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민지 기자]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이 본격화되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K-반도체의 4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다만 가격 조정은 단기에 그칠 것이며, 내년부터 메모리 업황이 다시금 살아날 것이라는 전망이 대체적이다.
2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K-반도체의 실적을 이끄는 서버용 D램(DDR4 32GB) 가격은 10월 평균 112달러로 전월보다 8.2% 떨어졌다.
10월 PC용 D램(DDR4 8Gb) 고정 거래 가격은 평균 2.85달러로, 전월 대비 9% 하락했다. 이는 올 들어 가장 큰 하락 폭이다. 메모리카드·USB용 낸드플래시 범용제품(128Gb MLC)의 고정거래가격도 3.5% 하락한 4.20달러를 기록했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의 대표적 원인으로는 미국의 화웨이 제재가 꼽힌다. 현재 화웨이는 미국 제재로 인해 글로벌 업체들로부터 반도체 공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 화웨이는 애플, 삼성전자에 이어 반도체를 많이 구매해 '큰손'으로 불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3분기만 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속 눈에 띄는 실적 성장세를 보였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은 3분기 영업이익 5조5천400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81.6% 대폭 증가했다. 이는 2018년 4분기 이후 7분기 만에 최대 영업이익이기도 하다.
실적 발표를 앞둔 SK하이닉스 역시 3분기 호실적이 기대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3분기 1조2천452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전년보다 163.5% 증가한 수치다.
문제는 4분기 내내 메모리 반도체 약세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보통 분기 첫 달(1·4·7·10월) 가격이 분기 마지막 달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4분기 전망이 좋지 않다.
트렌드포스는 4분기 중 PC용 D램은 약 10%, 서버용 D램은 13~18%가량 하락할 것으로 봤다. 낸드 플래시 역시 약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3분기와 달리 4분기에는 실적이 다소 둔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언택트 문화 확산으로 3분기까지 이어지던 호실적이 4분기에는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매년 3분기와 4분기는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 영향으로 D램 수요와 가격이 상승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소폭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3대 D램 공급업체는 올해 4분기와 내년 1분기에 판매가 부진할 것으로 보인다"며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판매 금지 영향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모바일 D램의 경우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제재로 인해 화웨이의 공백이 생겼지만, 이를 다른 중국 제조사들이 채우고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코로나19 이슈 장기화와 지정학적 이슈 등으로 (향후 메모리 시장) 예측이 어렵다"면서도 "모바일 수요는 중저가 세트 중심의 5G 확산, 4분기 증가한 중국 업체의 수요가 내년 상반기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봤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4분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이 기존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칠 수 있으나, 전년보다는 증가세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하반기 단기 조정을 거친 뒤 내년부터 다시금 업황이 회복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도 있다.
IC인사이츠는 "내년 대형 IT 기업들의 재고 고갈, 서버·PC용 반도체 수요 지속, 5G 스마트폰 출하량 5억 대 전망 등 D램 시장이 두 자릿수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체적으로 D램 가격은 기존에 예상한 범위에서 움직이고 있다"며 "내년 초까지 가격 약세가 진행되겠지만, 서버 투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고, 현재 메모리 제조사들의 재고가 거의 정상 수준에 도달했다는 점에서 메모리 업황은 단기 조정 후 재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민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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