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LG상사와 판토스, LG하우시스 등 구본준 LG그룹 고문이 이끌고 있는 계열사들이 구광모 LG그룹 회장 영향력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고(故) 구자경 LG 명예회장의 셋째 아들이자, 고 구본무 LG 회장의 동생인 구 고문이 보유한 지분을 활용해 계열 분리에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LG그룹은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 이 같은 방안의 계열 분리 안건을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구 고문은 그룹 지주사인 ㈜LG 지분을 7.72% 갖고 있는 2대 주주로, 가치는 1조 원가량이다. 이 지분을 활용해 LG상사와 하우시스 등을 인수, 계열 분리를 할 것으로 보인다.
LG상사와 판토스, LG하우시스 등 매출은 LG그룹 전체 매출인 160조 원(2018년 기준)에서 10%가량 된다. 계열 분리 작업이 예정대로 완료될 경우 LG그룹의 주력인 전자·화학·생활 부문에 큰 영향을 주지 않고 현재 구광모 회장 중심의 LG그룹 체제에도 가장 영향이 작을 것으로 보인다. 또 '일감 몰아주기' 등 그룹 내 현안도 해결될 것으로 분석된다.
구 고문은 고 구본무 회장 생전 전자·LCD·상사 등 대표이사를 지내며 LG그룹의 2인자로 활약했다. 하지만 2018년 5월 구 회장의 별세 이후 부회장 직함을 내려놓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 때부터 재계에선 구 고문의 계열 분리 가능성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LG그룹이 장남이 그룹 경영을 이어받고 동생들이 계열사를 분리해 나가는 '형제 독립 경영' 체제 전통을 따르고 있어서다.
실제로 LG그룹 창업주인 구인회 회장의 첫째 동생 고 구철회 씨 자녀들은 1999년 LG화재(현 LIG)를 분리시켰다. 또 다른 동생들인 구태회·구평회·구두회 씨는 2003년 계열 분리해 2005년 LS그룹을 세웠다. LG그룹은 출범 초기 3형제가 4:4:2로 경영권을 나눠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창업 2세에서는 구인회 회장의 차남인 고 구자승 전 LG상사 사장의 자녀들이 2006년 LG패션을 분사해 독립, 2014년 사명을 LF로 변경했다. 구인회 회장의 3남 구자학 회장은 2000년 1월 LG유통·식품·서비스 부문을 독립시켜 아워홈을 만들었다.
또 구인회 창업주의 동업자인 고 허만정 회장의 손자 허창수 당시 LG건설 회장은 2004년 정유·유통·건설 계열사를 계열 분리해 GS그룹으로 독립했다.
LG그룹 3세대의 계열 분리는 1996년 구자경 회장의 차남인 구본능 회장이 희성금속, 국제전선, 한국엥겔하드, 상농기업, 원광, 진광정기 등 6사를 떼어 계열 분리하며 희성그룹을 만들었다. 구본준 고문이 LG상사를 떼내 계열분리하면 3세 계열분리는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LG상사를 중심으로 계열 분리가 진행되는 움직임은 곳곳에서 드러났다. LG상사는 지난해 LG그룹 본사 건물인 여의도 LG트윈타워 지분을 ㈜LG에 팔고, LG광화문빌딩으로 이전했다. 또 구광모 회장 등 오너 일가는 2018년 말 보유하고 있던 LG상사의 물류 자회사 판토스 지분 19.9%를 모두 매각했다.
이 같은 LG상사 계열 분리 방안은 LG그룹의 주력인 전자와 화학사업의 골격을 유지하면서 지배구조에 미치는 영향도 최소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룹 지주회사인 ㈜LG는 계열 분리 대상인 상사(지분율 25%), 하우시스(34%)의 최대 주주이며, LG상사는 그룹 물류 회사인 판토스(지분율 51%)를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30여 년간 LG그룹 해외 물류를 도맡아 온 판토스는 LG전자, LG화학 등이 주요 고객사로 내부 거래 비율이 60%에 달해 그 동안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표적이 돼 왔다"며 "이번 일로 LG그룹은 일감 몰아주기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LG상사와 판토스는 그간 계열 분리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으로 지목돼 왔다"며 "반도체 설계 계열사인 실리콘웍스와 화학 소재 제조사인 LG MMA 분리 여부도 내부에서 논의 중인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LG그룹 관계자는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 중인 것은 맞다"면서도 "(이번 일과 관련해선)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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