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조석근 기자] 21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야당 입장에선 흥행실패로 끝나면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최대 수혜자로 부상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총장이 추미애 법무장관은 물론 청와대, 여당과 대립각을 드러내는 점을 겉으로는 환영하지만, 내부적으로 불편한 모습이다. 윤석열 총장이 야권의 차기 대선주자로서 존재감을 키울수록 국민의힘 차기 주자들은 여론의 관심에서 멀어지기 때문이다.
여론조사기관 알앤써치가 데일리안 의뢰로 집계한 10월 4주차 조사결과(지난 25~26일 만 18세 이상 1천32명 대상, 95% 신뢰수준 ±3.1%p) 차기 정치 지도자, 즉 대선주자 선호도를 묻는 질문에 민주당 소속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2.8%로 1위, 이낙연 대표가 21.6%로 2위를 차지했다. 이재명 지사가 전달보다 1.2%p 상승한 반면 이낙연 대표는 2.5%p 하락했다.
윤석열 총장은 15.1%로 전체 3위로 나타났다. 야권 후보 중에선 가장 큰 격차로 1위를 기록 중이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6.8%,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5.8%,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3.1%, 유승민 전 의원이 3%로 그 다음 순이다.
윤석열 총장은 지난해 조국 전 법무장관 및 일가족 수사 이후 보수층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라임, 옵티머스 사건을 계기로 추미애 법무장관의 검찰 내 비리의혹 관련 수사지휘를 두고 격심한 갈등을 빚고 있다. 윤석열 총장은 지난 9월 같은 조사에서 제외됐는데 8월과 비교할 경우 1%p 상승했다.
이번 조사 대상 기간은 25~26일이다. 직전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총장은 추미애 장관을 겨냥 "검찰총장은 법무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며 공개적으로 치받았다. 그 자체로 이번 국감 최대 이슈로 부상했다. 더구나 정계진출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즉답을 피한 대신 "국민에 봉사할 방법을 고민 중"이라는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현 정부의 공수처 출범,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에 부정적이다. 특히 윤석열 총장 및 대검찰청이 조국 사태 이후 청와대, 법무부, 민주당과 충돌을 거듭하고 있는 만큼 윤석열 총장을 옹호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윤석열 총장에 대한 보수층 지지가 쏠릴수록 고민은 더 커진다.
이번 조사에서 홍준표 전 대표, 안철수 대표의 경우 9월에 비해 지지율이 각각 1.2%p, 1.9%p 하락했다. 이들은 야권이라고 해도 국민의힘 바깥 인사다. 국민의힘 합류 가능성은 있지만 김종인 비대위원장과의 갈등을 감안하면 미지수다.
당내 인사 중 오세훈 전 시장의 경우 지난 9월 6%에서 절반 가까이 빠졌다. 유승민 전 의원의 경우 2.4%에서 3.0%로 소폭 상승했지만 최근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경우 2%에서 1.4%로 오히려 더 떨어졌다. 4·15 총선 참패 이후 존재감이 크게 떨어진 황교안 전 대표도 9월 4.1%에서 이번 조사 2.5%로 하락폭이 컸다.
윤석열 총장의 임기는 내년 7월까지다. 2022년 3월 대선 스케줄상 각 당 대선후보 경선이 한창인 시점이다. 윤 총장이 현직을 유지한 채 청와대, 여당과 대립각을 유지하면서 존재감을 키울수록 당내 다른 후보들이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홍준표 전 대표가 윤 총장을 겨냥 "사퇴하고 당당하게 정치판에 들어오는 게 공직자의 올바른 태도"라며 국감에서의 발언들을 정면 비판한 것도 야권 후보로서의 위기감이 반영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오랜 정치경력과 감각을 갖춘 당내 후보들을 두고 외부 인사에게 시선이 쏠리는 게 어떻게 반가울 수 있겠느냐"며 "당 차원에선 긴장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석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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