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연춘 기자] '닥공(닥치고 공격경영).'
부회장 취임 1년을 맞은 GS그룹가(家) 허연수 GS리테일 부회장의 최근 경영 행보를 두고 유통업계에서 나오는 평가다. 허 부회장은 GS그룹 창업주 고 허만정 회장 아들 허신구 GS리테일 명예회장의 4남이다.
허 부회장은 '미증유(未曾有)'의 위기속에서도 공격경영 행보에 나서고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해 12월 허창수 GS그룹 회장 용퇴 이후 GS홈쇼핑 부회장을 맡고 있던 허태수 회장이 GS그룹을 이끌게 됐고 동시에 허 부회장도 GS리테일 대표이사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사실상 올해부터 허 회장과 함께 허 부회장이 그룹의 중심을 잡는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허 부회장은 올해 초 주주총회를 통해 압도적인 업계 우위를 확보하고 변화를 주도하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도약하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그는 "현재 개별 운영되는 온라인 사업들을 통합하고 카테고리 킬러를 지속 확대해 통합 플랫폼 브랜드 파워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GS리테일은 GS홈쇼핑 흡수합병을 결정했다. 합병 후 존속법인은 GS리테일이며 GS홈쇼핑은 해산할 예정이다. 사실상 GS홈쇼핑이 GS리테일 안으로 들어오면서, 그간 따로 운영됐던 GS그룹 내 유통 사업 경영을 GS리테일 수장인 허 부회장이 총괄하게 된다.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GS리테일의 사업을 키우겠다는 허 부회장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과감한 베팅이라 그의 공격적 경영 스타일이 가져올 판도 변화에 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이유다.
GS그룹 내 허 부회장의 역할이 더 막중해졌다. 허태수 GS그룹 회장이 키워온 GS홈쇼핑을 GS리테일이 품으면서 허 부회장이 유통 부문 경영 전반을 총괄하게 되면서다.
GS리테일은 합병 전략 자료를 통해 모바일 경쟁력 강화에 방점을 찍기도 했다. 모바일 쇼핑, 언택트 문화 확산 등 소비 행태와 환경 변화에 맞서 모바일 경쟁력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은 것이다. 향후 5년 내 주요 사업별 계획 목표도 모바일 부문 확대를 강조했다. 올해 2조8천억 원대로 전망되는 모바일 부문 취급액을 5년 뒤 7조 원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합병으로 매출 규모로도 그룹 2위인 GS건설을 위협할 정도가 됐다. GS건설의 지난해 매출은 10조4천억 원으로 GS리테일의 지난해 매출 9조 원과 GS홈쇼핑의 1조2천억 원을 합치면 격차가 크게 좁혀진다.
업계에선 허 부회장은 오너 일가로서의 존재감보다 경영자의 능력을 높게 평가받아 온 인물이라고 설명한다.
다만 허 부회장이 야심 차게 뛰어든 신사업 중인 랄라블라와 호텔사업 부진은 풀어나갈 숙제로 꼽힌다. 호텔 사업부와 H&B스토어의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하다고 일각에선 분석했다.
현재 GS리테일은 호텔 자회사로 파르나스호텔을 보유하고 있다. 파라나스호텔은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와 서울 코엑스 등 특급호텔 2개, 비즈니스 브랜드의 경우 '나인트리'를 운영 중이다.
두 곳 모두 코로나19에 따른 공동이용시설 집객력 감소에 따라 투숙률이 20% 수준에 머물며 적자전환했다. H&B스토어인 랄라블라(lalavla)는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은 실적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H&B 사업은 당초 계획과 달리 온라인 업체의 강세와 동종 업계 경쟁, 소비 트렌드 변화 등으로 인해 실적 개선에 힘에 부치는 상황이다
아울러 허 부회장은 무인화, 모빌리티, 데이터 등 미래 유통의 핵심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데 초점을 맞춘 행보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앞서 7월 LG전자와 협업을 통해 '로봇 배송' 사업에 나선다. 10월에는 신한카드와 '데이터 동맹'을 맺었다. GS리테일의 데이터경영부문이 주도한 제휴로 유통과 카드 데이터를 결합한 첫 시도다.
또한 KT와는 인공지능(AI) 기반의 물류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협력 관계를 맺었다. 양사는 향후 전기차 기반의 물류·배송망을 구축하는 데 힘을 합치기로 했다. GS리테일은 케이뱅크의 주주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허연수 부회장은 GS그룹 오너3세 경영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했을 뿐 아니라 'GS그룹 4세 경영'의 멘토 역할도 수행할 것"이라며 "GS리테일의 변신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연춘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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