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정기국회 본회의에서 경제계에 치명상을 주는 상법, 공정거래법, 금융그룹감독법, 노동조합법, 특수형태근로종사자 고용보험법안 등이 무더기로 통과돼 규제 쓰나미에 휩쓸렸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헤쳐나갈지 암담합니다."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에서 반(反) 기업법이 줄줄이 통과돼 큰 압박을 받고 있는 경제계가 임시 국회에서 몇 가지 사항만이라도 보완해 기업들의 숨통을 트이게 해달라고 간곡하게 요청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등 일부 경제단체들은 14일 공동 성명서를 통해 "이번 정기 국회에서 통과된 경제 관련 법들의 부정적인 영향을 고려해 임시 국회에서 법안 보완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달 열린 정기 국회에선 코로나19 상황이 위중해 일반인의 국회 출입이 통제된 가운데 기습적으로 심야에 국회 상임위원회를 열어 관련 법안들을 연이어 통과시켰다. 또 경제계가 온 힘을 모아 간절히 요청한 사항들은 거의 도외시되고 노동계와 시민단체에 일방적으로 치우친 법이 만들어졌다는 여론의 비난이 빗발쳤다.
경제계 관계자는 "이번 일에 대한 무력감과 좌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경제계와의 간담회와 의견 청취는 통과 의례용 구색 맞추기에 지나지 않았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이어 "그 동안 최저임금 인상, 급격한 노동시간 단축, 세계적으로 매우 낮은 수준의 노동 유연성과 세계에서 가장 강도 높은 대립적·투쟁적 노사관계 등에 따라 우리 기업의 경쟁력이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며 "제조업을 중심으로 우리 기업들의 해외이전과 국내 민간 고용여력 감소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된 경제 관련 법들은 국민 경제에 주는 부정적 충격을 더 한층 가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일을 두고 일부 경제 단체들은 정기국회 입법 대응에서 회원사를 비롯해 모든 기업인들로부터 부여 받은 소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또 이번에 통과된 모든 경제 관련 법들이 다들 감당키 어려운 부담이지만, 우리 기업들이 당장 조금이나마 헤쳐나갈 수 있도록 최소한 상법, 공정거래법, 노동조합법의 몇 가지 사항만이라도 조속히 이번 임시 국회에서 보완 입법으로 반영해 주길 정부와 국회에 요청했다.
특히 감사위원 분리선임 시 의결권을 개별로 3% 제한한다고 정한 상법개정안과 관련해 근본적으로 의결권 제한 자체가 주주권리와 사유재산권을 과도하게 규제하는 것으로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요건은 상향(상장사 20%→30%, 비상장사 40%→50%)하면서 의결권은 3%로 제한하는 것은 정책적으로도 상충된다고 판단해서다. 또 상법이 공포와 동시에 즉시 시행되는 관계로 우선 당장 내년 2~3월 주총에서 신규로 감사위원을 선임해야 하는 기업들이 난감한 상태에 있다고 주장했다.
경제계 관계자는 "외국계 펀드나 유력 적대기업들이 연합해 20% 이상의 의결권을 확보할 수 있는 시장구조 속에서는 기업의 방어권은 무력할 수밖에 없다"며 "이들이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에 직접 진입해 핵심기술과 정보에 접근하고 주요 투자 의사결정을 훼방하는 것을 막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제단체들은 ▲시행 시기의 최소 1년 이상 유예 ▲감사위원 분리선임 시 의결권 행사를 위한 주식 보유기간을 최소 1년 이상으로 규정 ▲분리선임되는 감사위원에 대해서는 이사자격에서 제외 등을 반영해달라고 요구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관련해선 내부거래규제 대상 범위에 규제기업이 50% 초과 지분을 보유한 다른 계열사까지 추가로 확대하는 것과 관련해 문제를 삼았다. 성장동력 발굴, 신산업 진출 및 전문화를 위한 기업의 분사와 기업 인수 등 기업의 산업 경쟁력 제고 전략에 결정적인 지장을 줄 것이란 판단에서다. 또 글로벌 경쟁 속에서 우리 기업들의 혁신과 가격 및 품질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계열사 간 협력관계가 사전적으로 규제 받게 된다는 점도 꼬집었다. 이에 이 같은 간접지분 규제는 규제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번 입법에서 전속고발권이 유지됐지만 일부에서 전속고발권 폐지를 재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이에 대한 우려와 불안감도 함께 드러냈다.
경제계 관계자는 "경영 활동에 대한 형사처벌을 줄이는 것이 세계적 입법기조"라며 "처벌에만 치중하면 기업의 자율과 창의를 저해해 경제 자체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큰 만큼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은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조합법과 관련해선 현재도 노동계에 힘이 쏠린 상황에서 해고자·실업자 등의 기업별 노조가입 자율과 노조전임자에 대한 사용자의 임금지급 금지규정 삭제로 노사지형이 더욱 노동계로 기울게 됐다고 주장했다. 또 사용자의 대항권도 보장해 주지 않으면 산업 현장의 노사대립과 갈등이 증폭되고 기업들은 강성 노조의 과잉, 과도한 요구와 압력에 결국 굴복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제계 관계자는 "노조의 단결권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춘다면 사용자의 대항권도 글로벌 스탠다드에 어느 정도라도 함께 맞춰 주는 것이 최소한의 노동 개혁이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에 경제계는 경쟁 산업 국가들보다 우리나라가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는 제도의 개선을 위해 ▲2중으로 규제하고 있는 사용자 부당노동행위 처벌 제도 중 사용자 행위에 대한 직접적인 형사처벌제도의 폐지(노동위원회를 통한 원상회복구제 명령제도는 존치) ▲파업 시 대체근로 일부 허용 ▲노조의 사업장 점거금지 등이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해고자·실업자 등 회사 소속이 아닌 조합원들의 사업장 출입은 노조사무실에 한해 필수적인 경우에만 허용되도록 명료하게 규정하는 입법도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금지규정 삭제에 따른 문제점을 완화하기 위해 ▲노조측의 근로 시간 면제 한도를 초과하는 요구와 이와 관련된 쟁의행위를 제재할 수 있는 처벌조항 ▲근로 시간 면제 심의위원회에서 정부 추천 공익위원을 배제하는 입법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급여 지급 문제를 노사자율에 맡긴다는 법개정 취지라면 위원회에서도 정부와 공익위원은 당연히 빠지고 노사위원 동수로 구성·운영돼야 한다고 밝혔다.
경제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뛰는 선수인만큼 이에 맞춰 지배구조를 더욱 개선하는 등 투명경영을 계속 진화시켜 나갈 것"이라며 "현재의 코로나19에 따른 경제·고용위기 극복과 미래 성장동력 창출에 앞장서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와 국회가 이번에 건의한 경제계의 최소한의 단기적 보완 요청사항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며 "우리 기업의 전략적이고 미래 선도적인 투자와 균형적·협력적 노사관계 형성으로 국제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도록 시급히 보완 입법해 줄 것을 다시 한 번 간곡히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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