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대림산업 분할 여부를 결정할 임시 주주총회가 한달 앞으로 다가온 가온데 곳곳에서 잡음이 나오고 있다. 금융업계에서는 분할 명분이 약하다며 목표가액을 하향조정하는가 하면, 소액주주들은 국민연금에 반대 의결권 행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민원을 제기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대림산업은 다음달 4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인적분할과 물적분할을 동시에 추진해 대림산업을 존속법인인 지주회사 디엘 주식회사(가칭)와 건설사업을 담당하는 디엘이앤씨(가칭), 석유화학회사인 디엘케미칼(가칭)로 분할하는 안건을 처리한다.
앞서 대림산업은 지난 9월 이사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분할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인적분할 비율은 디엘 44%, 디엘이앤씨 56%다. 이후 디엘은 석유화학사업부를 물적분할해 디엘케미칼을 신설한다. 대림산업은 주주총회를 거쳐 내년 1월 1일 지주회사를 출범한다.
당시 대림산업은 분할을 통해 산업별 특성에 맞는 개별 성장전략을 추구하고 기업가치 재평가를 통해 주주가치 제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해욱 회장의 경영권 확대를 위한 '큰 그림'으로 내다본다. 그동안 대림그룹은 이 회장의 불안한 지배력이 문제가 돼 왔다.
이 회장은 지주사 격인 대림코퍼레이션을 52.3%의 지분으로 지배하고 있는데, 대림코퍼레이션은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대림산업을 21.67%밖에 보유하지 못했다. 반면 외국인 투자자와 국민연금 등 외부지분은 53%에 달하다보니 경영권 위협에 노출돼 왔다.
인적분할이 마무리되면 대림코퍼레이션은 디엘과 디엘이앤씨를 21.67%씩 보유하게 된다. 대림코퍼레이션은 디엘 유상증자에 보유한 디엘이앤씨 지분을 현물출자할 전망이다. 디엘과 디엘이앤씨 분할비율을 통해 단순계산하면 이 회장이 지배하는 대림코퍼레이션은 디엘 지분의 최대 49.84%까지 지배하게 된다.
더욱이 분할계획서상 디엘이앤씨에 부채가 집중되면서 재무구조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실제로 분할 이후 디엘이앤씨는 분할 이전 대림산업 총자본의 55.6%를 가져가는 반면, 부채는 72.1%(3조1천127억원)를 가져가면서 부채비율은 74.4%에서 96.4%로 22%포인트 증가하게 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융업계도 대림산업의 분할에 대해 우려하고 나섰다. 하이투자증권은 최근 대림산업의 목표가를 종전 11만6천원에서 9만6천원으로 17.24% 하향했다. 분할안에 대해서는 대주주 및 화학사업을 위한 분할이므로 리레이팅(주가 재평가) 요소가 없어 주가상승 모멘텀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이상헌 연구원은 "대림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 1조4천980억원은 인적분할 후 디엘과 디엘케미칼에 각각 6천500억원, 2천102억원이 배분되고, 디엘이앤씨의 현금은 6천379억원에 불과하다"며 "이같은 현금 배분 비율 등을 고려할 때 향후 건설보다 화학사업을 키우겠다는 의도가 보다 분명해진다"고 말했다.
대림산업 주주들 역시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국민연금이 LG화학 배터리 사업 분할 과정에서 적극 개입, 반대표를 던진 것을 보며 자신감을 얻었다. 국민연금은 지난 9월 30일 기준, 대림산업을 14.56% 보유 중이다. 이들은 국민연금공단과 청와대 국민청원 등에 민원을 제기하며 세 결집에 나섰다.
한 주주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대림산업 지배주주는 지주사 전환 및 지배력 강화를 위해서는 경영권 시장가치가 낮아야 유리한 상황으로 지배주주 및 일반주주간 비례적 이익보호가 이뤄지기 어려워졌다"며 "국민연금도 피해를 보고 있는 만큼 스튜어드십코드에 맞춰 목소리를 내달라"고 밝혔다.
이영웅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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