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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구름 드리운 아모레퍼시픽 서경배號…꼬여버린 스텝 어쩌나


2017년 LG생활건강에 1위 자리 내줘…3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

[아이뉴스24 이연춘 기자] 국내 화장품 업계 '빅2'인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의 엇갈린 성적표에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의 자존심이 또다시 구겨졌다. 수년 동안 '뷰티 맞수'로 경쟁을 펼쳐왔지만, 명암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줄곧 부동의 1위를 달리던 아모레퍼시픽의 서경배호(號)는 3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며 이렇다 할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양사의 충격적인 성적표는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사드 여파로 LG생활건강에 전체 매출 기준 1위를 내주는 뼈아픈 성적표를 받았다.

코로나 사태 여파로 국내외 화장품 사업이 부진한 가운데, 오프라인과 해외 사업 비중이 높은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70% 가까이 주저앉았다. 반면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양한 LG생활건강은 화장품 외 생활용품, 음료사업 등이 선전한 결과 2분기 기준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줄곧 부동의 1위를 달리던 아모레퍼시픽의 서경배號는 3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며 이렇다 할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줄곧 부동의 1위를 달리던 아모레퍼시픽의 서경배號는 3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며 이렇다 할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지난 2분기 매출이 1조1천808억 원, 영업이익은 362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5%, 67% 감소했다.

주력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은 2분기 매출이 1조557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4%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352억 원으로 60% 줄었다. 이니스프리, 에뛰드, 에스쁘아 등 다른 계열사들의 실적도 부진했다. 면세점, 백화점 등 오프라인 채널 비중이 높은 국내 사업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6%, 31% 쪼그라들었다.

국내를 넘어 해외 사업도 실적 악화에 한몫했다.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사업 매출이 20% 감소했고, 북미와 유럽 사업 매출도 각각 36%, 38%씩 감소하면서 아모레퍼시픽의 해외 사업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244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코로나 사태 여파로 지난 4월부터 중국과 아세안, 일본, 북미, 유럽 등 해외 오프라인 매장 대부분이 문을 닫은 영향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화장품 비중이 절대적인 아모레퍼시픽이 코로나 확산에 엎친 데 덮친 상황을 맞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선 아모레퍼시픽에 대해 국내외 실적 부진이 극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미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고마진 면세점 채널이 코로나19로 인한 이동 제한 직격탄을 맞아 매출액이 감소하고 국내와 중국 현지 상황은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했던 지난 1분기보다 나아졌으나 오프라인 쪽은 전년 대비 큰 폭의 매출 감소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정상적인 영업환경이 지속되는 등 예상보다 장기화되는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연중 면세점과 오프라인 점포 매출 반등은 어려울 전망이라고 조 연구원은 말했다. 그는 "여기에 아리따움과 이니스프리 구조조정 작업이 진행 중이어서 점포가 축소함에 따라 매출 성장은 나타나기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반면 차석용 부회장이 진두지휘하는 LG생활건강은 사업 구조가 다각화되어 아모레퍼시픽 달리 실적을 방어했다.

코로나 시국에서 LG생활건강이 선전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은 다름 아닌 아모레퍼시픽과 달리 생활용품‧음료 등 필수재 사업을 동시에 키우며 코로나19로 인한 화장품 판매 부진을 상쇄했다.

차석용 매직으로 LG생활건강은 15년 연속 성장곡선을 그렸다. 지난 15년간 LG생활건강의 매출액은 7배, 시가총액은 46배 늘었다. 23개 기업을 줄줄이 인수했고, '후'를 단일브랜드 매출액 2조5천억 원을 창출하는 '명품'으로 키워내며 15년간 사상 최대 실적을 새로 썼다.

지난 2분기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0.6% 증가한 3천33억 원을 기록하며 3년 연속 1위 자리를 지켰다. 화장품 사업의 매출 9천233억 원과 영업이익 1천782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16.7%, 21.1% 감소하긴 했지만, 그 외 생활용품과 음료 사업이 성장하면서 실적을 이끌었다.

코로나로 향균 티슈 등 위생용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상반기 기준으로 생활용품 사업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9.7% 증가했고, 코카콜라 등 음료 사업도 선방하면서 영업이익이 35.8% 늘었다. LG생활건강의 매출에서 화장품 사업은 약 절반가량의 비중을 차지하고 생활용품, 음료 사업은 각각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일각에선 2005년 당시 구원투수로 나선 차 부회장의 공격적 M&A로 안정적인 사업 다각화에 성공한 결과로 내다본다. 사업부별 부침도 있었지만, 위기 시에는 다른 사업부가 매출 감소를 상쇄해 성장은 멈추지 않았다.

차석용 부회장이 진두지휘하는 LG생활건강은 사업 구조가 다각화되어 아모레퍼시픽 달리 실적을 방어했다.  [LG생활건강]
차석용 부회장이 진두지휘하는 LG생활건강은 사업 구조가 다각화되어 아모레퍼시픽 달리 실적을 방어했다. [LG생활건강]

차 부회장의 럭셔리 집중 전략은 후를 한국 화장품 단일 브랜드 최초로 매출 2조 원을 돌파한 메가 브랜드로 성공시켰다. 이제 후는 프리미엄을 넘어 명품으로, 매출 3조~5조 원대 에스티로더, 랑콤 등 글로벌 브랜드와 진검승부에 나선다.

조미진 연구원은 "LG생활건강은 코로나19에 따른 국가 간 이동 거리 제한으로 면세점 채널 타격이 크고 중국 리설레들의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지만, 중국 현지 중심의 성장을 위해 노력해왔고, 중국 내 매출 상승이 일부 면세점 매출 감소를 상쇄할 수 있다"며 "럭셔리 중심의 화장품 브랜드 포트폴리오와 사업 다각화 효과가 어려운 상황에서 돋보이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19 영향권에 늦게 진입한 미국이나 유럽의 매출 비중이 크지 않으며 사태 완화가 빨랐던 중국에서는 소비가 회복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조 연구원은 평가했다.

LG생활건강은 하반기에도 포트폴리와 다각화에 집중할 예정이다. 특히 상반기 선방한 생활용품과 럭셔리 브랜드를 내세워 국내외 사업을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이연춘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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