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주파수 재할당에 과거경매대가 반영해야 한다는 전파법 위임 근거를 찾을 수 없다."
박종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7일 서울 종로구 페럼타워에서 정보통신학회 주최로 열린 '주파수의 효율적 이용을 위한 재할당 정책방향' 특별세미나에 참석, 이 같이 주장했다.
박종수 교수는 '주파수 재할당의 법적 성격 및 바람직한 재할당 정책 방향'에 관한 주제 발표를 통해
"주파수 재할당에 과거 경매대가가 반영되려면 어떤 경매를 적용할지, 어떤 범위 또는 방식을 적용할 지 법에 명시돼 있어야 하는데, 이같은 내용이 없어 해석이 불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가 산정에 따라 디지털 뉴딜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주파수 정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기준의 의미와 해석이 투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오는 11월 주파수 재할당에 관한 대가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여기에 과거 경매 대가 적용 등을 강조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현실에 맞게 재 산정 해야 한다는 이통사간 입장차가 극명한 상태다.
실제로 업계가 추산한 과기정통부 방식의 재할당 산정대가는 2조6천억~ 4조원대에 달한다. 반면 이통 업계는 1조4천억원 수준을 강조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과거 경매를 통한 유사한 주파수의 할당을 근거로 과거경매대가가 반영돼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이통사는 경쟁 수요가 없는 재할당이라는 점을 주장하고 있는 것.
재할당 대가 산정에 과거경매대가를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은 전파법 시행령에 명시돼 있다. 전파법 시행령 제14조에는 '주파수 할당 대가의 산정 기준은 별표3과 같다'고 하면서도 단서로 '할당대상 주파수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용도의 주파수가 가격경쟁주파수할당의 방식에 따라 할당된 적이 있는 경우에는 다음 각호의 사항을 고려해 주파수할당 대가를 산정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1호의 '동일하거나 유사한 용도의 주파수에 대한 주파수 할당대가'도 이에 포함된다.
다만, 이같은 시행령이 모법인 전파법에 부합하는가에는 해석을 달리할 수 있다는 게 박 교수의 주장이다.
이의 근거는 전파법 제16조 재할당과 제11조 대가의 의한 주파수할당에 있다. 제11조1항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은 제10조제1항 또는 제2항에 따라 공고된 주파수를 가격경쟁에 의한 대가를 받고 할당할 수 있다"며, 단서로 '다만, 해당 주파수에 대한 경쟁적 수요가 존재하지 아니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제3항 후단에 따라 산정한 대가를 받고 주파수를 할당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또 제3항은 '주파수 할당 대가는 주파수를 할당받아 경영하는 사업에서 예상되는 매출액, 할당대상 주파수 및 대역폭 등 주파수의 경제적 가치를 고려해 산정한다'고 돼 있다.
즉, 시행령 제14조 1항의 단서 조항의 근거가 전파법에는 명확히 명시돼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전파법 11조3항에는 과거경매대가에 대한 내용을 찾을 수 없고, 대통령령에 따른 위임 문구 역시 나와있지 않다는 것.
더욱이 올해 상반기 전파정책자문위원회에서 이번 주파수 재할당에 대해 '경쟁적 수요'가 없다고 보고 가격경쟁 주파수 할당이 아닌 할당방식을 따르기로 내부 결정을 내린 상황이어서 경쟁수요에 기반한 시행령의 단서 조항을 따를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박 교수는 "과거경매대가 반영 근거를 찾을 수 없다면 시행령 스스로 만들어낸 것으로 모법의 위반소지가 있을 수 있다"며, "시행령이 무효화된다"고 지적했다.
최초 입법 취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의 근거로 2000년 4월 1일 주파수 유효기간 설정에 따라 함께 입법화된 재할당과 이를 설명한 2000년 법제처의 '월간 법제' 9월호, 이에 앞서 1999년 KISDI가 전파방송정책연구반을 통해 입법 연구 내용 등을 제시했다.
박 교수는 "입법 당시 신규할당과 똑같이 재할당을 적용하기에는 다소 신중하게 봐야 한다는 입법 취지가 있었고, 그에 앞서 KISDI에서는 효율적 투자 이행을 위해 면허를 갱신하는 차원에서 재할당을 바라봤다"며, "법제처에서도 당사자와의 협의를 통해 재할당 금액을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협상가격이라 부르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정부가 과거경매대가를 반영한다면 재량권의 범위를 넘어설 수도 있다는 얘기다.
박 교수는 "면허조건 불이행이나 국가안보상 문제, 신규 서비스 도입 등을 위한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라면 기본적으로 기존 영업사업자의 사익이 공익보다 우월한 측면이 있다"며, "이통사가 주파수를 할당받아 대규모 투자를 하고,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기에 사업자의 기본권을 고려해 정부의 재량은 신규할당과 달리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주파수 할당의 경우 특허사용료에 해당하지만 정부가 부과했을 시 사업자가 반드시 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부담금 차원에서 살펴봐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부담금과 같이 경제적 부담을 사업자에게 지우는 처분은 그 산정 기준이 명확해야 하는데, 전파법에는 구체화하는 표현이 없다는 점이 또 다시 지적됐다.
그는 "경제적 부담을 지우는 처분은 상대방의 예측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 명확한 산정 근거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게 확립된 법리로, 실제 도로·하천 사용료나 카지노사업자 납부금의 경우 관련 법령에서 산정기준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고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같은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전파법과 시행령에 대한 정비가 선행돼야 하나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과거경매대가 반영은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문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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