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민지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공판에서 박영수 특검팀은 이 부회장의 뇌물 공여가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윈윈 관계'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이 부회장 측은 대통령의 '직권 남용'에 따른 소극적 행위임을 분명히 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 송영승 강상욱)는 23일 서울고등법원 303호 소법정에서 뇌물공여 등의 혐의를 받는 이 부회장에 대한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재판은 정식 공판 절차로, 이 부회장은 파기환송심 재판이 재개된 지난 9일에 이어 직접 출석했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에게 경영권 승계를 도와달라고 청탁한 뒤 그 대가로 총 298억 원가량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이 부회장은 1심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가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감형돼 풀려났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에서 무죄로 인정된 뇌물액 일부를 유죄로 보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특검은 이 부회장의 뇌물 공여가 대통령의 '직권 남용' 의한 것이 아닌 적극적 행위로, 서로의 '윈윈'을 위해 이뤄졌다고 봤다. 과거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등 군부독재 시절에 발생한 뇌물 공여와는 차이가 있다는 판단이다.
특검은 "시대 변화에 따라 정치적 권력보다 경제적 권력이 우월적 또는 최소한 대등적 지위를 갖게 됐다"며 "특히 삼성그룹의 경우 국내 1위 기업을 넘어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했기 때문에 대통령과 삼성그룹 오너는 최고 정치 권력자와 최고 경제 권력자로서 동급의 위치로 '상호 윈윈' 관계였다"고 주장했다.
재벌의 뇌물 공여 및 횡령에 대해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에 대해서도 짚었다. 특검은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해 재판부가 지나치게 관용적 판결을 했다는 일반 국민의 비판을 받아들여 양형 기준이 강화됐다"며 "SK그룹 오너 일가의 횡령과 관련해 징역 4년 등의 실형이 선고되는 등 변화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3·5 법칙'을 적용한다면 특권층을 인정함으로써 헌법상 국민주권을 침해하는 위법한 결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3·5 법칙은 법원이 재벌 회장 등에 실형 대신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던 관행을 가리킨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수동적·소극적 뇌물 공여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변호인은 "2015년 7월 25일 박 전 대통령의 강한 질책을 받고 나서야 급하게 지원하게 된 것"이라며 "그전까지는 피고인들이 최서원이나 정유라를 만난 적이 없고, 지원한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피고인들은 최서원의 강요로 승마 지원을 공익적 목적으로 시작하게 됐다"며 "이에 따라 다른 선수들에 대한 지원도 함께했는데, 최서원의 요구에 따라 정유라 1인 지원으로 그친 것이다"고 설명했다.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과 관련해서도 "영재센터 후원을 결정한 것도 역시 근본적인 이유는 거절하기 어려운 대통령의 요구 때문"이라며 "삼성 관계자들뿐만 아니라 영재센터 관계자, 문체부 관계자도 영재센터를 공익적 취지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은 영재센터 배후에 최서원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실제 영재센터 전무이사로 주요 인물이었던 이규혁도 장시호가 최서원의 조카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강조했다.
변호인은 또 "포스코도 최서원 측에 여자 배드민턴팀 창단 요구를 받았다가 처음에는 거절했는데, 이후 대통령의 요구로 통합 스포츠단을 창단했다"며 "삼성과 차이가 없는 사례"라고 말했다.
당초 재판부는 오는 30일 전문심리위원들의 의견을 듣기로 했지만, 다음 달 7일로 연기하기로 했다. 다만 30일에는 예정대로 다음 공판기일이 열린다.
서민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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