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미국 제재 여파로 스마트폰 사업에 제동이 걸린 중국 화웨이가 결국 '알짜' 사업부인 중저가 스마트폰 사업을 매각했다. 반도체 수급에 어려움을 겪게 되자 중저가 스마트폰을 포기하는 대신 프리미엄 스마트폰과 통신장비 분야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17일 외신 및 업계 등에 따르면 화웨이는 이날 오전 중저가 스마트폰 '아너' 사업부문을 분할해 선전시 즈신 뉴 인포메이션 테크놀로지회사(智信新信息技術)에 매각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선전시 즈신 뉴 인포메이션 테크놀로지회사는 '선전시 스마트도시 기술발전그룹'과 30여 개 아너 대리상, 공급업자들이 공동 투자해 설립한 회사다. '선전시 스마트도시 기술발전그룹'은 선전시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국자위)가 10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선 중국 당국이 직접 나서 화웨이의 아너 매각 절차를 도왔다고 분석했다.
화웨이는 브랜드, 연구개발(R&D), 부품공급망 관리를 포함한 아너의 자산 일체를 한꺼번에 매각한다. 화웨이는 매각 후 아너 지분을 전혀 보유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화웨이는 "산업 기술 요소를 계속 획득하기 어렵게 돼 소비자 부문 사업이 거대한 압력을 받고 있다"며 "아너 채널과 공급상들이 계속 사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전체 아너 사업 부문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3년 설립된 '아너'는 화웨이가 삼성전자에 이은 판매량 기준 세계 2위 스마트폰 기업으로 성장하는데 큰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스마트폰 가격대는 1천~1천500위안(약 17만~25만 원)으로, 중국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 7년여 동안 출하량은 7천만 대라고 화웨이 측은 설명했다.
시장조사업체 캐널리스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아너의 스마트폰 판매량은 화웨이 전체 스마트폰 판매량 5천170만여 대 중 26%를 차지했다. 지난해 매출은 900억 위안(약 15조 원)을 기록했으며, 순이익은 60억 위안(약 1조 원)인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강력한 제재 영향이 컸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5월 국가 안보를 이유로 화웨이를 '블랙 리스트'에 올리고 제재를 강화해 왔다. 올해는 미국의 기술이나 장비를 사용한 부품을 화웨이에 판매할 때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해 화웨이가 핵심 반도체를 구매할 수 있는 길을 차단시켰다.
업계 관계자는 "화웨이가 반도체 조달이 어려운 상황에서 고가인 화웨이 브랜드 제품을 파는 게 낫다고 보고 '아너' 매각에 나선 듯 하다"며 "화웨이가 '아너'를 매각하고 나면 화웨이는 더는 삼성과 세계 출하량 기준 1위 경쟁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 [email protected]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