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정부가 8~15년에 걸쳐 부동산 공시가격을 시세의 90%까지 끌어올리는 현실화 방안을 추진한다. 이 같은 조치가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3일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통해 공시가격 현실화율(공시가/시세)을 90%로 올리는 방안을 확정했다. 부동산 공시가격은 보유세 등 부동산 세제를 비롯해 건강보험료와 기초연금, 부동산 가격평가 등 60여 가지 행정 업무 기준이 된다.
올해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공동주택 69.0%, 단독주택(표준주택) 53.6%, 토지(표준지) 65.5%다. 이번 방안에 따라 현실화가 완료되면 3가지 수치 모두 90%로 같은 수준이 된다.
국토부는 단기간 수치를 최대한 끌어올리기보다 연간 3%포인트씩 현실화율을 상향한다. 최대 6%포인트를 넘지 않도록 했다. 또한, 동시에 부동산 가격과 유형별로 현실화율 목표에 도달하는 속도와 시점을 다르게 설정했다.
우선, 9억 원 미만 주택은 3년 내 도달 중간 목표를 두고, 이후 3%포인트씩 올려 최종 목표치에 이르도록 한다. 이는 현실화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저가 부동산의 공시가격이 급격히 올라 서민층의 세금 부담이 커지게 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현재 9억 원 미만 주택의 현실화율은 공동주택이 68.1%, 단독주택은 52.4%다. 이를 오는 2023년까지 공동주택은 70%, 단독주택은 55%로 맞춘다. 이후 현실화율을 매년 3%포인트씩 끌어올려 90%까지 끌어올린다. 목표 달성 시점은 각각 2030년, 2035년이다.
고가주택인 9억 원 이상 주택의 현실화율은 즉시 3%포인트씩 올린다. 공동주택 중 시세 9~15억 원 구간은 7년, 15억 원 이상 구간은 5년에 걸쳐 목표에 도달한다는 방침이다. 단독주택은 유형 간 형평성과 상대적으로 낮은 현실화율을 고려해 시세 9~15억 원 구간은 10년, 15억 원 이상은 7년이 걸리도록 설정했다.
토지는 단위면적당 가격을 공시해 이용 상황별 편차가 크지 않다는 것을 고려, 시세 9억 원 이상 주택과 동일하게 매년 3%포인트씩 현실화하기로 했다. 이 경우 토지의 공시가격 현실화율 90%까지 8년이 걸린다.
공시가격 현실화에 따라 재산세, 종부세 등 세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일정한 수입이 없는 다주택자들의 경우 향후 수년간 주택 수 줄이기에 나서며, 노후대비 자산 포트폴리오 구성의 변화도 대폭 예상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일정한 소득이 없는 은퇴자나 고령자들은 대폭 늘어나는 보유세 부담에 주택 수 줄이기 고민이 예상된다"며 "특히 집값이 내림세로 접어들면 세 부담 커져 자식에 증여 혹은 시장 매각 놓고 갈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을 통한 개인적 노후 복지는 세금부담을 고려하면 장점이 떨어져 금융자산과 분산하는 경향도 두드러질 수 있다"며 "재산세와 종부세 등 보유세 부담으로 전세보다는 일종의 현금흐름인 월세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자리 잡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이번 방안은 부동산 공시가격을 시세의 90% 수준까지 점진적으로 현실화할 수 있도록 한 종전 목표설정은 수정하지 않았지만, 현실화 제고 기간을 최대 15년으로 장기화했다. 저가 및 소형 1주택자의 재산세 부담 완화방안도 포함했다. 그러나 이는 포괄적인 향후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증세 정책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주택가격이 내려가지지 않는다면 시세가 보합세를 보이더라도 재산세의 과세표준인 공시가격 변동률의 상승은 매년 불가피하다"며 "공시가격의 시세반영률 목표치가 바뀌지 않는 한 보유세 인상과 증세를 위한 정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도 "공시가격 현실화에 따른 조세 부담이 임대료에 전가되면서 임차인들의 부담이 늘어나는 동시에 현재 수급불균형이 나타나는 임대시장에 불안감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지방과 수도권의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해지고, 세금이 선호지역 집값을 상승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서온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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