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면세점 시장 침체가 장기화된 가운데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점의 재입찰이 시작됐다.
최대 10년의 사업이 보장되는 '금싸라기' 같은 사업 구역이지만 업계는 코로나19 사태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신중하게 접근하는 모양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제1여객터미널 면세 사업권 신규 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은 오는 14일까지 진행한다. 대상은 지난 1월에 진행된 바 있는 입찰 8개 사업권 중 유찰된 6개 사업권 33개 매장이다. DF2·3·4·6구역은 대기업에게, DF8·9 구역은 중견·중소기업에게 할당된다.
이 구역은 지난 3월 이미 입찰이 진행된 바 있는 곳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면세업계의 침체가 계속되고, 임대료를 둘러싼 갈등이 해결되지 않으며 롯데, 신라, 엔타스 등 주요 면세점 기업이 입찰을 포기했다.
이에 인천공항공사가 재입찰 공고를 냈지만 면세점 업계는 임대료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시 입찰에 참여할 수 없다며 난색을 표했다.
다만 인천공항공사가 최근 업계의 의견을 대폭 반영한 수정 조건을 내놓으며 상황이 반전됐다. 인천공항공사는 이번달 종료 예정이던 임대료 감면 기간을 연말까지로 연장했다. 감면 조건도 전년 대비 실적이 80% 이상으로 회복될 때까지로 완화했다. 기존에 이 기준은 전년 대비 60%의 매출 회복이었다.
이에 롯데·신라·신세계 등 업계 '빅 3'는 입찰 참여를 두고 장고에 들어간 모습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진정될지 모르는 만큼 섣불리 입찰에 참여할 수는 없지만, 장기간 안정적인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인천공항 면세점을 포기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사업권은 기본 5년에 사업자가 요청할 시 추가 5년을 연장할 수 있다. 입찰에 승리하기만 하면 10년의 사업이 보장되는 것이다. 또 지난 2018년 DF1·5 구역 입찰에서 승리한 신세계면세점이 2년만에 시장 점유율을 6%p 가까이 끌어올린 사례가 있는 만큼 매출 규모도 크다.
구매력이 MD구성에 큰 영향을 끼치는 면세 업계의 현실상 인천공항 면세점은 '규모의 경제' 실현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인 셈이다.
한 대기업 면세점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종료되더라도 매출이 과거 수준으로 회복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테니 섣불리 입찰 참여를 결정하기는 어렵다"며 "하지만 10년 동안 큰 규모의 사업을 전개할 수 있는 인천공항을 포기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현대백화점그룹을 '다크호스'로 지목하고 있다. 침체에 빠진 면세 업계에서 '나 홀로 투자'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실제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지난 1일부터 인천공항 제1터미널 DF7 구역의 면세점 영업을 시작했다. 당시 입찰에서 승리한 기업중 유일하게 개점한 사례다. 이에 앞서서는 코로나19 확산 초기였던 지난 2월 두 번째 시내면세점인 동대문점을 오픈하는 '강수'를 두기도 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면세 사업을 당장의 수익성보다 미래의 가능성에 방점을 두고 운영하고 있다. 일단 규모의 경제를 구축해 업계 내에서의 존재감 및 협상력을 높이고 한섬, 현대그린푸드, 현대드림투어 등 그룹 내 계열사와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현대백화점그룹 역시 이번 입찰 참여는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빅 3'와 마찬가지로 수요 회복이 언제 이뤄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막대한 비용 부담이 발생할 수 있는 면세점 입찰에 참여하는 것은 섣불리 결정할 수 없을 것이라는 평이다.
현대백화점면세점 관계자는 "인천공항 제1터미널 재입찰에 참여 여부는 아직까지 아무것도 결정된 바가 없다"며 "상황을 신중하게 검토한 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석 기자 [email protected]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