주식 상속가액이 주식 평가 기준일 이전 2개월과 이후 2개월 종가의 평균으로 산출하는 데 따른 것이다. 상속 개시일(사망일)이 휴일일 경우 직전 마지막 거래일이 상장주식의 평가 기준일이 된다.
이에 이 회장이 별세한 지난 10월 25일 일요일을 기준으로 상장주식 평가 기준일은 같은 달 23일이다. 상속가액은 8월 24일부터 12월 22일까지 종가의 평균으로 산출한다.
8월 24일부터 이달 21일까지 평균 값은 ▲삼성전자 6만2천273원 ▲삼성전자(우) 5만5천541원 ▲삼성SDS 17만2천994원 ▲삼성물산 11만4천463원 ▲삼성생명 6만6천109원이다.
이건희 전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4.18%로 2억4천927만3천200주에 달한다. 또 삼성전자(우) 61만9천900주(지분율 0.08%), 삼성생명 4천151만9천180주(20.76%) 삼성물산 542만5천733주(2.88%) 삼성SDS 9천701주(0.01%) 등도 갖고 있다.
이 회장의 가족들도 각 계열사별로 지분을 갖고 있다. 이건희 회장의 부인 홍라희 전 관장은 현재 삼성전자의 지분 0.91%를 보유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전자 0.7% ▲삼성물산 17.33% ▲삼성생명 0.06% ▲삼성SDS 9.2% ▲삼성화재 0.09%를,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은 각각 삼성물산 5.55%, 삼성SDS 3.9%를 보유 중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일단 유언장이 없다면 법정 비율대로 상속이 진행된다. 이대로 상속되면 홍 전 관장이 33.33%의 지분을 상속하게 되면서 삼성전자, 삼성생명의 개인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이에 따라 홍 전 관장이 삼성 지배구조의 중심에 올라서게 된다. 이재용 부회장과 이부진 사장, 이서현 이사장은 각각 22.22%씩 상속받게 된다.
다만 홍 정 관장이 상속받게 된다 해도 삼성전자 지분율은 0.91%에 그친다. 이부진·서현 자매도 이재용 부회장에 비하면 지분율이 적다. 이에 일각에선 이 부회장 중심의 지배구조에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상속세가 관건이다. 지난 21일 종가 기준으로 산정한 이건희 회장의 보유주식 평가액은 22조945억 원 규모다. 현행법에 따르면 주식 상속세는 지분가치에 최대주주 할증률 20%, 최고세율 50%, 자진 신고 공제율 3%를 차례로 적용한다.
이를 기준으로 봤을 때 이 부회장 등 유족들이 내야 할 상속세는 11조 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 회장 사망일 당시 종가를 기준으로 산출한 주식분 상속세 예상액인 10조6천억 원보다 더 늘어난 수치다.
여기에 이 부회장 등 유족들은 이 회장 명의인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땅과 서울 한남동 자택 등 부동산 상속분과 미술품, 채권, 현금 등 개인 자산에 대한 상속세도 최소 1조 원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합하면 전체 상속세는 역대 최대 규모인 12조 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재계에선 유족들의 상속세 납부 방식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유족들은 평가액을 산정한 후 납부기한인 내년 말 이전까지 평가액의 60%를 상속세로 납부하면 된다. 다만 천문학적인 상속세를 한 번에 내기 부담스러운 만큼 나눠 내는 연부연납제도를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연이자 1.8%를 적용해 신고·납부 때 '6분의 1' 금액을 낸 뒤 연부연납 허가일로부터 5년간 나머지 6분의 5를 분할 납부하는 방식이다.
또 일각에선 유족들이 막대한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특별배당 등 계열사의 배당을 확대할 수 있다고도 관측했다.
재계 관계자는 "유족들이 받는 배당 비중이 가장 큰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대비 20~30% 배당 증가를 가정하면 배당이 연간 주당 1천700~1천800원 수준으로 늘어날 수 있다"며 "전날 종가인 7만3천 원과 비교해도 삼성전자는 2.5~3.0% 가까운 배당주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너가가 보유한 현금과 배당 확대 정책만으로 매년 2조 원에 가까운 규모의 현금을 조달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적지 않다. 이에 부족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계열사 지분 매각이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다만 이는 기업 지배구조와 경영권 방어 이슈 때문에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선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을 삼성물산으로 증여해 9조 원 규모의 상속세를 회사가 내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물산의 최대주주(17.3%)인 이 부회장이 간접적으로 삼성전자 지배력을 계속 유지하면서 자산수증이익(증여이익)은 삼성물산이 법인세 형식으로 냄으로써 부담을 덜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 유족들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으로 주식담보대출을 받거나 일부를 매각하는 시나리오도 있다. 여기에 이 회장이 상속재산을 공익법인 등을 통해 사회에 환원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지만, 상속세가 줄어드는 대신 지배구조 문제 때문에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
현재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 여부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 법은 보험사의 계열사 주식 보유 한도를 총자산의 3% 이내로 규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은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 5.5%가량을 처분해야 해 경영권에 위협이 될 수 있다. 현재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가치는 총자산의 약 11%다.
재계 관계자는 "거액의 상속세 부담으로 우리나라 기업들이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방해받고 있다"며 "상속세 부담 때문에 승계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외국 투기 자본에 경영권을 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들도 종종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생전에 소득세 등으로 과세한 재산에 대해 또 다시 상속세로 과세하는 것은 이중과세라고 보는 시각들이 많다"며 "높은 상속세율 때문에 상속세를 최대한 내지 않으려고 각종 편법을 쓰는 사례들도 많다"고 지적했다.
장유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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