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내년에도 (EBS 등 교육사이트에 대한) 제로레이팅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 "앞으로도 계속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지난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결산심사 전체회의에서 김상희 의원(더불어민주당) 주장과 그에 따른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의 답변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국에 응당 필요한 조치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그 속을 들여다보면 무책임한 포퓰리즘이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올 연말까지 EBS 등 교육사이트에 제공되는 이동통신 데이터는 무료로 지원된다. 과기정통부와 교육부, 이동통신 3사가 협의를 통해 국민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한 대승적 차원으로 진행하고 있다. 다만, 재원상 거의 모든 부담을 이통 3사가 지고 있는 형태다. 이 혜택을 발표한 정부가 이통3사에 앞서 과실을 얻고 있다.
'제로레이팅'이란 콘텐츠 사업자(CP)가 이용자의 망사용료를 면제 또는 할인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고객은 데이터를 무료로 이용하면서 콘텐츠를 쓰게 되지만 그 비용은 해당 콘텐츠 사업자가 대신 내주는 셈이다. 망을 보유하고 있는 통신사도 자사 서비스에 적용해 마케팅 효과를 얻기도 하지만 계열사의 경우 계약에 따라 대가를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EBS 등 교육사이트의 제로레이팅 역시 누군가가 국민들의 부담을 대신 지고 있기 때문에 성립된다.
물론, 이 사업은 교육부가 특별교부금으로 재원을 마련해 지출하고 있다. 김상희 의원실이 교육부에 확인한 결과 무상데이터 정책을 계속사업으로 편성할 경우 추정비용은 연간 총 60억원, 대략 월 5억원이 투입된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60억원이 결코 적은 돈은 아니지만 상황이 급변하면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같은 재원은 정부에 국한된 말이다. 실제 교육사이트 데이터를 무상 제공하기 위해서는 교육부 재원에 무려 15~25배 가까운 비용이 필요하다는 게 통신업계의 분석이다. 이같은 어려움 속에서도 사업 특성상 누구 하나 반론을 제기할 수 없는 입장이다.
정부 역시 이통사의 이러한 부담을 인식하고 있기에 최초 EBS 등 교육사이트 무상 데이터 제공기간을 4월에서 5월간 약 2개월간 진행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이 예상보다 장기화되면서 이통사 동의 하에 6월까지 1개월을 더 늘리는데 합의했다. 이후 또 다시 8월까지, 한 번 더 협의를 진행해 연말까지 늘린 상태다. 그 사이 무상지원하는 데이터량은 시행 이전 대비 평균 10배나 치솟고 있어 부담은 더 가중되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통신 생태계에 대한 제도적 지원이나 정책적 유도 없이 무조건적인 상시적 제로레이팅 전환을 요구하는 국회나, 그간 꾸준한 협의를 통해 진행해온 민간사업자의 의견없이 공식석상에서 사업 유지를 말한 장관 역시 단순한 포퓰리즘적 발언이 아니라면 책임있는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한시적 사업이 상시화되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경영 여건부터 선행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이를테면, 현재 교육사이트 무상지원이 어떤 구조로 이뤄져 있으며, 그에 따른 총 소모비용과 부담비율은 얼마나 되는지, 타 교육 플랫폼과 차별을 없는지 보다 면밀히 따져야 한다.
무료로 열었더니 많이 이용하고 효과가 있으니 계속해야 한다는 말이 얼마나 무책임한 발언인지 다시 한번 곱씹기를 바란다. 코로나19로 어려운 경제 활성화를 위해 민간 기업의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 이 때에 국회와 정부의 보다 책임감 있는 자세가 요구된다.
김문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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