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코로나19(신종 코로나) 사태로 올해 상반기 택배 물량이 3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로 때문에 소중한 생명을 잃은 택배기사가 늘고 있다. 이른바 ‘제 몸 깎아 일한다’며 자조하던 택배기사들 스스로 건강 관리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할 때이다.
비대면 시대 물류 산업의 첨병에 있는 사람이 택배기사들이다. 이들의 안전한 근무와 건강 관리를 위해서는 이른바 ‘무.한.체.력’ 건강법이 필요하다고 전문의는 조언했다.
◆분류 작업 중 물건 들고 일어설 땐 ‘무’릎으로 =택배기사 일과는 분류 작업으로 시작된다. 분류 작업은 집하를 마친 수많은 화물 가운데 자신이 담당하는 구역의 물건을 나누는 것을 말한다.
이후 택배기사들은 물건을 차량으로 옮기고 배달 동선에 맞춰 물건들의 위치를 정리한다. 수백 개에 달하는 상자를 옮기고 쌓는 일을 쉴새 없이 반복한다. 이때 물건 옮기는 자세에 신경 쓰지 않으면 척추와 주변 연부조직이 부담을 받아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
허리만 구부리거나 팔 힘으로만 물건을 들면 순간적으로 척추에 강한 힘이 실려 척추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하는 디스크(추간판)가 압박을 받는다. 급성 허리디스크(요추추간판탈출증)로 이어질 수 있다. 무거운 물건을 들 때는 무릎을 굽혀 몸쪽으로 끌어당긴 후에 허리를 들어 올리기보다 무릎을 펴는 방식으로 일어서야 상대적으로 힘을 덜 사용하면서도 척추 건강을 지킬 수 있다.
작업 중 생긴 허리통증이 일주일 이상 지속하거나 심해지는 경우 단순 근육통이 아닌 척추 질환을 의심해봐야 한다. 척추 질환은 내버려 둘수록 완치까지 필요한 시간과 비용이 증가해 최대한 빨리 전문의를 찾아 진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
◆배송 중 계단 오르내릴 땐 ‘한’ 칸씩만=택배기사들은 종일 물건들을 배달한다. 한 택배사의 자체조사 결과를 보면 택배기사의 일일 평균 걸음 수는 약 1만8000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주일로 따지면 76km 정도를 걷는 셈이다.
차량을 이용함에도 택배기사들의 걸음 수가 유독 많은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엘리베이터의 부재다. 아파트를 제외하면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가 없는 다세대 주택이나 상가들이 많다.
걸음 수가 많아질수록 그만큼 택배기사들의 무릎에 부담이 쌓인다. 특히 계단을 내려갈 때 무릎에 전달되는 하중은 체중의 3~5배나 된다. 시간이 생명인 택배기사들에게 2~4칸씩 계단을 뛰어 오르내리는 것은 흔하다. 이러한 근무 습관은 무릎 관절을 점점 손상시키고 관절염 퇴행성 질환을 불러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홍정수 대전자생한방병원 원장은 “요즘처럼 일교차가 커지는 시기 야외에서 근무하면 관절 주위 근육과 인대가 긴장해 수축 상태가 이어진다”며 “이런 상황에서 계단을 격렬하게 오르내리면 무릎을 비롯한 하체에 손상을 입을 위험성이 높아지는 만큼 한 칸씩 안전하게 이동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장시간 운전 도중 ‘체’조·스트레칭 필수=택배 화물차량 속칭 ‘탑차’는 택배기사들의 근무처이자 사무실이다. 좁은 운전석에서 다양한 업무를 소화하다 보면 피로가 쌓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럴 땐 체조와 스트레칭을 통한 건강 관리가 필수다.
장시간 운전을 이어가다 보면 자세가 구부정해지면서 특히 목 주변 근육이 긴장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가장 추천되는 체조는 ‘목 베개 스트레칭’이다. 목 베개 스트레칭은 앉아서도 할 수 있고 동작을 위한 공간도 크게 필요하지 않아 운전석에서도 쉽게 실천할 수 있다.
방법은 간단하다. 우선 양손을 깍지 껴 목 뒤를 받치고 팔꿈치가 하늘을 향하도록 고개를 천천히 뒤로 젖혀 준다. 이후 팔꿈치가 바닥을 향하게 고개를 천천히 숙여주면 된다. 이는 목과 어깨에 쌓인 피로를 풀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세 교정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일석이조의 건강관리법이라 할 수 있다.
