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삼성전자가 창립 이래 처음으로 생활가전 분야 출신의 사장을 배출하며 가전을 핵심 사업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생활가전은 그 동안 반도체, 스마트폰에 비해 삼성전자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사업부다. 하지만 올해 코로나19 여파에 '펜트업(pent up·억눌린)' 수요가 발생한 영향 등으로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자 삼성이 이를 전략적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이번 인사에서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2일 사장 승진 3명, 위촉 업무 변경 2명 등 총 5명 규모의 '2021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이번 인사에선 이재승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장 부사장과 이정배 삼성전자 DS부문 메모리사업부 D램개발실장 부사장, 최시영 삼성전자 DS부문 글로벌인프라총괄 메모리제조기술센터장 부사장이 사장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이 사장은 삼성전자 창립 이래 생활가전 출신 최초로 사장으로 승진해 주목 받고 있다. 이 사장은 오늘날의 생활가전 역사를 일궈낸 산 증인으로 내부에서 평가받고 있는 인물이다.
이 사장은 냉장고개발그룹장, 생활가전 개발팀장 등을 역임하면서 무풍에어컨, 비스포크 시리즈 등 신개념 프리미엄 가전제품 개발을 주도하고 올해 1월 생활가전사업부장으로 부임해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가전 매출이 꾸준히 늘어 지난 3분기에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삼성전자 CE(소비자 가전) 부문 3분기 매출은 14조900억 원, 영업이익은 1조5천6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및 전분기 대비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특히 TV는 3분기 동안 글로벌 TV 시장에서 역대 최고 시장 점유율을 달성하며 압도적인 성과를 이끌어 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3분기 글로벌 TV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매출액 기준)은 33.1%로, 올해 1분기 32.3%를 넘어선 분기 기준 역대 최고 점유율을 기록했다. 2위인 LG전자(16.6%)와는 2배의 격차를 보였다.
또 이 사장이 주도해 개발한 비스포크 시리즈도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며 삼성전자의 가전 매출 상승을 이끌었다. 실제로 지난해 6월 제품의 타입·소재·색상 등을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도입·출시한 비스포크 냉장고의 경우 올해 10월 말까지 국내에서 판매한 냉장고 전체 매출의 65%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연이어 출시한 직화오븐, 전자레인지, 식기세척기, 인덕션, 큐브냉장고 등 '비스포크 키친' 전 제품군도 인기를 얻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집콕 트렌드가 이어지면서 인테리어 수요가 늘어 실내 분위기를 화사하게 바꿀 수 있는 컬러풀 가전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며 "비스포크 시리즈는 최근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일명 '세미 빌트인 인테리어'로 불리는 맞춤형 가전 시장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 맞춰 삼성전자는 이번에 승진한 이 사장을 통해 가전사업에서 글로벌 1등에 올라서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현재 가전 시장에선 LG전자와 월풀이 세계 1위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라이벌인 LG전자는 지난 2017년에 월풀을 제치고 영업이익 세계 1위 고지에 올랐고,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매출액에서도 처음으로 세계 1위를 달성한 상태다. 올해는 연매출 기준으로도 세계 1위 달성이 유력 시 되고 있다.
하지만 삼성은 꾸준히 많은 돈을 벌었던 반도체 사업, 2010년 이후 주력 캐시카우로 떠오른 스마트폰에 비해 가전은 늘 뒷전으로 취급했었다. 수익성도 좋지 않아 그 동안 연말 보너스 역시 다른 사업부와 비교해 적은 편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은 IMF 때 가전사업과 관련된 연구 인력이 많이 유출되면서 경쟁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술력이 한 단계 떨어졌었다는 평가를 받았었다"며 "최근에는 가전 사업에서 비스포크, 그랑데AI 등 시장에 반향을 일으킬 만한 제품들을 연이어 출시하면서 몇 년 전과 비교해 가전 사업이 크게 나아졌다는 평들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가 최근 시장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이유는 강력한 경쟁자의 선전에 자극을 받았기 때문일 것"이라며 "이 사장의 승진을 계기로 삼성전자의 가전 사업 강화 움직임이 이전보다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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