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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허창수 요청에 화답한 日…수출규제 기조 변화될까


7개월 만에 양국 기업인 하늘길 열려…'민간 외교관' 이재용 움직임에 '촉각'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뉴시스]

7일 재계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 정부는 지난 6일 기업인들이 일정한 방역 절차를 거치면 격리조치 없이 양국에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기업인 특별입국절차'를 시행키로 합의했다.

이번 일은 지난달 10일 이재용 부회장이 도미타 고지 주한 일본대사와 만나 기업인 입국 제한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한 데다, 허창수 회장이 지난달 스가 요시히데 총리에 축하 서한을 보내며 기업인들의 입국제한을 풀어달라고 요청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허 회장은 "상호 입국제한이 풀려 고통 받는 양국 기업인의 왕래가 원활해지기 바란다"며 "양국 교역·투자가 확대될 수 있도록 스가 신임 총리가 더욱 노력해 주기를 희망한다"고 전한 바 있다.

일본 정부는 '코로나19'를 이유로 지난 3월 9일부터 한국에 대해 무비자 입국을 금지하고, 발급된 비자의 효력을 정지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우리 정부도 맞대응 차원에서 같은 날부터 사증 면제 조치를 전면 중단하며 양국 기업인들이 어려움을 겪어 왔다.

또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된 올 4월부터 한국 등 전 세계 150여 개국에 대한 입국금지 조치도 시행했다. 지난달 1일 일본 영주권자 등 일부 외국인에 대해선 입국을 허용됐지만, 한국 국적의 기업인들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장기 체류자격 보유자의 일본 재입국은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일로 일본 방문을 원하는 기업인은 일본 초청기업이 작성한 서약서와 활동계획서 등을 주한 일본대사관 또는 총영사관에 제출해 비자를 발급받은 뒤 특별방역 절차를 준수하면 일본 입국 후 격리 조치를 면제받게 된다.

이번 양국의 결정을 두고 경제단체들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전경련 관계자는 "이번 합의는 그간 기업인의 대(對)일본 경제활동에 가장 큰 애로였던 양국 간 입국 제한을 다소나마 완화하는 조치"라며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던 양국 기업인 간 교류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양국의 이 같은 조치로 한·일 기업인들은 7개월여 만에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게 됐다. 또 이번 일을 계기로 일본 수출규제 조치도 다소 완화될 것이란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해 7월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고순도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를 단행했다. 또 올해 8월에는 한국을 자국 기업이 수출할 때 승인 절차 간소화 혜택을 인정하는 백색국가 명단(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했다.

이에 국내 업체들은 첨단 소재 영역에서 일본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양국 간 갈등 장기화에 따른 공급 리스크가 지속될까 불안해 하고 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용 장비, 기초유분, 플라스틱 제품 등 비민감 전략물자의 대일 수입 의존도는 대부분 80∼90%에 달한다.

특히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일본 수입의존도가 여전히 90% 이상 유지되고 있다. 또 포토레지스트도 반도체 초미세공정에 사용되는 극자외선(EUV·Extreme Ultra Violet)용 제품이 아직도 일본 수입이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반도체 원재료인 실리콘웨이퍼의 경우 대일 수입 비중은 40.7%로, 오히려 전년도(34.6%) 대비 6.1%p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수출 규제에 따른 생산 차질이 크게 벌어지지 않았지만 한·일 갈등이 좀처럼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어 기업들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며 "양국 관계가 개선되지 않는 한 일본이 첨단소재 품목에 대한 한국 수출 규제를 철회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재계에선 '민간 외교관'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이 부회장의 움직임을 두고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또 이번 일도 이 부회장이 자신의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직접 나선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지난해 7월에도 일본 정부가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종의 한국 수출규제에 들어갔을 때 직접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경제인들을 만나 문제 해결에 나서고자 노력했다. 또 5박 6일 일정으로 머무는 동안 반도체 소재 중 일부를 확보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일본 이동통신사 경영진들과 만나 일본 2위 통신사업자 KDDI와 5세대 이동통신(5G) 장비 계약을 맺고 지난 3월부터 5G 상용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같은 노력은 이 부회장이 일본 내 경제계와 친분이 두터운 영향이 컸다. 이 부회장은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한 후 일본 게이오기주쿠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아 일본어가 유창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 부회장은 지난 4일 한국에 방문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단독 면담을 진행했으며,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재계 총수들과 회동에 나서 한일 문제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는 '민간 외교관' 수준으로 이미 정평이 나 있다"며 "지난해에는 일본 재계의 초청으로 '2019 일본 럭비월드컵' 개막식에도 참석해 일본 국민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일을 기점으로 수출 규제와 관련한 한·일 양국 간 논의도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며 "일본에서도 코로나19로 입은 경제 피해를 회복하기 위해 양국간 교류를 재개해야 한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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