◆매주 평균 71시간 근무…면역‘력’ 키우는 생활습관=택배기사들의 근무는 새벽까지도 이어진다. 지난달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가 발표한 택배기사의 평균 근무시간은 주 71시간에 달한다. 그만큼 수면 시간도 짧고 생활 방식도 일정치 않다는 의미다.
요즘처럼 코로나19, 독감 등이 유행하는 시기에는 면역력 관리가 최우선이다. 면역력 관리를 위한 생활습관 가운데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것은 크게 2가지다. 첫째, 몸을 따뜻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체온이 낮아지면 체내 신진대사 능력이 떨어지면서 영양소가 몸 곳곳에 전달되지 못해 면역력이 떨어진다.
복장을 따뜻하게 하되 얇은 옷을 여러 겹 입어 급격히 바뀌는 날씨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는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다. 물을 충분히 마셔야 혈액 순환이 촉진되고 체내 노폐물 배출도 이롭다. 물건을 옮기며 땀을 많이 흘리는 직업 특성상 수분 섭취는 건강 관리에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2.5~3리터가량 물이나 이온 음료를 차량에 준비해 자주 마시면 좋다.
홍정수 원장은 “오늘도 대한민국 물류의 최전선에서 활약하는 택배기사 분들이 ‘무.한.체.력’ 4가지 관리법을 통해 좀 더 건강하고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 말했다.
[미니박스①]꿈꾸다 발길질하는 수면장애, 우울증 위험 1.5배 높아
감정표현 불능증은 1.6배↑···행동 장애 심할수록 우울·감정표현 불능 더 심해져
잠자면서 꿈을 꾸게 되면 운동신경이 억제돼 몸이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만약 꿈꾸다 갑자기 발길질하거나 고함을 치는 수면장애가 있으면 우울증과 감정표현 불능증을 앓을 위험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이상암 · 김효재 교수팀은 꿈을 꿀 때 이상행동을 하는 렘수면 행동장애 환자와 일반인의 정신건강 상태를 분석한 결과, 렘수면 행동장애가 있으면 일반집단보다 우울증과 감정표현 불능증 유병률이 각 1.5배, 1.6배 높다고 최근 발표했다.
수면은 비렘수면과 렘수면 단계가 번갈아 4~6차례 반복되며 이뤄진다. 잠이 들기 시작할 때부터 깊은 잠에 빠지기까지의 비렘수면 단계에서는 눈동자가 거의 움직이지 않고 뇌의 활동도 느려진다. 꿈을 꾸는 렘수면 단계에서는 눈꺼풀 밑에서 안구가 빠르게 움직이고 뇌가 활발하게 활동한다.
전체 수면의 약 25%를 차지하는 렘수면 단계에서는 원래 신체 움직임이 거의 없다. 이때 신체 근육의 힘을 조절하는 뇌간에 문제가 생기면 꿈의 내용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렘수면 행동장애가 나타난다.
이 교수팀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서울아산병원에서 수면다원검사를 받아 렘수면 행동장애를 진단받은 환자 86명과 일반인 74명을 대상으로, 우울증과 감정을 인식하고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감정표현 불능증 검사 결과를 비교했다.
검사 결과, 렘수면 행동장애 집단 중 경도 우울증 이상으로 진단된 비율이 50%(43명)로 일반집단 34%(25명)보다 약 1.47배 높았다. 감정표현 불능증 의심으로 진단된 비율도 31%(27명)로 일반집단 19%(14명)보다 약 1.63배 높았다.
이상암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이번 연구로 파킨슨병 환자에게 빈번하게 나타나는 우울증과 감정표현 불능증이 렘수면 행동장애와도 연관성이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며 “렘수면 행동장애는 파킨슨병, 치매 등 신경 퇴행성 질환의 초기 증상일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서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니박스②]붓고, 저리고, 터질듯한 다리…내버려 두면 절단할 수도
직장인 다리 통증, 근육 아닌 혈관질환 의심
많은 직장인이 오랜 시간 앉아있거나 서 있는 등 한 자세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오래 한 자세를 취하면 다리가 붓고 아프기 마련이다. 이를 다리 근육 문제로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은 다리 혈관의 문제일 수 있다.
