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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코로나19 불황기에 호텔사업 공격모드…왜


대규모 투자 이미 진행, 신규 사업 연기 시 손해 커…신동빈·정용진·이부진 두각

(왼쪽부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사진=각 사]
(왼쪽부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사진=각 사]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코로나19 장기화로 국내외 호텔업계가 큰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도 일부 오너들이 오히려 사업을 확장하며 위기 정면돌파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19 여파에 국내외 관광객이 급감하며 호텔 이용객 수가 일시적으론 줄었지만, 곳곳에 대규모 투자를 이미 진행해 사업을 미룰 수 없다는 위기감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또 중장기적으로는 사업성이 높다고 판단해 미래 먹거리로 키우겠다는 의지도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올해 들어 호텔사업 강화에 나선 오너로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등이다.

신 회장은 오는 24일 미국 본토 두 번째 호텔인 '롯데호텔 시애틀(LOTTE HOTEL Seattle)'을 오픈한다. 지난해 하나금융투자와 함께 미국계 사모펀드 '스탁브릿지(Stock Bridge)'로부터 1억7천500만 달러(약 2천40억 원)에 호텔을 인수한 뒤 개관 준비를 진행해 온 럭셔리 호텔이다.

이 호텔은 당초 지난 6월에 오픈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오픈 시기를 이달로 미뤘다. 또 신 회장은 코로나19 사태로 직원 90%를 일시해고하고 문 닫았던 미국 롯데호텔 뉴욕팰리스 영업도 최근 재개했다. 지난 6월에는 '시그니엘 부산' 오픈 행사에도 직접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신 회장은 영국 호텔 인수도 검토하고 있으며, 일본에서도 향후 3~4년에 걸쳐 도쿄 등에 호텔 수를 적극 늘린다는 계획이다.

정 부회장은 내년 상반기까지 독자 브랜드를 포함한 호텔 5곳을 새로 개장키로 했다. 다음달 7일 '그랜드 조선 부산'을 시작으로 같은 달 말께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서울 명동', 올해 12월 '그랜드 조선 제주'와 '그래비티 서울 판교, 오토그래프 컬렉션', 내년 4월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 럭셔리 컬렉션'을 잇따라 오픈한다. 앞서 신세계는 지난 2018년 '레스케이프' 오픈 당시 향후 5년간 5개 이상의 독자 브랜드 호텔을 오픈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정 부회장은 독자 브랜드 '레스케이프'의 부진과 코로나19 여파 등에 따른 업황 악화로 최근 5년간 호텔사업에서 실적 타격을 크게 입었지만, 오히려 과감한 투자로 사업 확장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실제로 모기업인 이마트는 지난 3월 말 신세계조선호텔에 약 1천억 원의 자금을 수혈했고, 최근에는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 럭셔리 컬렉션'이 들어서는 옛 르네상스 호텔 부지 재개발 사업에 2천400억 원가량의 직접 투자를 진행했다. 하지만 신세계조선호텔은 올 상반기에만 38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도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전 세계 호텔업계가 어려움에 빠져 있는 상황 속에서도 영역 확장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지난 6월에는 베트남 다낭에 '신라모노그램'을 오픈했다. '신라모노그램'은 신라에서 처음 선보이는 글로벌 호텔 브랜드로, 호텔신라가 운영하는 호텔로는 17번째다.

이 사장은 '신라모노그램 다낭'을 시작으로 인도네시아 발리에도 위탁 경영방식으로 '신라 모노그램'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또 중국, 동남아 등 해외 10여 개 지역에 '신라모노그램' 브랜드로 호텔을 오픈할 예정이다.

'신라스테이'로는 2021년 미국 실리콘밸리 새너제이에 200여 개 객실 규모로 북미 시장 공략에 나선다. 또 미국을 비롯해 동남아시아, 중국 등 10여 개 나라에 해외 사업장을 넓혀갈 계획이다. 더불어 지난 2010년 이 사장이 취임한 후 적극 추진하고 있는 남산 한옥호텔도 오는 2025년 완공한다는 목표다. 이곳은 완공되면 서울 시내 최초의 도심형 전통호텔이 될 예정이다.

신라모노그램 다낭 [사진=호텔신라]
신라모노그램 다낭 [사진=호텔신라]

이처럼 일부 그룹 오너들이 코로나19로 소비 위축이 진행된 상황에서도 남다른 결단으로 호텔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는 것을 두고 재계에선 이미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 물러설 수 없었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끝이 보이지 않는 불황과 실적 타격으로 자금 압박이 있을 수 있지만 기존의 계획을 철회하기에는 이미 각 사업들이 상당수 진행돼 사업을 미루면 더 손해가 클 것으로 파악돼서다.

또 일각에선 각 오너들의 이해 관계가 호텔 사업과 맞물려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신 회장의 경우 호텔 사업 강화를 통해 기업 가치를 끌어올림으로써 향후 호텔롯데를 주식 시장에 상장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호텔롯데 지분 전부를 일본 롯데홀딩스 등 일본 계열사가 소유하고 있는 탓에 호텔롯데는 '롯데=일본 기업' 논란의 핵심 고리가 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호텔롯데 상장 여부는 롯데를 둘러싼 '일본 기업' 논란을 해소하기 위한 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마지막 열쇠로 꼽혀왔다"며 "호텔롯데가 상장하게 되면 자연스레 주주 구성이 바뀌게 되면서 이런 논란에서 벗어날 여지가 생기게 된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이 호텔 사업을 강화하는 것과 관련해선 첫째 아들 정해찬 씨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정 씨는 정 부회장과 전 부인인 배우 고현정 씨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2017년 코넬대에 입학해 전공으로 호텔경영학을 택했다. 지난 2018년에는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약 한 달간 현장 실습도 진행했다.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 2~4세들이 첫 경영 수업으로 호텔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며 "호텔은 부동산, 금융, 소비재 등 다양한 분야가 복합된 사업 분야로 2·3세 경영인들이 다양한 사업군에 대한 이해도를 단기간에 높일 수 있어 경영수업에 용이한 사업이라고 평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장에 대해선 기존에 갖고 있던 경영 비전대로 투자 및 해외 진출을 꾸준히 추진함으로써 중장기적으로 호텔신라를 글로벌 호텔 체인으로 키우기 위한 전략이라고 해석했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이 사장은 당장의 수익성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글로벌 시장을 노리고 이미 계획했던 사업들을 계속 진행하는 듯 하다"며 "특히 '코로나19' 종식 이후 시장 선점을 노리는 것 같다"고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그룹 소유의 호텔이 있어야 각종 모임이나 회동이 외부 노출없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오너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업 중 하나"라며 "큰 수익은 나지 않지만 주력사업과의 시너지를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미지 개선 효과도 얻을 수 있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오너들이 쉽게 포기하지 않는 듯 하다"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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