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강길홍 기자] 쌍용자동차가 11년만에 기업회생(법정관리)을 신청했다.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도 손발을 들면서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자 결국 생사기로에 내몰린 것이다.
쌍용차는 21일 이사회를 통해 회생절차 신청을 결의하고,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개시 신청서와 함께 회사재산보전처분 신청서, 포괄적금지명령 신청서 및 회생절차개시 여부 보류결정 신청서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쌍용차는 지난 15일 JP모건, BNP파리바,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 등 해외금융기관 대출원리금 약 600억원을 연체한 바 있다. 또한 이날 만기가 돌아온 산업은행 대출금 900억원도 상환하지 못했다. 이날 우리은행 대출금 150억원의 만기연장도 실패하면서 연체금액은 총 1천650억원 규모로 늘어났다.
쌍용차는 해당 금융기관과의 만기연장을 협의해 왔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결국 회생절차를 신청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쌍용차는 회생절차개시 여부 보류 신청서(ARS 프로그램)도 동시에 접수함으로써 회생절차가 개시되기 전에 현 유동성 문제를 조기에 마무리 할 계획임을 밝혔다.
ARS 프로그램이란 법원이 채권자들의 의사를 확인한 후 회생절차 개시를 최대 3개월까지 연기해 주는 제도다. 법원의 회사재산보전처분과 포괄적금지명령을 통해 회사는 종전처럼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영위하고 회생절차 개시결정 보류기간 동안 이해관계자들 사이에 합의를 이뤄 회생절차신청을 취하함으로써 해당 회사가 정상 기업으로 돌아가게 하는 제도이다.
이에 따라 쌍용차는 당분간 대출원리금 등의 상환부담에서 벗어나 회생절차개시 보류기간 동안 채권자 및 대주주 등과 이해관계 조정에 합의하고, 현재 진행 중에 있는 투자자와의 협상도 마무리해 조기에 법원에 회생절차 취하를 신청할 계획이다.
마힌드라도 ARS 기간 중 대주주로서 책임감을 갖고 이해관계자와의 협상 조기타결을 통해 쌍용차의 경영정상화에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고 쌍용차는 전했다.
쌍용차 입장에서는 새로운 투자자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는 셈이다. 마힌드라는 쌍용차에 더 이상 투자하지 않겠다는 공식 입장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투자자를 찾고 있다. 새 투자자를 찾으면 현재 75%인 지분율을 50% 미만으로 낮춰 대주주 지위를 포기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미국계 자동차 유통업체인 HAAH오토모티브가 관심을 보여 논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진전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HAAH오토모티브는 쌍용차에 대한 투자 조건으로 정부 지원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가 새로운 투자자 유치에 실패하면 상하이차 논란 이후 11년만에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된다. 쌍용차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극심한 경영난을 겪던 2009년 1월 기업 회생을 신청한 바 있다.
이후 2011년 마힌드라에 인수되면서 법정관리에서 벗어났지만 경영정상화에는 실패했다. 티볼리를 앞세워 한때 흑자전환에 성공하기도 했지만 2017년 이후 올해 3분기까지 15분기 연속 적자를 내고 있다. 이 기간 누적 영업손실은 6천억원 규모다.
쌍용차는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쌍용차 문제로 협력사와 영업네트워크, 금융기관 그리고 임직원 등 이해관계자들을 포함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점 매우 송구스럽다"며 "긴급회의를 통해 전체 임원들이 일괄 사표를 제출하고, 더 탄탄하고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강길홍 기자 [email protected]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