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올해 3분기 스마트폰 시장을 휩쓴 삼성전자가 4분기에도 기세를 이어갈지 관심사다.
하지만 4분기 여건은 그닥 녹록하지 않다. '아이폰12'에 대항할 제품들이 반짝 특수에 그치고 중저가 폰 중심으로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에서다.
16일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3분기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340만대를 출하해 72.3% 점유율을 차지했다. 삼성전자의 국내 스마트폰 점유율은 줄곧 60% 안팎으로 높은 편이었으나, 분기 점유율이 70%대에 진입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작년 동기 점유율은 67.9%, 전 분기 점유율은 69.4%였다.
미국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삼성전자는 3분기 동안 점유율 33.7%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그 뒤는 애플(30.2%), LG전자(점유율 14.7%), 레노버-모토로라(8.4%)가 이었다. 삼성전자의 3분기 미국 출하량은 1천40만 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3%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코로나 사태로 인한 부품 수급 차질로 아이폰12 시리즈를 예년보다 한 달 정도 늦게 출시한 것이 영향이 컸다"며 "삼성전자가 아이폰 신제품을 기다리는 틈새 시장을 노리고 올해 3분기 동안 라인업을 기존보다 확대하면서 신제품 효과로 점유율이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선전은 프리미엄 스마트폰보다 중저가 제품이 인기를 끌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일단 삼성전자의 지난 3분기 휴대폰 판매량은 8천800만 대로, 판매량이 증가한 덕분에 이 기간 동안 호실적을 기록했다.
삼성전자 모바일(IM) 부문은 지난 3분기 동안 매출 30조4천900억 원, 영업이익 4조4천500억 원을 달성했다. 영업이익은 전분기(1조9천500억 원)보다 2배 이상 증가하고, 전년 동기(2조9천200억 원)보다는 1.5배 정도 증가했다. IM부문 분기별 영업이익이 4조원을 돌파한 것은 2017년 2분기(4조600억 원) 이후 3년 만이다.
이 같은 실적은 '갤럭시노트20', '갤럭시Z폴드2' 등 플래그십 신모델보다 미국, 인도를 포함한 많은 지역에서 중저가 모델 수요가 회복된 영향이 더 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3분기 스마트폰 평균 판매가격이 229달러(약 26만 원)란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시장조사업체 캐널리스에 따르면 올 3분기 스마트폰 판매량 1, 2위는 애플 '아이폰11'과 '아이폰SE'가 각각 차지했다. 3~5위는 삼성전자 '갤럭시A21s', 'A11', 'A51'이 차지했고, 8위와 10위도 '갤럭시A31', '갤럭시A01코어)가 순위에 올랐다. 판매량 상위 10개 모델에 중저가인 '갤럭시A' 시리즈가 모두 차지한 것이다. '갤럭시노트', '갤럭시Z폴드' 등 고가의 플래그십 제품들은 단 하나도 순위에 오르지 못했다.
특히 '갤럭시노트20'의 인기가 시들하다는 점은 10월 판매량에서도 드러났다. IT 전문 매체 샘모바일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10월 '갤럭시노트20' 시리즈의 생산 목표를 90만 대로 잡았지만, 판매 부진으로 60만 대로 하향 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본 모델과 울트라 모델의 판매 비중은 1대 2일 정도로 기본 모델의 판매 부진이 더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갤럭시노트20'이 출시된 후 '갤럭시Z폴드2', '갤럭시S20 FE' 등 신제품이 연이어 쏟아진 것이 시장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된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또 '코로나19' 사태로 고가 스마트폰 시장이 침체되면서 중저가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주효했다. 이에 지난 10월 초 중가로 출시된 '갤럭시S20 FE'는 한 달간 200만 대가 판매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시장에서 추산한 올해 삼성전자 주력 플래그십 라인업의 성적표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증권가에 따르면 '갤럭시노트20'의 3, 4분기 출하량은 740만 대로, 같은 기간 '갤럭시노트10' 출하량 1천10만 대와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국내 이통사 대리점에서도 삼성전자 고가 스마트폰들의 인기가 시들해졌다는 증언들이 나오고 있다.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한 대리점 관계자는 "'갤럭시노트20'이 출시되고 처음에는 인기를 끄는 듯 했지만 전작보다 스펙이 떨어져 최근에는 '갤럭시노트20'보다 오히려 '갤럭시노트10' 시리즈를 찾는 이들이 더 많다"며 "올 초 출시된 '갤럭시Z플립'도 액정파손 등으로 잔고장이 많아 1년도 안돼 교체하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아이폰12' 시리즈 출시 여파로 이달 들어 삼성전자 스마트폰들의 인기는 급격하게 떨어졌다"며 "'갤럭시Z폴드2'는 무거운데다 너무 고가여서 손님 100명 중 1~2명이 찾을까 할 정도로 잘 안 팔린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분위기 탓에 삼성전자의 올해 스마트폰 출하량도 지난해보다 3천만 대 이상 줄었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는 삼성전자의 올해 스마트폰 출하량을 약 2억6천500만 대 수준으로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올 하반기에 신제품 출시 일정과 간격을 좁히면서 상호 잠식 현상도 일어나고 있는 듯 하다"며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길어지고 중저가 제품군이 확대되면서 플래그십 출하량이 예전에 비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것도 원인이 된 듯 하다"고 밝혔다.
이에 삼성전자는 내년 상반기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갤럭시S21'의 출시 일정을 예년보다 일찍 앞당겨 '아이폰12' 공세를 막는 동시에 점유율 및 매출 확대에 나설 방침이다. 시장에선 내년 5G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이 24.2% 점유율을 차지하며 1위에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2위는 화웨이(22.2%), 삼성전자는 15.1%로 3위에 머물 것으로 분석했다.
또 삼성전자는 미국 정부의 제재로 화웨이가 주춤한 사이 신제품으로 빠르게 대응해 점유율을 높임과 동시에 '코로나19'로 인한 펜트업 수요도 잡는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이폰12' 시리즈가 최근 크게 흥행하면서 4분기부터 삼성전자 점유율이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5G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애플의 공세 탓에 고삐를 죄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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