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강길홍 기자]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의 '배터리 전쟁'이 점입가경이다. 특허 소송을 진행 중인 양측은 장외에서도 번갈아 입장문을 내며 상대방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SK이노베이션은 LG 측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면서도 대화를 통해 해결하자고 제안해 눈길을 끈다.
6일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의 억지·왜곡 주장에 대한 팩트확인 및 입장'이란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LG화학이 아니면 말고식의 비방을 반복하고 있다"며 "LG화학의 비신사적인 행동에도 불구하고 법이 정하는 절차에 따라 엄정하고 합리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SK는 "하지만 당사자들이 서로 알고 있는 실제 과정에 명백히 반하는 주장을 LG가 마치 입증된 사실인양 법정 밖에서 유포하는 것을 보면서, 더 이상 인내만으로는 회사의 명예를 지킬 수 없기 때문에 많은 이해관계인들에게 최소한의 사실이라도 설명해야겠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SK는 LG 측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먼저 LG 측이 994 특허의 선행기술이라고 주장하는 A7이라는 제품은 특허침해 소송을 처음 제기했을 때 제출한 첫 번째 서면에는 들어있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LG는 2개월이 지난 후에야 A7을 유사성 있는 제품이라고 내세웠다는 설명이다.
SK이노베이션은 "LG는 특허소송 제기 전에는 A7 제품을 SK의 특허에 항변하기 위한 제품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리라는 것조차 알지 못했다"면서 "'SK가 남의 기술을 가져간 데 이어 이를 자사의 특허로 등록했다'고 말하는 것은 억지주장과 의도적 왜곡을 넘어서 거짓말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또한 SK는 LG가 이번 특허 소송과 전혀 관련이 없는 문서를 마치 내용상 관련이 있는 것처럼 거짓 주장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SK는 "LG는 뭔가 대단한 내용이 있는 양 두리뭉실하게 억지로 주장을 하고 구체적인 특정을 하지는 않는다"며 "양 당사자가 같이 가지고 있는 문서들조차 제목만 제시하며 뭔가 있는 것처럼 얘기하고 구체적으로 특정하라 하면 상대방을 비난하는 것으로 말을 돌린다"고 밝혔다.
SK는 994 특허 발명자 A씨가 LG에서 이직한 사람이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이직 시기상 특허를 침해했다는 주장은 말이 안 된다고 해명했다.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A씨는 2008년 LG에서 SK로 이직했고, LG가 선행기술이 적용됐다고 주장하는 배터리셀(A7)은 2013년에 출시됐다. A씨가 SK이노베이션 제안한 특허(994)는 2015년에 출원됐다.
SK는 "2008년에 퇴직한 사람이 2013년에 출시된 제품의 기술을 베껴서 2015년에 특허출원했다는 것이 LG의 주장"이라면서 "심지어 A씨는 LG에서는 994 특허와는 전혀 관계 없는 부서에서 근무했다"고 말했다.
SK 측은 LG도 타사에서 이직한 수많은 직원들을 고용하고 있으면서 이직 자체를 마치 범죄인 것처럼 묘사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SK는 LG 측의 증거인멸 주장도 가당치 않다고 밝혔다. 미국 ITC의 영업비밀 소송에서 SK가 문서삭제를 했다는 이유로 예비판정이 나온 것은 사실이지만 최종 결정 권한을 가진 ITC는 5명의 위원 만장일치로 예비판정의 전면재검토(Review in its entirety)를 결정했다.
SK는 "ITC는 그 결정에서 일응 과연 이 분쟁과 관련된 증거가 실제로 삭제되었는지에 대한 의문을 표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SK에 따르면 LG 측이 삭제된 후 복원되었다고 주장하는 'Creative Idea를 논의했다고 주장하는 파일'나 '2nd Regular Meeting Material'이라는 문서의 원본은 LG의 주장과 달리 삭제되지 않고 보존 중이었다.
SK는 "다만 그 문서와 관련된 시스템상의 임시 파일이 자동 삭제되었던 것뿐인데, LG는 이런 식으로 조금만 들여다보면 사건에 아무런 영향이 없는 비본질적 부분을 침소봉대해 마치 '원본 파일이 삭제됐다가 복원'된 것처럼 왜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SK는 "LG는 SK의 신뢰를 떨어뜨리기 위해 꼬투리잡기만을 하고 있다"며 "LG가 억지로 주장하는 증거인멸은 정직한 소송행위라기보다는 특허권자인 SK의 이미지를 깎아내려 소송과 소송 밖 협의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비신사적 행위"라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SK이노베이션은 "LG는 소송을 먼저 시작한 당사자로서 사실을 근거로 정해진 소송절차에 정정당당하게 임해 주시기 바란다"며 "제발 근거를 명확하게 제시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SK는 "자신이 없으면 지금이라도 모두에게 고통을 주고 있는 분쟁을 멈춰 주기 바란다"며 "LG가 끝내 멈추지 않는다면 소송 상대방인 SK는 어쩔 수 없이 묵묵히 가야 할 길을 갈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SK는 "LG는 배터리 산업 생태계와 국가 경제성장의 중요한 파트너라고 SK는 생각한다"면서 "그래서 대화를 통해 현명하고 합리적인 해결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길홍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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