다리 질환은 전신 질환으로 더 주의가 필요하다. 만약, 걷거나 뛸 때 다리에 통증이 있고 발의 상처가 잘 낫지 않으면 말초동맥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하지동맥 폐색증은 동맥경화로 하지 동맥이 막혀 충분한 혈액이 공급되지 않는 질환을 말한다. 초기 증상이 척추 디스크 질환과 매우 비슷해 정형외과를 찾았다가 혈관 문제를 알게 되는 환자도 많다.
조진현 강동경희대병원 외과 교수는 “통증의 형태는 비슷한데 발생 양상은 차이가 있다”며 “자세와 상관없이 통증과 당김 증상이 나타나면 척추 질환을 의심할 수 있고, 평소에는 괜찮다가 걸으면서 통증이 시작되면 하지동맥 폐색증을 의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말초 동맥 질환 환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조진현 교수 연구팀의 한국인의 무증상 말초 동맥 질환 위험인자 연구 논문을 보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총 2044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한국인의 말초동맥질환 유병률은 4.6%로 나타났다.
하지동맥 폐색증은 다리에 통증이나 경련이 발생해도 휴식을 취하면 금방 좋아져 단순히 무리한 것으로 생각해 지나치는 일이 많다. 이를 방치하면 다리 온도가 차갑고 발가락 색깔이 검으며 발의 상처가 잘 낫지 않는다.
막힘이 더 심해지면 괴사가 진행되고 1년 안에 50%가 다리를 절단하게 된다. 다리 절단까지 이르는 무서운 질환임에도 진단은 동맥경화협착검사로 쉽게 가능하다. 누운 상태에서 양팔과 양다리혈압을 동시에 측정해 발목에서 잰 혈압이 팔에서 잰 위팔 혈압보다 10% 이상 낮으면 하지동맥 폐색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한 가지 자세뿐 아니라 기름진 식습관, 흡연과 음주로 혈관에 콜레스테롤이 쌓이면 나이가 들수록 종아리 근육이 줄어들어 혈액을 힘 있게 펌프질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끝까지 돌아야 하는 피가 막히거나 한곳으로 몰린다.
이 경우 다리에 피를 공급하는 장골동맥(복부 대동맥에서 다리로 내려가는 골반 내에 있는 큰 동맥)에 동맥경화로 인해 피떡(혈전)이 생기면 혈액 순환에 문제가 생기는 ‘장골동맥 폐색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이 질환은 하지동맥 폐색증과 같이 남성에서 더 많이 생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면 2019년에 진료받은 환자 수는 남성 490명, 여성 132명으로 남성이 거의 4배가량 많았다. 또한, 약 80%의 환자가 60대 이상으로 고령에서 많이 나타났다.
말초동맥질환은 혈관이 많이 막히지 않은 초기에 발견하면 항혈소판제, 혈관확장제 등 약물치료와 콜레스테롤 관리를 위한 식습관, 생활습관 개선으로 나아질 수 있다. 증상이 심해 병원을 찾으면 이미 50% 이상 혈관이 막힌 경우가 많다.
막힌 부위가 길어도 수술 위험성이 낮은 경우에는 본인의 정맥이나 인조혈관을 이용해 우회 수술을 진행한다. 혈관질환 환자는 만성질환을 동반한 경우가 많아 수술로 합병증 가능성이 커 시술을 고려할 수 있다.
시술은 부분 마취 후 풍선 확장술(혈관에 풍선을 넣고 풍선을 부풀려 혈관을 넓혀주는 시술)이나 스텐트 삽입술(혈관에 그물망 스텐트를 삽입해 좁아지는 것을 방지하는 시술)을 시행한다. 최근에는 죽종절제술(혈관 내벽을 깎아 넓히는 시술) 시행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말초혈관질환 예방법
-흡연은 혈관을 좁게 만들므로 반드시 금연한다.
-빨리 걷기, 자전거 타기, 수영 등 유산소 운동을 강화한다.
-엘리베이터·에스컬레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해 하지 혈관을 튼튼하게 한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흡연 등 위험요인이 있으면 정기적으로 검사받는다.
-기름진 음식을 삼간다.
정종오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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