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두산그룹 오너일가의 담보 주식 비중이 90%를 훌쩍 넘었고 롯데와 금호석유화학, 한진, 유진, 현대중공업 등도 50% 이상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주식을 담보로 개인대출을 받은 오너일가 중에서는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3천515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 3명도 1천억 원이 넘었다.
23일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지난 9월 말 현재 공정거래위원회 지정 64개 대기업집단 중 총수가 있는 55개 그룹의 오너일가 주식담보 현황을 조사한 결과 보유 주식의 17.9%를 담보로 제공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7년 말 12.3%에서 5.6%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담보로 제공한 주식의 가치(9월18일 종가 기준)는 9조206억 원에서 14조8천328억 원으로 64.4%(5조8천122억 원) 증가했다.
오너일가가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는 이유는 경영자금 확보와 함께 승계자금 마련, 상속세 등 세금 납부 등이 주 목적인 것으로 분석된다. 대주주 일가의 재산권만 담보로 설정하고 의결권은 인정되기 때문에 경영권 행사에 지장 없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서다. 다만 주가가 담보권 설정 이하로 떨어질 경우 금융권의 반대매매로 주가가 하락해 소액 주주가 피해를 입거나 심할 경우 경영권을 위협받을 수도 있다.
그룹별 오너일가의 주식 담보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두산이었다. 오너일가가 보유한 주식의 96.2%를 담보로 제공했다. 이는 2017년 말(90.4%)에 비해 5.8%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담보 비중이 90%를 넘는 그룹은 두산이 유일했다.
롯데(65.1%), 금호석유화학(61.6%), 한진(55.6%), 유진(55.4%), 현대중공업(51.8%) 등도 50%를 넘었다. 또 SK(48.3%), 한화(47.9%), 한국테크놀로지그룹(46.4%), OCI(39.1%), 효성(38.1%), KG(38.1%), CJ(38.0%), 다우키움(28.1%), 코오롱(27.6%), LG(27.2%), 세아(25.5%), GS(25.1%), DB(21.2%), 셀트리온(17.4%), LS(17.1%), 애경(16.5%), 동국제강(13.1%) 등이 두 자릿수 비중을 기록했다.
반면 현대차그룹을 비롯해 대림, 네이버, 넷마블 등 12개 그룹은 오너일가가 담보로 제공한 주식이 전무했다. 부영과 중흥건설, 장금상선, IMM인베스트먼트는 그룹 내 상장사가 없었고, 미래에셋과 교보생명, 이랜드 등 7곳은 오너일가가 상장 계열사 주식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개인별로는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과 박준경 금호석유화학 전무,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 등 6명이 보유 주식의 100%를 담보로 잡힌 상태였다.
담보 비중이 90%를 넘는 오너일가도 37명이었다. 이 중 두산일가만 27명에 달했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도 포함됐다.
개인 대출 목적으로 주식을 담보로 제공한 대출금 규모에서는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3천515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정 이사장은 아들인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에게 약 3천억 원을 증여한 바 있다.
이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2천564억 원)과 이재현 CJ그룹 회장(1천945억 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1천340억 원)도 담보대출액이 1천억 원 이상이었다. 다음으로 김범수 카카오 의장(900억 원)과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757억 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534억 원),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500억 원)의 순이었다.
CEO스코어 관계자는 "경영승계가 가속화됨에 따라 상속세 납부 등의 목적으로 담보 비중이 높아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장유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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