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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 사용료 '평행선' …넷플릭스 "의무 없다" vs SKB "법대로 하자"


서울중앙지법 '채무부존재 확인의 소' 첫 변론기일서 입장차만 확인

[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 첫 변론기일이 열린 가운데 각자 주장을 확인하는 탐색전이 치열했다.

넷플릭스 측은 망에 대한 책임뿐만 아니라 협상의무도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인터넷 거래관행과 망중립성 위배, 이용자 책임 전가 등을 근거로 망 이용료를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와 달리 SK브로드밴드 측은 인터넷 거래 관행은 법과 원칙에 부합하지 않은 기준일 뿐이며, 네트워크 플랫폼의 양면성, 민법상 이익 반환, 해외 판시 등을 근거로 넷플릭스의 주장이 부당하다고 맞섰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30일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 확인의 소' 민사소송 첫 변론기일을 열었다.

이 자리는 넷플릭스의 법률대리인인 김앤장과 SK브로드밴드의 법률대리인 세종 변호사들이 출석해 각각 약 5분간 주요 쟁점에 대한 주장을 이어갔다.

이날 가장 첨예한 쟁점은 '망 이용 대가 지불의 정당성'으로 이에 양측 화력이 집중됐다.

넷플릭스 측은 망 이용대가 관련 이용자와 1차적으로 접속되는 인터넷제공사업자(ISP) 거래를 '접속료'로, 콘텐츠제공사업자(CP)가 인터넷제공사업자(ISP)로 보낼 때의 거래는 '전송료'로 분리했다.

예를 들어 이용자가 특정 콘텐츠를 보겠다는 의사를 'A' ISP에 전달하면, 'A' 다른쪽으로 연결된 'B' ISP에 이를 전달하고 최종적으로 넷플릭스에 데이터를 전송한다. 넷플릭스는 전송된 데이터를 통해 해당되는 콘텐츠를 B에 보내고, 이를 B가 A에 보내면 최종 이용자에게 전달되는 방식이라는 것.

이 과정에서 이용자가 A를 통해 주고받는 데이터에 대해서는 그에 따른 접속료를 이용자가 내고 있는 상태고, CP는 최초 연결된 B에게는 접속료를 내고 있어 그 이후 B에서 A로, 또 이용자에게 전달되는 전송료는 따로 지불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넷플릭스 법률대리인은 "이같은 행태는 불필요한 비용증가를 야기하게 되기 때문에 그 어느 국가에서도 정부나 법원이 접속료를 강제하는 일은 없다"며, "만약 전송료를 추가 부담해야 한다면 망중립성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전송료 강요로 인해 소비자가 질 낮은 서비스를 봐야만 하기에 후생도 저하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같은 넷플릭스 진술에 대해 SK브로밴드는 오래된 학계의 일부 주장일뿐 명확한 근거를 찾을 수 없는 관습 이하의 억지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SK브로드밴드 법률대리인은 "원고들이 말하는 인터넷 기본원칙은 지난 2009년 일부 학자가 인터넷 시장의 자유로운 참여를 위해 CP가 이용대가를 지불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일뿐 상법에도 없고 관습이라고도 할 수 없는 조악한 주장"이라며, "10년 이상의 세월이 흐른 지금은 인터넷 시장이 엄청나게 변화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가 주장하는 '무정산(Free peering)' 원칙은 현재 상황과는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과거 ISP간의 상호접속을 통해 서로 트래픽 교환비율이 동등한 경우 정산하지 않았으나, 이후 대형 글로벌 CP들의 등장으로 인터넷 트래픽이 폭증함에 따라 무정산 방식은 일방향 정산방식(Paid peering)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

프랑스 통신규제기관 ARCEP가 지난해 6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일방향 정산방식은 지난 2012년 20%에 그쳤으나 2018년 54%로 과반을 넘어섰다. 트래픽과 비용 차이를 고려해 ISP간 상호접속 시 비용을 지불하게 된 셈이다. 대안적 접속방식인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의 경우에도 트래픽 소통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즉, 넷플릭스가 주장하는 전송료는 무료라는 주장은 인터넷 트래픽이 일방향으로 폭주하고 있는 현 상황에 맞지 않을뿐더러 이미 거래시장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인터넷 시장의 양면성을 고려했을 때 CP 역시 네트워크 플랫폼 사업자(ISP)의 고객이기 때문에 망 사용에 따른 비용을 내는 게 정당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워싱턴 DC 연방항소법원은 '양면시장의 구조를 갖는 네크워크 시장에서 ISP가 CP로부터 정상적인 망 이용대가를 수취하는 게 제한될 경우, 이로 인해 발생한 비용은 이용자들에게 전가되는 결과가 발생하게 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

◆ 연결에 대한 각자 부담 합의 vs 실무선에서의 망 설치비 분담

넷플릭스 측은 한국에 연결된 일본과 홍콩의 넷플릭스 캐시서버 연결지점까지의 비용은 넷플릭스와 ISP가 각자 부담하기로 합의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넷플릭스가 글로벌 연결된 ISP 1천700여곳과도 전송료를 지급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넷플릭스 측은 "일본과 홍콩의 연결지점까지 각자 비용 부담하기로 합의한 상태에서 부당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것은 전제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SK브로드밴드 측은 "각자 비용을 부담하기로 한것은 직접 연결을 위한 물리적 망 설치에 관련한 합의일뿐인데 이를 망사용료로 확대해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라며, "실제로 망 이용대가에 대한 각자 부담까지 합의가 됐다면 그에 따른 계약서가 있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실무자간 이메일을 주고 받은 것 외에는 없다는 게 그 근거"라고 반박했다.

넷플릭스는 망 이용대가를 강제하는 것은 한국 정부가 취하고 있는 망중립성에도 위배되는 사항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SK브로드밴드는 통신사가 합법적인 트래픽을 차단하거나, 지연, 우선처리하는 등 불합리하게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는 원칙일뿐 망 이용대가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넷플릭스 측은 망 이용책임에 대한 채무부존재뿐만 아니라 협상 의무도 없다는 상당히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재판부가 SK브로드밴드가 방송통신위원회에 넷플릭스와의 협상 중재를 요청한 재정신청 과정을 묻는 과정에서 넷플릭스는 "피고(SK브로드밴드)가 협상에 임하라는 청구를 했으나 (넷플릭스는 이에 대한) 협상 의무가 없다"고 답했다.

이에 SK브로드밴드 측은 "법률적인 주장"이라며, "당시 협상도 안하겠다는 말을 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으나 법원은 다르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사안이 기술적으로 복잡성을 띠고 있어 판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판부는 다음 2차 변론기일을 2021년 1월 15일로 잡았으나 필요에 따라 3, 4차 변론기일까지 예고했다. 또한 양측이 서로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기술 프리젠테이션 시간 마련을 요구, 재판부도 이를 받아들였다.

김문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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