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지난 25일 LG를 시작으로 주요 5대 그룹이 정기 임원 인사 시즌에 돌입했다. 올해는 코로나19, 미·중 무역분쟁, 경기 침체 등 다양한 변수들로 불확실성이 상당히 커져 각 그룹 총수들의 고민이 더 깊어진 만큼, 이번 인사를 통해 어떤 해법을 제시할 지를 두고 재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별세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취임, 구본준 LG그룹 고문 계열 분리 등 그룹별로 굵직한 이슈들도 많아 이번 인사 방향에 대한 다양한 전망들도 쏟아지고 있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LG는 4대 그룹 중 가장 먼저 연말 정기 인사를 단행했다. 이를 위해 LG유플러스·디스플레이는 지난 25일 이사회를 열어 곧 바로 임원 인사를 발표했다. ㈜LG·LG화학·전자는 이날 이사회를 열어 연말 인사안을 확정한다. LG그룹은 통상 11월 마지막주에 이틀에 걸쳐 계열사들의 임원 인사를 단행해왔다.
◆LG, 구본준 계열분리 공식화…구광모 색깔 드러낼 가능성도
이번 LG그룹의 인사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구본준 LG그룹 고문의 계열분리에 따른 조직 변화다. ㈜LG 이사회는 이번에 구 고문이 LG상사, 하우시스, 실리콘웍스 등을 중심으로 한 계열분리를 공식화 할 예정으로, 이에 따라 구 고문의 측근으로 불리는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도 자리를 옮긴다. LG그룹 입사 후 36년 만의 퇴임이다. 일각에선 하 부회장이 LG상사나 LG하우시스 등으로 이동해 중책을 맡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하 부회장 외에 구 고문의 측근들이 빠져나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이들의 움직임에 따라 인사 폭도 달라질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달 1일로 예정된 LG화학 배터리 사업부문 분사도 그룹 인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LG화학 물적 분할로 신설되는 'LG에너지솔루션' 신임 대표이사로는 김종현 전지사업본부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으나,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겸임할 것이란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또 물적 분할에 따른 LG화학의 인력 배치 계획은 각 부서별로 어느 정도 마무리 된 상황으로, 해당 인력들은 다음달부터 본격적으로 업무에 투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연봉 수준이 기존 LG화학보다 높아 LG에너지솔루션으로 가길 원하는 이들이 상당한 것으로 안다"며 "기존 배터리 부문 인물 대부분이 그대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문성과 역량 보강 차원에서 일부 외부 인사를 영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권영수 LG그룹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등 4인의 부회장들의 유임 여부도 이번 인사의 관심사다. 재계에선 각 계열사별로 실적이 좋았던 데다 경영 불확실성이 높아진 만큼 하 부회장을 제외한 부회장단 교체는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권봉석 LG전자 사장의 부회장 승진 여부도 재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구광모 대표가 LG그룹 회장으로 취임한 지 올해 3년 차로, 이번 인사에서 본인만의 색깔을 분명하게 드러내기 위해 큰 폭의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이 아직 있다"면서도 "전반적인 분위기를 봤을 땐 안정 속에서 젊은 인재를 발탁하는 '안정 속 변화'를 기조로 한 인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사법 리스크'에 메인 삼성, 변화보단 안정 취할 듯
삼성전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관련된 두 재판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정기 임원 인사와 방향에 대해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
통상 삼성은 12월 첫째 주 목요일에 사장단 인사를 발표한 후 후속 임원 인사 명단을 공개해왔으나, 이 부회장이 사법리스크에 휘말린 해에 미뤘던 전례가 있는 만큼 일각에선 이번 인사도 연기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내부에선 대체적으로 통상 진행됐던 일정에 맞춰 다음달 초순께 정기 인사가 진행될 것이란 관측을 내놨다.
이번 삼성 인사 폭을 두고도 여러 주장들이 제기됐다. 이 부회장과 함께 현직 임원들이 재판에 연루돼 있어 경영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큰 폭의 변화를 줄 것이란 주장과 사법리스크를 고려해 안정을 추구할 수도 있다는 상반된 의견들이 나왔다. 내부에선 예년과 다른 대내외적인 경영 환경 탓에 인사 방향에 대해 선뜻 밝히기 어려워 하는 모습도 보였다.
