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민지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기소되면서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이 한국 정부와 진행 중인 투자자·국가 간 분쟁(ISD) 소송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소송이 엘리엇에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갈 경우 자칫 대규모 국부 유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이 기소됨에 따라 엘리엇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ISD 소송에서 검찰 수사 자료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앞서 엘리엇은 지난 2018년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해 7억7천만 달러(약 9천100억 원)의 피해를 봤다며 ISD에 소송을 제기했다. ISD는 해외투자자가 상대국의 법령·정책 등으로 피해를 입었을 때 국제 소송을 통해 손해배상을 받는 제도다.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반대했는데, 국민연금이 찬성해 합병이 이뤄졌고, 이에 따라 손해를 봤다고 주장한다. 당시 삼성물산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을 찬성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엘리엇은 검찰의 삼성 수사에 관심을 보여왔다. 실제 지난 6월 한국 법무부를 상대로 비공개 수사 문서를 요구했고, ISD 중재재판부는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라 한국 법률상 피의사실 공표죄에 해당할 수 있다"며 이를 기각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에 대한 재판이 시작되면서 민감한 수사자료 제공을 거부할 명분이 사라지게 됐다. 특히 엘리엇은 검찰 수사팀의 주장과 의견이 같아 소송을 더욱 유리하게 끌고 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외신에서도 검찰의 삼성 수사 및 재판 결과가 엘리엇이 제기한 ISD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삼성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재판이 삼성에 불리하게 이어지면 ISD에서 엘리엇의 주장에 힘이 실릴 것"이라고 관측한 바 있다. 로이터도 "검찰의 이번 수사는 엘리엇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민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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