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삼성과 SK가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 자존심 대결을 펼치고 있다. 전기차 수요가 급증하며 배터리는 '제2의 반도체'로 이들 기업의 성장 동력으로 부상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모두 배터리 사업에 애착을 보이는만큼 향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27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7월 삼성SDI의 배터리 사용량은 전년 대비 52.6% 증가한 3.4GWh로 집계됐다. 순위는 4위로 한 계단 상승했다. SK이노베이션은 86.5% 급증한 2.2GWh의 사용량을 기록해 순위가 세 계단 오르며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SK이노베이션 서산 공장을 방문해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을 통해 새로운 의미의 에너지 산업에서 글로벌 메이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배터리 사업 구성원들이 희망이고 여러분들이 열심히 해줘서 그 꿈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중국, 유럽에 전기차 배터리생산 거점을 마련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2018년 공장 신설·증설에 약 7조6천9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웠으며 현재까지 약 3조8천200억원을 투입했다.
이를 바탕으로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규모는 2020년 20GWh, 2023년 71GWh, 2025년 100GWh로 확대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은 다임러, 폭스바겐, 포드, 현대기아차, 페라리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012년 세계최초로 배터리의 힘과 주행거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양극재를 구성하는 금속인 니켈(N)-코발트(C)-망간(M) 비율을 각각 60%, 20%, 20%로 배합한 NCM622 양극재를 적용한 배터리를 개발했고, 역시 세계최초로 2014년 양산에 성공했다.
또 SK이노베이션은 이보다 진화한 NCM811(니켈80%, 코발트80%, 망간10%) 양극재를 적용한 배터리도 2016년 세계최초로 개발하고 2018년부터 양산 중이다. NCM9·½·½(니켈90%, 코발트5%, 망간5%) 양극재를 적용한 배터리 개발도 지난해 세계최초로 성공했으며, 2022년 양산을 계획 중이다. 니켈은 에너지 밀도를 좌우하는 배터리 원료로 이 성분을 높일 수록 더 적은 무게와 작은 부피로 배터리를 만들 수 있다.
삼성SDI는 2005년 소형 배터리 사업의 흑자를 바탕으로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도 본격 뛰어들었다. 삼성SDI는 세계 각국의 환경규제 속 전기차로 패러다임이 전환될 것으로 판단했다. 2008년 독일의 보쉬 기업과 합작사 'SB리모티브'를 설립했다. 삼성SDI가 배터리 중대형 영역까지 확장하는 계기가 됐다.
삼성SDI는 지난 2009년 BMW의 전기차 배터리 단독 공급업체로 최종 선정되면서 업계 내 파란을 일으켰다. 배터리 사업 진출 1년 만에 BMW 프리미엄 배터리 기업으로 선정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수주의 결정적인 역할은 삼성SDI의 배터리 기술력 때문이었다.
삼성SDI는 울산사업장을 전기차 배터리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 생산까지 담당하는 중대형 배터리 메카로 성장시켰다. 또 해외시장 진출에도 나섰다. 삼성SDI는 중국 및 유럽연합(EU) 전기차 시장 성장성을 예견하고 중국 서안에 합작법인을 설립하는가 하면 2016년 헝가리에 배터리 공장 건설에 나섰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5월 "국격에 맞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다"며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면서도 신사업에 과감하게 도전하겠다"고 선언한 후 일주일만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과 천안 삼성SDI 사업장에서 회동했다. 전기차 배터리는 이건희 삼성 회장이 2010년 ‘5대 신수종 사업’으로 꼽은 삼성의 핵심 사업이다.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삼성SDI는 초격차로 새로운 50년을 맞겠다고 선언했는데 이 중심에 배터리가 있다.
삼성SDI는 내년 출시될 5세대 전기차용 배터리에 니켈 함량 88%인 양극재를 적용, BMW 등 자동차 회사에 공급할 예정이다. 5세대 전기차배터리는 1회 충전 시 600km 이상 주행할 수 있다.
삼성SDI는 배터리 생산능력도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해 배터리를 20GWh 생산한 삼성SDI는 올해 생산량을 30GWh로, 향후 5년간 4배 이상 배터리 생산량을 확대할 전망이다.
SNE리서치는 "전세계적인 신종 코로나 사태 속에 한국 업체들이 지속적으로 선방하면서 오히려 점차 대약진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며 "향후 글로벌 시장 주도권을 확실히 장악하기 위해 시장 흐름을 지속적으로 주시하면서 기초 경쟁력 강화 및 성장 동력 점검 등을 적극 추진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민혜정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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