또 이번 삼성 인사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 여부다. 내부에선 이 부회장이 이미 삼성그룹 총수인 데다 삼성준법감시위원회에서도 재판 중에 승진을 하는 것을 두고 문제를 삼을 가능성도 있어서다. 이 부회장 스스로도 회장직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삼성 인사는 삼성전자·삼성바이오 등을 중심으로 임원진 교체 수요가 있는 상태로, 삼성준법위에 대한 재판부 평가가 이뤄지는 다음달 7일 공판 이후에 사장단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며 "만약 재판이 이 부회장 측에 불리하게 진행된다면 삼성이 안정에 무게를 두고 인사 폭을 축소시킬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정의선 체제 본격화…첫 임원 인사 '눈길'
현대차는 지난달 14일 정의선 회장의 취임 이후 처음 진행되는 연말 인사라는 점에서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수시 인사 체제로 바뀐 탓에 이번 연말 인사에서 변화가 크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대부분이다.
다만 이번 인사에선 정 회장이 그룹 미래 경영의 방향성을 알리기 위해 소규모 인사를 통해 메시지를 전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정 회장은 그 동안 '모빌리티 혁명'을 지속 추진하며 혁신을 강조했던 만큼, 세대교체를 통해 내부 분위기 쇄신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또 외부 인사 영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윤여철 현대차 부회장을 비롯해 정진행 현대건설 부회장, 김용환 현대제철 부회장,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등 정몽구 명예회장과 함께 했던 부회장단의 거취 문제도 관심사다. 또 정 회장이 그 동안 손발을 맞춰왔던 젊은 사장들을 대거 부회장으로 승진시킬 지 여부도 재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인사 시기는 다음달이 유력하다.
재계 관계자는 "51세인 정 회장 입장에선 10살 이상 많은 부회장들과 소통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면서도 "코로나19 등 사상 초유의 위기 상황 속에서 이들의 연륜과 경험에서 나오는 노하우를 배워가야 할 부분도 있어 이들을 그대로 유임시킬 지, 변화를 줄 지는 지켜봐야 할 듯 하다"고 말했다.
◆최태원 회장, 체질 개선보다 안정에 집중할 듯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이 강조하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 방점을 두고 이번 인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 초에 사장단과 임원 인사를 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변화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SK텔레콤 등 주력 계열사 최고경영진은 유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재계에선 보고 있다.
다만 이번 인사에선 최 회장이 내년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그의 동생인 최재원 그룹 수석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설 지를 두고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최 부회장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취업 제한으로 내년 10월까지 취업이 불가능해 이번 인사에서 실현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또 조대식 SK그룹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의 임기가 올해로 끝인 만큼, 3연임을 할 지도 관심사다. 그 동안 이 같은 사례는 없었지만 조 의장이 인수합병한 실트론·머티리얼즈 등이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만큼 3연임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SK그룹도 이번에는 체질 개선보다 안정에 좀 더 중점을 둔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며 "다른 주요 사장단도 지난해 연임에 성공했기 때문에 올해 큰 폭의 변화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롯데, 실적 악화로 휘청…신동빈, 칼 빼들까
통상 12월 말에 정기 인사를 했던 롯데도 이번에는 시기를 한 달여 앞당겨 이날 오전 이사회를 진행한 후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유통, 화학, 식품, 호텔·서비스 등 4개 주요 사업들이 모두 실적이 좋지 않아 신동빈 회장이 대대적인 물갈이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높다.
특히 지난 8월 창사 이후 처음 단행된 비정기 인사에서 그룹 2인자 역할을 해 온 황각규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이 물러난 후 세대교체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또 600여 명인 임원 규모가 대폭 축소되고 계열사 대표들도 상당수 교체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인사에서는 계열사 대표 22명을 교체하고 50대 중반의 최고경영자(CEO)를 대거 기용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전례 없던 실적 부진이 발생하고 원포인트 인사까지 나오면서 신 회장이 대대적인 인적 쇄신에 나설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며 "현재 롯데가 처한 상황을 보면 5대 그룹 중 위기감이 가장 큰 만큼 이번에 파격 인사를 통해 분위기 쇄신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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