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강길홍 기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취임 한달을 맞는 가운데 지배구조 개편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앞서 한차례 좌절된 경험이 있는 만큼 더욱 신중한 행보다. 하지만 대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순환출자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정부 기조에 맞춰 개편을 서두를 것으로 전망된다.
정 회장은 지난달 14일 현대차그룹 총수로 공식 취임했다. 현대차그룹을 글로벌 완성차 업체로 이끌었던 정몽구 명예회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게 됐다. 다만 현대차그룹의 지배력은 여전히 정 명예회장에게 있다.
정 명예회장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현대자동차(5.33%)와 현대모비스(7.13%)를 비롯해 현대제철(11.81%)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 반면 정 회장의 지분율은 현대차 2.62%, 기아차 1.74%, 현대모비스 0.32%에 그친다. 올해 코로나19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주가가 급락했을 때 그나마 늘린 것이다. 정 회장이 보유한 지분의 핵심은 현대글로비스(23.29%)와 현대엔지니어링(11.72%)이다.
정 회장 입장에서는 총수로 올라선 것과 함께 완벽한 경영권 확보를 위한 지분 승계가 숙제로 남게 됐다. 또한 현대차그룹은 순환출자 해소 등을 위한 지배구조 개편도 추진해야 한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은 순환출자 해소와 지분승계에 방점을 찍고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의 순환출자 해소 압박은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을 서두를 수밖에 없는 이유로 꼽힌다.
다만 현대차그룹은 아직까지 지배구조 개편의 일정이나 방향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못 박고 있다. 지난 2018년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를 합병을 추진하다가 주주들의 반발로 한차례 무산됐던 만큼 더욱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의 모듈·AS 사업부를 인적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방식으로 순환출자 고리를 끊으려고 했지만 오너일가에 유리한 방향이라는 지적을 받으면서 결국 철회한 바 있다.
당시 현대차그룹의 발목을 잡았던 엘리엇은 현재 지분을 모두 팔고 철수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이 2년 전 제시했던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수정·보완해 다시 꺼내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시장이 납득할 수 있는 합병비율을 산정하는 것이 쉽지 않은 과제다. 일례로 삼성그룹의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과정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발목을 지금까지 잡고 있다.
정 회장이 보유한 지분 가운데 가장 가치가 높은 현대글로비스가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에는 이견이 없다. 현대글로비스의 기업 가치 끌어올리기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현대차그룹의 중고차 시장 진출과 수소충전소 사업 등에서 현대글로비스의 역할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글로비스의 기업가치가 높아질수록 그룹 핵심 계열사와 합병할 때 정 회장의 지분율이 높아질 수 있다. 추후 정 명예회장의 지분을 상속받을 경우 상속세 재원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로 지주회사 체제 전환도 유력하게 꼽힌다.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가 각각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한 뒤 투자회사끼리 합병해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방안이다. 오너일가는 사업회사 지분을 투자회사 신주와 맞교환해 지배력을 높일 수 있다. 다만 3개 회사의 분할을 동시에 추진하는 과정에서 돌발변수가 발생할 위험이 크다.
강길홍 기자 [email protected]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